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고속철, 삶의 혁명이 시작된다
물류·경제·수송·교통·생활 등 일대 혁명 예고

고속철은 단군이래 최대 역사로 일컬어지며 우리 사회 전반에 일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시속 300㎞로 우리 국토를 가르며 질주하는 고속철은 국가 경제 측면에서 보면 동북아에서 중국과 시베리아, 그리고 유럽까지 세계 경제의 대동맥을 이어주는 접점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기지의 중심으로 떠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철도청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고속철은 경부고속도를 4개 더 개통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이동시간의 절약을 통한 국토공간 이용 효율화는 자연스럽게 물류혁명, 수송혁명, 교통혁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고속철은 경제대혁명의 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거시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고속철은 사람들의 일상 전반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리 달려본 고속철
한반도에 열차가 처음 달리기 시작한 것은 1899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육중한 몸체를 끌며 제물포와 노량진 사이를 평균 시속 30km로 달리던 열차를 사람들은 쇠로 된 말이라며 철마라고 불렀다. 일제시대 쌀 수탈과 군인징발을 위해 건설됐던 철도는 굴욕적인 국권침탈의 상징이었다. 1905년 경부선, 1914년 호남선, 1942년 중앙선 등이 잇따라 개통되면서 철도의 기틀이 마련됐다.
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철도는 물류수송을 담당하는 산업화의 동맥으로 거듭났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 무작정 서울로 향했던 많은 시골의 젊은이들에게 철도는 고된 도시생활의 시작이었다. 증기기관차가 디젤기관차로 대체돼 철도현대화가 본격화된 것도 이 시절이다.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열차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청운의 꿈을 품고 통학열차에 몸을 실었던 학생들과 복도와 선반을 빼곡이 채웠던 보따리장수들은 당시 열차의 주요 고객들. 유신과 5공의 그늘 아래서 신음했던 젊은이들에게 철도는 자유와 낭만을 향한 탈출구였는가 하면 또 이별의 입영열차이기도 했다. 이어 80, 90년대 다양한 교통수단이 일반화되면서 침체기를 맞은 철도는 내실다지기에 나선다. 낡은 철도가 속속 교체됐고 고속철 준비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땅에 열차가 들어온 지 105년. 그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어온 철도는 이제 고속철 시대를 맞아 통일을 넘어 대륙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는 4월 고속철시대 개막을 앞둔 고속철. 시속 300㎞. 1초에 무려 83.3m를 달려가는 고속철도 고속철시대 개막을 앞두고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미리 달려보았다.
서울역에서 광명역까지 기존선을 타고 간 고속철은 광명역을 빠져나가자 승차감이 바뀐다.고속철 구간에 접어든 것이다. 서서히 속도를 높인 고속철은 순식간에 시속 200㎞를 넘는다. 그러나 미끄러져 간다는 느낌 외에 별다른 승차감을 느낄 수 없다. 가속시의 덜컹거림도 없다. 기존의 전동열차와 달리 전류와 전압 공급을 세밀하게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시속 300㎞에 도달하자 조금씩 좌우로 흔들거림이 느껴진다. 이는 레일 시공에서의 미세한 차이 때문이다.
▶ 소리없이 강하다
고속철은 진동이 없다. 진동이 없으니 소음도 없다. 진동이 없는 이유는 레일에 이음매가 없기 때문이다. 길이 25m의 레일을 용접해서 300m로 늘인 뒤 현장으로 운반해 다시 용접하기 때문에 고속철은 하나의 레일로 시공돼 있다. 그래서 고속철 구간인 광명∼대전 140㎞와 옥천∼동대구 98.7㎞ 구간은 레일이 하나이다. 레일에 이음매가 없으니 당연히 덜컹거림이 없다.
진동이 없는 또 하나의 비밀은 관절 대차에 있다. 대차는 객차와 레일을 연결하는 주행장치.기존 열차는 2개의 대차가 1량의 열차를 떠받치고 있지만 고속철은 1개의 관절 대차가 2대의 차량 사이를 연결한다. 이 1개의 대차가 2량의 열차를 꽉 붙들고 있기 때문에 곡선 구간에서도 진동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관절대차 때문에 소음 및 진동이 줄어들고 승차감이 향상된 것이다.
고속철끼리 교행 시에는 공기 마찰 때문에 차량이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 당하는 사람은 조금 놀랄 정도다.
▶ 가족용 테이블에 팩스서비스까지
고속철의 1편성은 열차 20량으로 돼 있다. 그래서 전체 길이가 388m나 된다. 여객전무가 한바퀴 도는 데만 30분이 걸린다. 창문은 대형이어서 전망이 좋다. 천장에 달린 2개의 모니터가 주행속도 등 차량 정보를 제공해준다. 장애인용 휠체어 보관대도 마련돼 있다. 팩스를 보내고 받을 수도 있다.
실내온도는 자동센서가 온도를 감지, 항상 22℃를 유지하게끔 해준다. 1등실 좌석은 1열 3석의 회전식이지만 2등실 좌석은 1열 4석의 고정식이다. 고속버스처럼 앞만 보고 가야 한다. 그러나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가족용 테이블이 8석 설치돼 있다.
각 객실 앞뒤에는 비상연락 벨이 설치돼 있어 여객전무와 통화할 수도 있다. 또 비상탈출용 망치가 객차 당 4개씩 비치돼 있다. 출입문 쪽 4개 유리창은 비상탈출용으로 제작돼 있어 쉽게 깨진다. 선반 바닥은 투명해서 물건이 잘 보여 놓고 내릴 염려도 없다.
▶ 좌석 간격 좁은 것이 흠
아쉬운 점도 있다. 속도를 위해 차량을 경량화·소형화하다 보니 안락감이 희생됐다.
우선 2등실의 좌석배치가 너무 답답하다. 앞좌석 중심에서 뒷좌석 중심까지 거리가 93㎝에 불과하다. 기존 새마을호의 115㎝에 비해 22㎝가 좁다. 또 의자 1세트의 폭도 107㎝로, 새마을호 112㎝에 비해 5㎝ 좁다. 출입구와 좌석이 너무 붙어 있는 것도 흠이다. 출입구쪽 승객은 문 여닫는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 수익성을 고려해 좌석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편의시설 표지판도 너무 작다.
