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는 ‘조용한 쓰나미’, 배고픔에 지구촌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2007년 말 “세계 곡물가격 급등으로 최소 37개국이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했으며, 특히 2008년에는 세계적인 기아현상이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경고는 현실로 다가왔고, 급기야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지난 4월 12일 세계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비상 상황(emergency)’에 이르렀다고 선포했다.

   
▲ 세계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비상 상황’에 이르렀다. 전 세계에서 1억여 명이 지난해 가격이 두 배나 폭등한 식량으로 인해 굶주림에 내몰리고 있으며 식량 위기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인도적 비상사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식량 전쟁, 세계 곳 곳 연이은 폭동 이어져
지난해 초 멕시코에서는 7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대표적 먹거리인 토르티야(일명 또띠야)의 가격이 폭등하자 너도나도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부랴부랴 ‘토르티야 가격을 얼마 이상 올릴 수 없다’고 법으로 정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달랬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노동자 1만여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국제 콩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품회사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 식품 품귀현상을 빚었기 때문이다. 멕시코시티와 이집트, 서 벵갈, 세네갈, 모리셔스에서는 이미 식량폭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유엔의 식량농업기구는 36개국에 밀과 쌀을 긴급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밀 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역시 연일 오르는 각종 식료품 가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밀가루 가격급등으로 라면과 과자류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WFP에 따르면 쌀 가격은 지난해 250% 상승했으며 밀의 가격은 두 배로, 옥수수 가격은 50% 올랐다. 반면에 세계 곡물 저장량은 30년래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연이은 곡물가 폭등으로 세계 곳곳에서는 연일 시위가 끊이지 않으며, 급기야 곡물가 폭등은 폭동으로 이어져 목숨까지 잃은 광경까지 벌어졌다.
아이티는 곡물값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로 지금까지 최소 5명이 숨지고, 총리 하야사태까지 이어졌다. 지난 2월 카메룬에서 폭동으로 40명이 사망한 데 이어 아프리카 북동부의 이집트에서는 6일 식량 가격 인상 반대 및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폭동과 총파업이 일어나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는 사건과 빵을 사려는 사람들의 경쟁으로 벌써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2월에도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의 카메룬에서는 물가 폭등에 항의하는 폭동으로 40여 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으며, 이 외 코트 디부아르와 모리타니 등에서는 인명피해가 야기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세네갈과 부르키나 파소에서도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호찌민 시의 ‘쩐짠지우’ 쌀 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쌀을 구하지 못할까봐 겁먹은 시민들이 먼저 쌀을 사려고 달려들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치솟는 음식가격에 시민들이 일으키는 폭동은 오늘날의 레바논 사태로 불리고 있다.
조셋 시런 사무총장은 “인류가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없어서 먹지 못하는 ‘전통적 기아’에서 돈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신종기아(New face of hunger)’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현재의 식량난 위기로 인한 국가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덧붙여 “구호물자에 의존하는 나라들에 할당된 식료품을 줄여야 할 정도로 UN의 기금 상황도 넉넉하지 못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앞 다퉈 애그플레이션(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을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전 세계 1억 명 식량 위기로 굶주림에 내몰려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08년에는 세계적인 기아현상이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으며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지난 4월 12일 세계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비상 상황(emergency)’에 이르렀다고 선포했다.

