내 가족이란 마음으로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료기관
누구나 한 번쯤은 병원을 찾는다. 내가 아파서 찾을 수도 있고 친구의 병문안 혹은 가족의 보호자로, “병원과 경찰서는 가지 않을수록 좋다”는 옛말과 달리 병원은 종종 찾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지내다보면 보호자도 골병난다 할 정도로 병원의 시설이 보호자에게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병원 가는 일이 즐거운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최고의 의료진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펼치더라도 병원을 찾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내 가족이 아프다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고, 보호자가 환자를 간호하는데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병원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최고의 의료진들이 의술 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최선의 배려로 다시 찾고 싶지 않는 병원이 아닌, 아프면 다시 오게 되는 병원. 혁거세 병원이 바로 그 곳이다.

환자의 경제적 여건과 의술은 무관하다.
2000년 10월, 혁거세 병원을 설립한 박위태 원장. 쉽게 부를 수 있는 병원명을 거부하고 ‘혁거세’란 독특한 이름으로 시작했다.” 병원 공사가 시작될 때, 새천년이라 해서 모두 앞만 보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2000년 전으로 돌아가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지역 자체가 신라의 옛 영토이기도 하고 저의 성이 ‘박’가이기도 해서 혁거세라 지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사람이름으로 지은 기념병원이 많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도 한 가지 이유죠. 조상의 이름을 걸고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고 빛낼 수 있도록 하자는 의지도 함께 담았습니다.”
박위태 원장은 의료 사업을 의술을 펼치는 사회봉사의 연장이라 생각한다.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하기보다는 반사회적인 활동으로 국민들에 대한 봉사의식이 강한 것이라 말했다. “병원을 하는 것도 직업이다 보니 돈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아파서 병원을 가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경제적 형편과 상관없이 의술을 펼치고 싶습니다” 며 박 원장은 의술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혁거세 병원의 의료진들과 직원들의 정기적인 의료봉사활동도 의사가 직업이기에 하는 것이라 말하는 그들에게서 의사의 참모습이 느껴졌다.
정형외과를 전공한 박위태 원장은 노인의 정형외과 수술의 경우,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가급적 피하려는 다른 병원들과 달리 수술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나을 수 있다면,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자가 어떠한 처지이건 아픈 사람은 모두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박 원장에게서 의술의 기본을 알 수 있었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병원
혁거세 병원에는 점심시간이 없다. 또한 365일, 24시간 진료한다. 아프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시설을 겸비한 것이다. “아무리 직업의식이 투철하여도 점심시간도 없이 진료에만 매달리다보면 지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죠. 그래서 올해부터 ‘베스트 친절사원’을 환자와 보호자들의 투표로 뽑고 있습니다. 많진 않지만 상금도 지급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대하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그들 역시 불편함이 없죠”라며 아파서 오는 환자나 그를 간호하는 보호자가 좋은 기분으로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니만큼 그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의 일은 직업인 동시에 사회봉사의 연장이기에 따뜻하게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것이 필요하며, 봉사하는 사람으로서 봉사 속에서 기쁨을 느껴야 일의 능률이 오른다. 일의 성취감에서 오는 기쁨은 크지만 병원일이라는 것이 힘들기에 작지만 그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는 말에서 환자에서 의료진까지, 병원의 모든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시멘트 바닥의 다른 병원들과는 달리 혁거세 병원은 병실바닥에 온돌을 깔았다. 보호자들은 작고 불편한 보호자용 침대 대신 온돌바닥에서 편하게 잘 수 있고, 나이 드신 환자들도 온돌바닥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도시가스를 이용하여 한겨울에도 추위를 모를 정도로 난방시설을 갖추었다. 또한 병원 주차장에는 아르바이트 인력을 두어 응급환자가 오더라도 주차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하고 있다. 아픈 사람에게 아프다는 것 이외의 다른 부분은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다는 박 원장에게서 환자를 배려하는 세심함이 전해졌다.

가족의 부담과 수고를 덜 수 있는 노인병원 설립
1998년 수정정형외과에서, 2000년 혁거세 병원이란 12개과의 종합병원을 설립한 박위태 원장은 현재 혁거세 병원의 뒤편에 노인병원을 신축할 계획을 밝혔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노인 인구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에 전념하다보면 노인이 질병이 생길 경우, 간호할 가족이 없어지죠. 그럴 경우, 노인을 맡아줄 누군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그것을 담당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민간기관에서 해야되겠죠” 라며 젊은층이 경제활동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가족의 수고를 덜 수 있는 기관을 민간에서 설립하는 것이 현재의 추세에 맞는 것이 아니겠냐며 박 원장은 말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창한 직업의식보다는 경제적 이유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상대하는 직업이라면 돈만을 이유로 해서는 안된다. 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람을 대해야 하는 것이 의사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지녀야 할 태도는 아닐까? ‘누가 아픈가’보다 ‘어디가 아픈가’를 먼저 볼 줄 아는 혁거세 병원의 태도가 의술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한다.
글/김윤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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