또 터널을 통과할 때는 압력차 때문에 귀가 ‘웅웅’거린다. 터널통과 시에는 소음 때문에 옆사람과 속삭일 수 없다. 방음 펜스로 인해 바깥 경치 구경이 어려운 점도 아쉬움이다.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고속철은 전국을 ‘1일 생활권’에서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꿔놓게 된다. 이에 따라 출퇴근, 통학, 주거, 레저, 관광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 ‘혁명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또 역세권 지역은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 주말부부는 이제 끝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26.남)씨와 대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B(26·여)씨는 1주일에 이틀만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주말부부’다. A씨는 토요일 수업이 끝난 뒤 대전으로 내려가 하룻밤을 보내고 올라오는 길이 늘 아쉽기만 하다. 기차나 승용차를 이용하면 오가는 데 최소 5∼6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오는 4월이면 이들도 ‘평일부부’가 될 수 있다. A씨는 “고속철이 뚫리면 서울∼대전이 49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다.”면서 “이제 서울에서 통근하는 것이 꿈만은 아니다.”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서울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ㄱ(29)씨는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에 자주 가보지 못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바쁘기도 하지만 임신 중인 아내 때문에 조심스러워 선뜻 비행기를 탈 수도 없었다.
이런 R씨에게 고속철 개통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ㄱ씨는 “비행기보다 싸고 안전한 데다 역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 집까지 쉽게 갈 수 있으므로 아내와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자주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 넓어지는 생활권
이처럼 고속철은 국토의 거리를 좁혀 생활반경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온다. 철도청 정문영(42) 고속철도홍보팀장은 “서울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흑산도·홍도 등 섬 지역도 목포까지 고속철을 타고 간다면 하루에 왕복할 수 있다.”면서 “명절에 고향에 가기 위해 주차장 같은 고속도로에서 하루종일 견뎌야 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충청권과 수도권이 합쳐질 것으로 보인다. 비용을 감수한다면 서울에서 대전·천안지역까지 출퇴근과 통학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대학 등 교육기관이 지방으로 분산되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주거지역은 서울과 수도권 주변 도시를 벗어나 충청권까지 확장된다.
레저·관광의 범위는 한층 넓어진다. 영·호남지방이라도 고속철역과 가까운 지역은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 있으므로 주5일제 시행과 맞춰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는’ 주말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대학 관광경영과 권혁률(41) 교수는 “고속철이 개통되면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관광산업이 전국으로 뻗어나갈 것”이라면서 “각 지역에서 특색있는 분야를 발전시킨다면 역 주변을 중심으로 특화된 문화·관광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지방도시 활성화
고속철 개통은 지방도시들을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지난 1964년 신칸센이 개통된 뒤 15년 동안 신칸센이 정차하는 8개 지역의 인구증가율이 1.4%로 전국 평균 1.17%보다 훨씬 높았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는 다양한 개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5월까지 경부고속철 주요 역 주변에만 1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고속철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대전은 역을 중심으로 도시기능을 재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천안역 주변은 종합위락단지와 대학 캠퍼스 등을 갖춘 복합신도시로 개발되고, 경기 광명과 안양 일대 60만평은 택지개발예정기구로 지정돼 중심상업지역으로 개발된다. 2010년 개통 예정인 충북 오송은 중부권의 신흥도시를 꿈꾸고 있고, 김천과 구미에는 첨단복합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하루 15만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역 구내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역에는 백화점 콩코스가 문을 열고, 용산역에도 백화점이 들어선다. 할인점들도 입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RE멤버스 고종완(47) 대표는 “지금까지는 시간거리와 공간거리가 비례했지만 고속철 개통은 이러한 구조를 재편시킬 것”이라면서 “역 주변의 주거여건이 좋아지면서 점차 공단 등이 들어서고 대학과 공공기관이 이전, 지방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驛舍 마무리 한창