“식량가격 폭등으로 열흘에 25만 명씩 희생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1억여 명이 지난해 가격이 두 배나 폭등한 식량으로 인해 굶주림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식량 위기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인도적 비상사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4일 ‘지구적 식량 위기 대응’ 청문회에서 UN세계식량계획(WFP)의 조셋 시런 사무총장은 “조용한 쓰나미(지진해일)와 같습니다”라고 세계적 식량 위기를 비유했다.
수바 라오 인도 재무장관도 지난 5월 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서 “식량 값이 20% 오르면 아시아의 절대빈곤 인구는 1억 명씩 늘어난다”고 말해, 식량 값 상승이 신빈곤층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도 최근 곡물 값 상승으로 전 세계 1억 명의 인구가 추가로 굶주림과 영양실조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지난 몇 달 동안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예멘 등에서 식량가격이 60%나 폭등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31개국 등 전 세계 37개국(인구 21억 명)을 ‘위기국가’로 지정했다. 아시아에서는 북한 등 10개국 16억 명이 식량 위기에 놓여있다. 
세계은행(WB)은 ‘2008년 세계 경제 전망’에서, 2004년 기준으로 전 세계 25억 명이 하루 2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사는 극빈층이며, 이 중 18억 명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에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쌀이 지난해 33% 오른 데 이어 올 1분기에만도 42%가 더 뛰었다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30억 명 가량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상황에서 쌀값이 더 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계속되는 인구 증가로 식량 위기감 커진 필리핀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필리핀은 최근 불어 닥치고 있는 세계 식량 위기와 더불어 기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 최신호에서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인구, 높은 출산율로 인해 이제 필리핀은 9,000만 명에 가까운 인구를 자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필리핀은 쌀값이 50% 가량 폭등하면서 일반미의 절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정부미를 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한 시민들의 쌀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 이에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은 “사재기 행위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종신형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다. 또 식당에서 파는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는 비상조치를 내렸지만 이마저도 눈에 띄는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국민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현재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지적하며 “수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충분히 먹고 살만한 자원과 땅이 필리핀에는 풍부하다”고 말하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필리핀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1960년 국제미작연구소(IRRI)가 세워질 정도로 아시아의 농업 강국이었던 필리핀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농업에 대한 투자액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산업화에만 몰두해온 결과 지금 세계 최대 쌀 수입국으로 전략해버렸다. 그동안 이웃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쉽게 쌀을 수입할 수 있었지만 식량 위기로 인한 수출 통제와 함께 급격한 위기를 맞게 된 필리핀이 한 해 수입해야 하는 쌀의 양은 220만 톤, 그러나 현재 수입량은 150만 톤에 불과하다. 3모작이 가능한 농토가 사라진 필리핀은 지난 40여 년 동안 농경지에 공장과 골프장, 택지를 지은 결과 자취를 감춘 농경지가 국토의 50% 가량 된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30억이 주식으로 하는 쌀. 쌀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사회적·정서적 상징으로써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중요한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고 농업을 포기한 채 남의 나라의 곡물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식량 위기는 잘 보여주고 있다.

   
▲ WFP에 따르면 쌀 가격은 지난해 250% 상승했으며 밀의 가격은 두 배로, 옥수수 가격은 50% 올랐다. 반면에 세계 곡물 저장량은 30년래 최저 수준이다.
배고픔에 ‘진흙쿠키’로 배를 채우는 아이티 사람들
국민의 80%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카리브 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공화국은 WFP가 ‘code red(긴급상황)’으로 지목할 만큼 식량 위기로 인한 고통이 극심한 지역이다. 현재 식량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아이티는 세계화에 밀려 농업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 아이티의 쌀값은 지난 1월 한 컵에 10굴드(약 300원)에서 현재 22굴드로 두 배 이상 폭등했다. 먹을 것이 없어 진흙과 물을 섞어 빚은 일명 ‘진흙쿠키’로 배고픔을 달랜다.
아이티의 최대 빈민가 씨테 솔레에의 한 주민은 “다른 것이 있으면 다른 것을 먹겠지만 진흙쿠키밖에 없으니 밥 대신 먹는다”며 “배고프기 때문에 진흙쿠키를 먹는다”고 진흙쿠키를 먹는 이유를 설명했다.
진흙에 물과 소금, 마가린을 넣고 반죽한 뒤 체에 걸러 반죽을 부드럽게 만들어 이것을 동그랗게 빚어 말리면 진흙쿠키가 완성된다. 만드는 과정도 비위생적이다.
16세 미혼모 샬린은 “희미한 버터 향과 함께 짭짤한 맛이 나는 쿠키는 나름대로 먹을 만하지만, 하루 3끼를 이것으로 때울 때면 심한 복통이 일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흙 쿠키를 먹는 사람들은 심한 복통을 호소하면서도,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진흙 쿠키를 만들어 자신과 자녀 7명을 부양한다는 마리 노엘(40)은 자신의 가족 역시 진흙 쿠키로 연명하고 있다며 “언젠가 먹을 것이 풍족해 진흙 쿠키를 먹을 필요가 없는 날이 오길 염원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티 사람들은 왜 진흙쿠키를 먹는 데에는 국민들이 소비하는 밀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75%가 하루 2달러 이하를 버는 아이티에서 빵은 매우 중요한 식량이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에 닥친 식량 위기는 밀값을 비롯한 곡물값 상승으로 이어졌고, 아이티 국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먹던 아이티의 빈민들은 이제 진흙쿠키마저 먹기가 쉽지 않다. 지난 3월에 비해 값이 20~30%올랐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급기야는 쓰레기장까지 내 몰렸다. 사람과 돼지가 뒤엉켜 먹을 것을 찾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먹어선 안 될 병든 닭이라도 먹어야 하는 처지다. 분노한 국민들이 급기야 대통령궁까지 습격했지만 아이티의 식량 위기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 이집트 ‘빵의 전쟁’이 시작되다
식량 위기는 비옥한 나일강변에서 인류 최초의 농경이 이루어진 나라 중 하나인 이집트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카이로를 가로지르는 나일강 주변에는 밀밭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지만 인구 8천만 명의 이집트를 먹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이집트는 매년 900만 톤의 밀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소비량의 겨우 55%에 해당하는 양으로 절반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에는 1kg에 2파운드도 안되던 밀가루가 4파운드에 판매되고 있다.
식량난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급히 국영빵가게를 통해 비교적 값이 싼 빵을 공급하고 있지만 식량 위기를 잠재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빵 때문에 점점 고조되는 사회 불안 때문에 이집트 정부는 급기야 쌀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밀 대신 쌀이라도 지켜 식량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것. 특히 이집트 정부는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밀가루 암거래에 대해 엄벌을 경고하는 등 빵 공급 부족 사태가 폭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지만, 물가상승은 이미 위험수위에 올라있어 또 다른 폭동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집트가 밀 생산량이 부족한 이유는 전 농림부 장관인 뉴세프알리의 정책 때문이다. 그는 딸기와 멜론, 수박을 재배하여 이를 수출한 돈을 밀을 수입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장기적으로 이 정책은 실패했다. 딸기와 멜론은 재배할 수는 있지만, 이것들로 빵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식량 자급률을 스스로 낮춰버린 이집트는 거센 식량 위기의 폭풍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버렸다.
뿐만 아니다. 아라비아해를 끼고 있는 파키스탄 남쪽 최대 도시 카라치의 대표적 빈민촌 굴샤네자울도 지난 1월부터 밀가루와 식용 기름값이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2,000루피였던 식비가 전체 수입의 80%인 4,000루피를 넘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4월 2007년 이후 주곡인 밀값이 66%나 뛴 파키스탄을 북한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식량 위기국으로 꼽았다. 잡지는 “1억6,000만 명의 파키스탄 인구 중 절반이 식량 불안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파잘라만 가족도 식량 불안을 겪는 파키스탄 인구 ‘절반’에 들어간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파키스탄’의 그라함 스트롱 회장은 “식량값 폭등으로 빈곤층 구매력이 50% 이상 떨어질 것”이라며 “사회적 불안감의 확산으로 파키스탄은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키스탄과 태국에서는 곡창지대의 논밭과 보관창고에서 식량 강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대까지 배치됐다.
식량가 급등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잠비아의 한 주민은 “하루 모든 끼니를 먹는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하다”라고 토로했고, 르완다의 주민 역시 “가족들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다. 6명이 극심하게 굶주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먹을 것이 부족한 부룬디에서는 열대식물 카사바에서 추출한 녹말 ‘블랙 플로어’가 주식이 되고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북한은 국제 곡물가의 폭등으로 식량난이 악화된 상태. WFP가 지난달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 식량 가격 급등에 중간 정도 취약성을 보이는 국가로 분류돼 있다.
시런 총장은 “북한은 흉작으로 올해 약 16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북한을 돕기 위한 주요 지원국 정부들과 활발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북한이 당면한 식량난 타개에 이들 원조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곡물가격 상승, 바이오 연료 등 식량 위기 불러와

