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 사상 최초 통산 1000승 달성



요즘, 한국마사회가 자리잡은 과천 경마장에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바로 마사회의 대표 기수로 손꼽히는 박태종 기수의 대기록 탄생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야구에 이승엽, 골프에 박세리가 있다면 경마에는 확실히 박태종이 있다.
‘박태종’이란 이름 석자를 들어본 적 있다면 당신은 경마장에 한번쯤 와봤던 사람, 말을 잘 타는 기수로 안다면 경마를 해 본적이 있는 사람이며, 박태종이 언제 1000승을 해낼지 초조해하고 있다면 당신은 경마를 프로야구 중계나 오뎅 국물에 걸치는 소주 한잔보다도 좋아할 사람이다. 지금도 특유의 어눌한 충청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영락없는 시골 아저씨다.
1965년 충청도 진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소박한 10대 시절을 보낸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한다. 운동신경이 좋다는 것 이외에 딱히 내세울 것이 없었던 그는 처음에 포크레인 기사가 되려고 했다고 한다.
“85년도에 기수 모집공고를 봤는데... 단신(短身)이 우대 받는다기에 끌렸지요.”
기수후보생 입시도 재수한 끝에 합격했던 박 기수는 데뷔 당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으나 몇 년 지나지 않아 서서히 유명세를 탄다. “처음에는 말들도 촌놈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았어요. 한참이 지나서야 제 자신을 더 채찍질하게 됐죠.”
1992년 5월 무궁화배 대상경주 우승으로 생애 첫 대상경주 트로피를 거머쥔 박태종은 이후 1996년 한해 102승으로 1년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며 살아있는 경마의 역사가 됐다.
1996년 한해 102승으로 최다승 기록 경신(종전기록: 1985년 김명국 기수 91승), 1996년 1년 580전 출전으로 자신이 1994년 세웠던 최다 출주기록(487전) 경신, 2000년 통산 723승으로 통산 최다승 기록 경신(종전기록: 김명국 기수 722승), 그리고 2004년 1월 3일 현재 994승으로 한국경마 사상 최초 통산 1000승 달성 D-6. 이상이 박태종 기수에 관한 성적표다.
특히 1995년 인도에서 열린 제 24회 ARC(아시아 경마대회)에서 저팬 트로피(1400M)와 말레이·싱가폴 트로피(2000M)를 제패, 국제대회 2관왕에 오르며 세계무대에서 한국경마의 자존심을 세웠다. 박태종 기수의 최근 3년 간 승률은 15,80%. 일본의 오까베 유키오 기수는 15.10%이고 영화 ‘씨비스킷’에도 출연했던 미국의 정상급 기수 게리 스티븐스는 16.80%를 기록했다. 또한 박 기수의 1일 평균 우승횟수는 0.56회이며 영국의 디토리 기수는 0.5회, 키렌 팔론(Kieren Fallon) 기수는 0.3회를 기록했다.
“말을 타는 순간에 가장 큰 희열을 느낍니다. 때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수만큼 멋있는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라고 힘주어 말한 박 기수는 여섯 살배기 딸 수정이를 보며 “본인이 원한다면 커서 여성기수가 되는 것도 멋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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