오는 4월 고속철 개통과 함께 경부·호남선의 전국 주요 역사(驛舍)가 ‘깜찍한’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된다. 또 광명, 천안·아산역은 고속철 개통에 맞춰 일반인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100년 철도역사의 흑백 사진이 사라지고 현대적·국제적 감각에 맞는 새로운 컬러의 옷으로 갈아입고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통합 서울역사 오픈
지난 12월 18일 기존 서울역과 맞닿은 남쪽에 증개축된 역사가 새로 문을 열었다. 전체 공정률은 99%.지하 2층, 지상 5층의 건물로 전체적인 특징은 활을 형상화해 고속철도의 역동적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00년 5월부터 총사업비 987억원(철도청 125억원,한화역사㈜ 862억원)이 투입됐으며, 상업시설은 오는 6월 완전히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의 역사는 철도박물관 등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하에 환승광장을 신설,서울역과 지하철역을 연결시키고 있으며 역사 2층에 환승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대중교통 연계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 민자역으로 확 바뀌는 용산역
용산 고속철 역사는 경부·호남선과 지하철 1·4·6호선 등 모두 9개 노선이 지나는 철도교통의 새로운 심장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9년 1월 현대역사㈜가 5073억원을 출자한 민자역사로 2005년 9월 완공예정이다. 그러나 역무시설은 고속철 개통에 맞춰 완공된다. 지하3층, 지상9층에 이르는 현대적 친환경 건물을 표방하고 있다. 아울러 주변의 벽산 메가트리움, 대우 트럼프월드3 등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의 공급이 늘면서 대규모 주상복합타운이 형성될 예정이다.
▶ 광명역사 99.6%의 공정률
새롭게 선보이는 역사다. 지하2층, 지상2층으로 건물 외관을 첨단 고속철의 이미지로 장식했다. 2008년까지 정부가 일직동과 소하동, 안양시 석수동, 박달동 등 일대 70만평을 종합환승센터 및 비즈니스·상업·주거기능이 복합된 역세권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교통요지로 발전이 기대된다. 현재 주변도로 및 광장 정비공사 등 막바지 손질이 한창이다.
▶ 천안·아산역사 지난달 완공
역사 명칭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천안·아산역은 지하 1층, 지상4층의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다. 역 설계 개념은 미래 호남고속철 분기점을 고려했으며, 역사 토목구조물로 인한 도시 양분화를 극복하기 위해 동서 관통로 8곳을 설치했다. 총사업비 644억원이 투입됐으며 8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달 완공됐다.
▶ 대전 증축역사는 영업중
총사업비 352억원을 들여 지난 2000년 12월부터 공사를 해왔으며 오는 3월 완공예정이다. 지난해 5월 새로 증축된 역사는 일반인들에게 우선 오픈됐다. 현재 기존 역사의 동쪽 부분에 연결통로 정비 등 마감공사가 한창이다. 전체 디자인은 교통의 요충이자 기술한국의 입지인 대전지역 특성을 고려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 동대구역 주차장시설 대폭 확충
현재 전체 공정률 97%를 보이고 있는 동대구 역사는 397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일부 기능은 지난해 7월부터 영업 중이며 현재 기존 역사 손질만 남겨 놓고 있다. 고속철 개통 이전에 모든 공정이 완공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역광장에서만 출입이 가능했으나 지하철역과도 바로 연결되고 동쪽 효목네거리에서도 진입이 가능토록 했다. 20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을 새로 확보했다.
▶ 부산역사 2월중 증축 완공
76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3년 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전체 공정 3단계 중 1단계는 2002년 11월에 완공됐으며, 2·3단계 공사는 오는 2월 완공될 예정이다.
지상5층 건물이며 배의 용골과 늑골 및 돛대의 상징을 살려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 호남선 역사는 개·보수중
서대전역을 제외한 익산·광주·송정리·목포 역사는 대부분 홈지붕이나 승강장 등을 중심으로 개·보수작업이 한창이다. 서대전역의 경우 지난 2001년부터 153억원을 투입해 현재 9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서대전역은 여자 화장실에 별도의 화장대를 설치, 눈길을 끌고 있다

