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의 역사…외상스트레스 5,000년 전 점토판에 기록

본지는 최근 현대인들에게서 급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하여 그 심각성과 어떠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수한 근무환경에서 다양한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업군을 토대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기획연제를 통해 좀 더 쉽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효과적인 직무스트레스 해소, 완화 방안에 대해 김상철 서울소방재난본부 마포소방서 지방 소방위의 기고를 통해 좀 더 쉽고 가깝게 알아본다. 그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치열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트라우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찰 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사회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소방공무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 <사진제공_뉴시스>
외상(trauma)이라는 용어는 ‘상처(injury)’나‘ 부상(wound)’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에서 유래한다. 그 용어는 원래 ‘신체적 부상을 함축하고 있으며, 충격적인 사건에 뒤따를 수 있는 심리적 상처와 상응한다.
외상은 다음과 같은 의미로 ‘상호 교환 가능하게(즉, 혼용되어)’사용된다.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는 동안의 개인적 경험을 포함하는 외상적 스트레스유발 사건(들) 또는 그것이 외상 주변(peritraumatic)(그 경험 중에 또는 직후에 일어나는 또는 외상후(posttraumatic) (사건 후 몇 주, 몇 달, 몇 년 후에 일어나는)이든 간에 관계없이 개인의 반응이다.
외상이라는 용어는 서로 다른 의미들이 포함된 몇 가지 상호구별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가 심리적 외상의 핵심요소인 것을 강조하기위해 심리적 스트레스는 외상적 스트레스 유발 요인(traumatic stressor)으로 지칭된다는 점에서 물리적 외상이 심리적 외상과 구별된다. 심리적 외상은 물리적 외상을 경험했을 때도 종종발생하기도 하지만 어떤 물리적 외상이 없어도 심리적 외상이 일어날 수 있다.

외상스트레스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5,000년 전 점토판에 새겨진 것이다.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Epic of Gilgamesh)에는 한 바빌로니아 왕이 절친한 친구 엔키두(Enkidu)의 죽음 후에 두렵고 정신이 혼미해졌다는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길가메시의 반응은 몇 가지 고전적인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외상적 슬픔(예: 두려운 기억, 불면, 분노, 축소된 미래감)의 증상들을 반영한다.
10번째 점토판에는 길가메시의 시련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너무도 놀랐다. 나는 죽음이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황야를 방랑했다. 어떻게 내가 침착하게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있을 수 있겠는가! 내가 사랑한 친구가 한줌 흙으로 변해버렸는데! 나 역시 그와 같이 되지 않겠는가! 쓰러져 드러누우면 다시 일어날 수 없지 않겠는가! 이것이 내가 계속 가야만 하는 이유이다. ‘우타나피쉬팀(Utanapishtim)’을 찾아, ‘저 머나먼 곳’으로. 달콤한 잠이 내 얼굴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 나는 잠들지 못한 채 싸운다. 긴장을 멈출 수 없고, 근육들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2,000년 후에도 그리스와 로마의 유명 작가들은 외상적 스트레스와 슬픔의 정수를 담아냈다.
Homeros의 <일리아드(Iliad)>에는 트로이 전쟁 중에 아킬레우스가 분노로 자기통제를 잃어버린 이야기를 적고 있다(Shay, 1994). Homeros의<오디세이(Odyssey)>는 오디세우스가 외상적인 배신과 상실을 경험한 후 정서적 이유로 귀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서술하면서 만성적 PTSD를 묘사하고 있다(Shay, 2002). 그리스 역사가 Herodotos와 로마 역사가 Pliny는 마라톤 전투(B.C. 490년)에서 전투원들과 베수비오화산폭발(A.D. 79년)의 재난에 빠진 사람들이 해리와 같은 급성 외상적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낸 것을 아주 생생하게 보여준다.
덜 일반적이지만 마찬가지로 가슴 아픈, 외상적 스트레스 요인에 고통을 겪은 고대의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다. 예를 들면, 유대의 다윗왕 시절 오빠의 근친 상간적 강간의 희생자가 된 다말(Tamar)에 대해 성서에는 그녀의 ‘지혜, 용기, 그리고 끊이지 않는 고통’에 대해서 적고 있다.(Trible, 1984).
‘다말이 재를 그 머리에 무릅쓰고 그 채색 옷을 찢고 손을 머리위에 얹고 크게 울며…이에 다말이 그[다른] 오라비 압살롬의 집에 있어 처량히 지내니라.’(구약성경, 사무엘하 13장, 19∼20절).
1,000년이 넘게 지난 15∼17세기에는 셰익스피어가 자연재해(예: 템페스트), 강간(예: 루크리스의 겁탈), 전쟁(예: 티투스 안드로니쿠스, 헨리 4세, 헨리 5세, 헨리 6세), 정치적 폭력과 추방(예:  마음대로 하세요, 시저와 클레오파트라, 베니스의상인), 가정폭력과 살인(예: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겨울 이야기, 맥베스, 리처드2세) 등의 외상적 충격을 그렸듯이,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시기의 문헌과 극장이 심리적 외상과 그 결과에 대한 대단히 선명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정신적 외상과 회복탄력성을 위해서는 소방관 스스로 행복해져라

