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 눈 뜬 남성들 증가하면서 여성 못지 않게 자신을 위한 투자 늘려
요즘 남성들이 변했다. 월급의 과반수를 취미생활을 위해 투자하고 옷과 액세서리 구매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정기적인 피부관리는 기본이고 성형수술까지 서슴치 않는다. 이러한 연유로 국내 소비시장에 남성의 비중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여자들이 꾸미고 치장하는데 돈을 많이 들인다고 나무라고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았다. 돈을 버는 쪽은 남자였지만 쓰는 쪽은 여자여서 유통업체들은 당연히 남자보다 여자를 VIP고객으로 모시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소비 시장에서 비주류를 차지하던 남성들이 이젠 주류로 편승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남자들의 소비 의식과 유형에 변화가 일면서 남자들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그들의 변화는 어디에서 기인하고 소비 형태는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남자들, 소비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하다
소비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한 남성들의 중심에는 20대가 자리하고 있다. 20대의 상당수는 과거 유흥가에 돈을 뿌렸던 ‘선배’들과 달리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자기 자신을 꾸미고 취미활동을 하는 데 쓴다. 30대는 소비에 눈을 뜬 남성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양분되는데, 패션에 관심을 갖는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40대도 20∼30대의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렇게 소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발견하면 값을 따지지 않고 산다. 옷이 연예인 못지 않게 많고 넥타이도 수백개, 구두도 수십켤레씩 가지고 있다. 피부 가꾸기에도 부지런을 떤다. 20대 중반부터 아이크림을 바르는 것을 비롯해 노화방지 에센스나 비타민 C크림도 챙겨바르며, 그것도 모자라 피부과나 관리센터에서 정기적인 마사지도 받는다.
물론 현재 모든 젊은 남성이 이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BBDO를 비롯한 6대 광고 회사가 공동으로 조사한 소비자 프로파일 리서치(CPR)를 보면, 남성들의 소비 의식과 유형이 과거에 비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남성들의 패션 의식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새로운 패션과 유행을 남보다 빨리 받아들인다는 남성과 주위 사람에게 패션에 대해 조언하는 남성의 비율이 10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었다. 유행을 따라가는 데 남성과 여성의 격차가 거의 없을 정도이고, 패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남에게 조언하는 적극적인 남성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남성 5명 가운데 1명이 정보통신 제품을 빨리 구입하고, 열 가운데 셋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미루지 않고 산다고 나왔다. 또 10명 중 4명 꼴은 돈이 들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하고, 실제로 다양한 취미와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도 3분의 1을 차지한다. 또 10명 중 3명 가량은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찾고, 더 많은 남성이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다닌다고 나와 있다.

외모가꾸기 열풍, 여자 못지 않아
이러한 자기 가꾸기의 열풍에 가장 직접적인 예가 남성들의 피부과 찾기현상이다. 예전에 피부과나 피부관리센터를 여자들이 점령하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풍조다. 심지어는 남성 전용 칼라 로션까지 등장할 정도다.
요즘엔 자신의 지방을 채취해 뺨이나 코에 주입하는 미세지방이식술이 남성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은 실리콘과 같은 인공 보형물을 삽입하는 성형수술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수술 표시가 나지 않는 미세지방이식수술을 더 선호한다고 관계자는 말한다. 또 요즘 피부과를 찾는 남성들 중 20대는 수염이나 팔·다리에 난 털을 영원히 없애거나 이마를 넓히기 위해 많이 찾고 30∼40대는 주름 제거 주사제인 보톡스를 맞기 위해, 또 50∼60대는 검버섯과 잡티를 제거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는다. 그러나 젊은 층은 기본적인 피부과 치료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피부를 갖기 위해 스케일링을 받거나 정기적인 관리를 받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5월 S화장품사는 남성용 컬러로션을 선보여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자는 두꺼운 메이크업으로 잡티 등을 커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남성들에게 있어서 로션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피부 결점도 가려주는 컬러로션은 그야말로 히트상품이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세안전용 클렌저나 에센스, 비타민 크림 등 남성들만을 위한 기초화장품 제품 사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남성 겨냥한 마케팅 봇물
남성들을 사로잡기 위한 각 업계의 마케팅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남성들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남성 고객 사로잡기 각 사이트에는 남성들만을 위한 코너를 따로 마련해 시선을 잡기도 하고 다양한 이벤트로 남성고객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 중 하나인 인터파크는 남성화장품 코너를 두고, 남자들이 주로 찾는 용품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 홈쇼핑 업체들 역시 남성 고객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식해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나 차량용품, 스포츠 용품 등의 방송시간을 늘려가는 추세다.
패션 보석업체들은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스타 마케팅’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지난 여름에 방영된 TV드라마 <햇빛사냥>의 남자주인공 김호진이 초커형 목걸이를 하자, 이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프라다·페라가모·구찌 등의 패션 명품 업체들도 남성 고객을 유혹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남성취향의 키홀더·핸드폰 줄·커프스링 등을 다양하게 내놓는가 하면, 잡화류는 아예 여성과 남성 모두 쓸 수 있는 유니섹스 모드로 내놓는 업체도 있다. 또 명품업체들은 이러한 잡화나 소품 외에도 남성들이 좋아하는 레포츠 매장을 신설하거나 레포츠 제품을 출시하면서 남성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프라다는 지난해 9월 초 롯데백화점 본점 6층에 프라다 스포츠 단독매장을 열었다. 루이비통도 지난 가을 레포츠용 스니커즈·점퍼·운동화·털모자 등을 내놓았다. 구찌는 오토바이용 헬멧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편, 장보는 남성들이 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 또한 남성 고객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남성 고객의 쇼핑 형태에 따라 상품 구색을 맞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리더십·주식·경제 상식 관련 전문서적 코너를 확충하고 DIY 상품이나 컴퓨터 같은 남성 취향 상품 코너를 확대했다. 또 매장에서 다트게임 대회를 여는 등 남성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행사도 자주 열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남성에게 인기가 있는 수입맥주 코너를 30% 이상 넓혔고, 까르푸도 남성 고객을 겨냥해 남성복·홈시어터 시스템·골프용품 매장 면적을 두배 가량 늘렸다.
이렇게 소비시장에서 남성의 구매가 커진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풍조도 있고 주 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노동 그 자체보다 자신을 위한 시간이 늘어나면서 삶의 가치관이 바뀐 것도 이유일 것이다. 어찌됐건 전반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자신을 위한 투자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삶의 질을 추구하고 보다 나은 자신을 가꾸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사회 제도나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과 더불어 이러한 현상을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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