얼마나 빨리 가나
서울 시내에서 대구까지 가장 빠르게 가려면 어떤 교통편이 좋을까.’
국내선 항공기의 평균 속도가 시속 800∼850㎞이고 고속철이 평균 220㎞로 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비행기 쪽 손을 들어줘야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도심간 이동시간을 계산하기 위해선 도심으로부터의 접근성, 대기시간 및 실제 운항시간 등을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비행기로 서울∼대구간을 이동하는 소요시간을 계산해보자. 승객이 김포공항을 출발, 대구공항에 내리는 시간은 55분. 하지만 승객들은 서울 도심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미 40분에서 1시간을 보내야 했고 탑승수속에도 최소 20분이 걸린다. 이에 대구시내까지 들어가는 시간인 15분을 합치면 총 소요시간은 2시간10분에서 2시간30분이 걸린다.
반면 도심과 도심을 직접 연결하는 고속철은 대구까지 1시간39분이면 충분하다. 서울∼부산,서울∼광주 등 기타 노선도 별반 차이가 없다. 서울역을 출발한 고속철 승객은 2시간40분이면 부산의 중심인 부산역에 도착하지만 항공편 여행자들은 그 시간에 김해공항에서 부산시내로 들어오는 버스 안에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모 항공사 관계자는 “대구 등 일부 구간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고속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교통부와 철도청이 마련한 고속철도운임체계(안)에 따르면 요금은 서울∼동대구 4만원, 서울∼부산 4만9900원 등으로 항공기 요금의 70% 수준이다. 이에 ‘고속철로 인해 최대 80%까지 국내선 항공기 승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국내 항공사들은 “내년부터 항공편 감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고속버스는 ‘레일 위를 날아다닌다.’는 고속철과 비교하면 ‘거북이’신세지만 가격경쟁력에 있어선 탁월하다. 서울∼대전 구간은 고속철 요금이 2만 600원인데 반해 일반 고속버스는 7000원으로 33.9% 수준이다.

고속철 상용화는 ‘꿈의 제동
장치’덕 - 시속 300km속도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분산

열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건 멈출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고속철도가 시속 300㎞라는 ‘꿈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 전동기 덕분이라면 고속철도가 실제로 땅 위를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제동장치와 자동제어장치 덕분이다.
2004년부터 서울과 부산 사이를 달리게 될 한국 고속철도(KTX)의 중량은 780t. 이 열차가 시속 300㎞로 달릴 때 내는 에너지는 코끼리 156마리를 350m 높이(서울 남산 높이가 262m)에서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화해낼 수 없다면 고속철도는 자칫 살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고속철도는 ‘제동장치’를 통해 방출해야 할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고속운행시), 혹은 열에너지(저속운행시)로 전환시켜 다른 열차에 나누어주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제동장치가 고속철도 상용화의 핵심 열쇠라면 열차 바퀴와 레일 사이의 미끄럼을 막아내는 것은 보조 열쇠에 해당한다. 열차는 속도가 빨라지면 미끄럼에 의해 헛바퀴가 도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속도가 다시 떨어진다. 제아무리 최대 속도를 내봤자 소용없다는 얘기다. 고속철도 전동기에 장착된 ‘점착제어장치’는 미끄러지기 직전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신호등 구실을 한다.
제동장치와 점착제어장치 덕분에 빛을 보게 된 것이 바로 전동기다. 전동기는 전기에너지를 바퀴의 회전력으로 바꾸어주는 장치로 KTX에는 모두 12개가 장착되며, 용량 200∼300㎾의 전동기 1개 가 내는 힘은 말 1500마리가 끄는 힘과 같다. 사실 전동기로 힘을 내는 원리는 장난감 자동차나 고속철도나 동일하다. 지하철은 고속철도와 같은 용량의 전동기 16개를 장착하고도 시속 100㎞ 미만으로 달린다. 핵심은 공기 저항과 무게를 최대한 줄이는 것.
고속철도가 무거운 철제 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든 날렵한 유선형 몸매를 갖게된 이유다.

개통때까지의 문제들

완전 개통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남아있다. 경주 이남 노선에 대한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발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생태계에 미칠 영향 때문에 천성산, 금정산 통과를 반대하고 있는 시민·종교단체들을 설득하기 전까지는 완전시공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속철도의 천성산 관통에 반대하며, 비구니 지율 스님이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계속하고 있고 전국 교사와 종교인들이 천성산도 살리고, 지율 스님도 살려야 한다며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또 당초 예정역 외에 오송, 김천·구미, 울산 등 3개 지역에 추가로 중간역을 설치키로 하면서 ‘고속철’이 아니라 ‘저속철’로 전락하게 됐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중간역이 늘더라도 운행시간이나 사업비 등 당초 계획된 고속철도 사업성에 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의식, 급조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등 고속철도 개통을 앞둔 시점에서 ‘옥에 티’로 작용하고 있다. 중 간역으로 추가 결정된 오송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정부가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지가 이전에 비해 20배 이상 뛴 가격에 거래되는 등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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