   
▲ 필리핀 곳곳은 줄을 서서 쌀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쌀값이 50% 가량 폭등하면서 일반미의 절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정부미를 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줄을 선 쌀가게 앞에는 M16 소총을 멘 군인들이 지키고 서 있다. 쌀을 사기위해 총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식량 위기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에너지 위기나 환경 문제보다도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세계 식량 위기는 2006년 밀·옥수수·콩·쌀 등 국제곡물가 급등으로 시작돼 전 지구적 비상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밀의 국제선물가격은 2년 전보다 182.9%, 옥수수는 지난 2년간 132.9%가 급등했으며, 대부분 아시아에서 거래되는 쌀값도 폭등했다. 타이산 쌀의 국제거래가는 2003∼2005년 톤당 201∼291달러의 안정세에서 지난 1월 380달러, 그리고 지난달 853달러로 치솟았다. 이렇게 쌀값이 오른 데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이 국내 소비 부족분을 고려해 쌀 수출에 제한을 둔 측면도 있다. 중국은 쌀 증산 유도 계획을 펼치는 한편, 수출 억제를 겨냥해 관세 부과를 시작했고 인도도 일부 종을 제외한 쌀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계 2위 살 수출국인 베트남도 쌀 수출 통제를 6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으며 세계 3위인 인도네시아도 곧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세계 식품 가격은 83% 급등했으며, 2015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필리핀, 아이티, 방글라데시, 이집트 등 개도국의 극빈층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식량 값이 2006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 단계 높아진 식량 가격대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가 곧 온다”고 분석했다.
국제 식량 위기의 또 다른 곡물을 재료로 하는 미래의 대체 에너지 바이오 연료의 확대다. 그러나 최근 식량 위기를 두고 바이오 연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에탄올 100ℓ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옥수수의 분량은 240kg이다. 미국은 전체 경작지의 대략 20%를 에너지 생산용 옥수수 재배지로 배정했다. 그 결과 전 세계의 토지 및 비료 가격이 상승하여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호아킴 폰 브라운 국장은 “스위치그래스와 같은 비곡물 농작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바이오연료가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15%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전문가들은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나타난 식품가격 상승에 바이오연료가 30%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초래된 것은 기후변화나 감산 등의 원인도 있지만, 선진국들이 주도한 ‘세계화’와 ‘시장개방’의 거센 파고에 농업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있다. 국제쌀연구소의 로버트 자이글러 소장은 이 같은 사태를 ‘자만심의 대가’라며 “농업의 연구·기술 개발, 인프라 투자를 15년 동안 소홀히 다뤄왔다”고 진단하고 제2의 녹색혁명 전개를 제안했다.
최근 국제연합(UN)과 세계은행 보고서는 “농업 자유무역은 식량 위기 해소에 걸림돌”이라고 밝히면서 “농업시장을 국제경쟁에 개방하는 것이 빈곤퇴치와 식량안보, 환경문제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곡물값 폭등에 GMO 주목