▲ 김상철 서울소방재난본부 마포소방서 지방 소방위/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공공정책학과 졸업/ 現 한성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 과정
전 세계는 다양한 형태의 자연재난, 학살, 전쟁, 질병, 사고, 사회 부적응자, 우울증, 정신질환자, 이혼, 가정폭력, 아동학대, 파산, 가족의 죽음 등 무수한 희생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희생자들이 생겨나는 한 외상후 스트레스(PTSD)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생각과 의식의 변화를 통해 피해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자세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필자는 본지를 통해 최소한의 우리가 알아야 할 트라우마 역사의 접근과 원리, 상담방법과 외상후 성장에 관한 내용을 풀어나갈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외상에 대한 연구와 치료는 눈부시게 성장해 왔다. 경험적인 연구가 축적되고 새로운 치료가 등장했으며, 이론적인 토대가 마련되었다. 전 세계의 임상가들이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이러한 성과들을 활용하고 있다. 트라우마의 치유는 외상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결정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할 뿐 아니라, 강력한 교육법이 될 수 있다. 재능 있는 임상심리학자, 뛰어난 연구자와 교육자, 상담가 등은 환자와 피드백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얻은 통찰에 기초하여 폭넓고, 빈틈없이 정보를 제공하고, 더불어 정서적 행복, 대인관계 등 외상을 극복하는 스킬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우리가 인생의 고난에 어떻게 대처하고 시련의 도가니 속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고통은 곧 끝나기도, 평생 지속되기도 한다. 반드시 입을 단속해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시련의 순간이다.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스트레스가 밀려올 때, 세상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서 등을 돌릴 때, 좌측 펜스가 짧게 보일 때야말로 긴장을 절대 늦추지 말아야 할 때다. 이런 시기에 부정적인 태도와 말에 빠질 위험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인 후에 그것을 이루기 위한 메커니즘을 가동한다.
간섭을 줄이고 생각의 수를 되도록 적게 하는 것이 적절한 마음의 속도 갖는 길이며 편안해지는 길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들의 거절과 비판은 몹시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이것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 타인의 눈에 비쳐지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춰 살기 위해 자신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주는 것이다. 타인들은 나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누구보다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훨씬 중요하다. 단지, 타인의 평가는 자신을 검토하여 바로잡는 객관적 자료로 쓰면 그 뿐이다.

마음에도 힘이 있다. 힘은 몸의 근육에서 나오듯 마음의 힘은 마음의 근육에서 나온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어떠한 어려움과 역경이 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바로 그 힘이 회복탄력성(Resilience)지수이다.   
시련이나 역경에 처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마음은 기초체력과도 같은 것이다. 인생은 크고 작은 어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단 하루도 회복탄력성이 필요하지 않는 날이 없다. 소방조직도 마찬가지다. 업무와 스트레스, 항상 긴장감 속에서 생활, 동료와의 갈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부문에 취약하다고 하더라도 크게 염려하는 자세도 버리자. 이 다양한 세상에서 사람들을 저마다 다른 재능이 있고 차이란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부문에서 세상에서 최고가 되어야 할 이유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망은 환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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