곡물값이 폭등하고 식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전자변형 농산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곡물 가격 급등과 식량 부족으로 GMO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던 각국 정부와 식품업체, 소비자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수입을 자제해왔던 식품업체들도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GMO를 받아들이는 추세다. 수입국들의 거부감에 따른 수출 감소를 우려해 생산을 주저했던 미국의 밀 재배업자들도 공급 확대를 위해 종자업체들에 GM 밀 씨앗 개발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GMO를 ‘괴물식품’이라고 부르는 등 부정적 인식이 가장 심한 유럽에서도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클라이브 제임스 ISAAA 회장은 “GMO가 작물 생산성에 큰 혁신을 가져와 빈곤 인구가 줄어들고, 영세농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기아와 빈곤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GMO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정부와 곡물업체들은 GMO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안전성에 대한 우려다. GMO의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여러 세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인체에 대한 유해성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도 GMO에 대한 거부반응이 큰 편이다. 에티오피아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GMO 식량원조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 GMO가 식량난 해결보다는 미국 대형 곡물 메이저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란 주장도 GMO 확산 반대 근거로 제시된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대표적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콩, 옥수수, 면화, 유채(카놀라) 등으로 사료로 쓰이는 비중이 가장 높다. 

식량 뉴딜정책 본격 시동, 세계 각국 지원 나서

   
▲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4월 2007년 이후 주곡인 밀값이 66%나 뛴 파키스탄을 북한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식량 위기국으로 꼽으며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2일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미국이 지난 1930년대 대공황 극복을 위해 뉴딜 정책을 취했던 것처럼 식량 위기 타개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4월 29일 스위스 베른에서 세계식량기구(WFP)와 세계농업기구(FAO)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 등 27개 국제기구 대표들과 회의를 갖고 식량파동 대책을 논의한 뒤 식량 위기 타개를 위한 ‘태스크 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WFP는 올해 북한을 포함해 78개국 7,300만 명에게 식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간 예산은 1993년 17억 달러에서 올해 30억 달러로 늘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산하에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 7억 5,000만 달러의 긴급 식량 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곡물 생산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런 총장은 “굶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구호식량이 크게 부족해 이미 기아 지역에 대한 식량 배급분을 40%가량 축소했다”며 국제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도 “추가로 제안하는 구호기금은 향후 세계적인 기아와의 투쟁에서 미국이 선두에 나설 것임을 알리는 조치다. 빈국 입장에서는 최근의 식량 위기는 하루하루 생계 확보를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라면서 지난 4월 14일 2억 달러의 긴급식량지원 자금 방출 계획을 밝혔다.
세계은행도 로버트 졸릭 총재가 제시한 ‘신 뉴딜정책’을 승인하고, 아이티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한편 내년 아프리카에 대한 농업차관을 올해의 두 배 수준인 8억 달러로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규모는 문제를 풀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 등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식량 안보 차원에서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배고픈 나라 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독일 정부도 식량 위기에 대한 긴급 구호자금 1,000만 유로를 추가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프랑스 정부도 세계적인 곡물파동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올 한 해 동안 6,000만 유로, 약 1억 달러를 긴급 지원할 것이라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밝혔다.  
한편,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前총리는 “오늘날의 각종 정책은, 에너지는 적고 식량은 풍부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결정된 것이다. 현재까지 취한 시정조치가 병폐 자체보다 더 심한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에 이제 정책을 바꿀 때가 되었다”라며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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