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李계 VS 친朴계, 당내 세력판도 어떻게 달라질까
친이 당 개혁 드라이브 걸어야, 당권,대권 분리문제로 권력투쟁 양상

지난 12월 19일 17대 대선이 끝난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강재섭 대표, 정몽준,이재오 의원이 앞으로 어떤 구도를 형성하며 당내 세력 판도를 형성해 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입지는 향후 본격화될 정치 새판 짜기에서 이 당선자의 입장 등 복잡한 변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분쟁을 중립적으로 잘 조율해 온 강재접 대표와 20여 년간 무소속을 유지해오다 최근 한나라당에 혈혈단신으로 입당한 정몽준 의원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국정의 동반자’로 나아갈 것인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당선자는 한 때는 적으로 서로를 견제했다가 다시 협력의 관계로 손을 잡았다. 경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두 사람은 검증청문회를 거치면서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자를 둘러싼 BBK의혹과 도곡동 땅, 다스 차명보유 의혹, 경부운하 부당성을 집중 공략했고, 박 전 대표는 정수장학회나 최태민 목사 관계 등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경선이 끝난 뒤 박 전 대표는 약속대로 깨끗이 승복하며 이 당선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회창 후보의 거듭된 구애를 뿌리치며 끝까지 이명박 당선자의 지지를 호소, 이 당선자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 내외 평가다.
이명박 당선자도 지난 12월 20일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 자리를 빌어 박 전 대표의 협조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힘든 가운데서도 전국을 다니면서 응원해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일부 이 당선자 측 내부에선 “어려울 땐 모른척하다가 사실상 대세가 정해진 뒤에야 돕는 척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선거운동당시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라고 수차례 말했고 대선 직전에 유권자들에게 일괄 발송된 공보 마지막장에는 ‘이명박근혜, 이명박이 열어가고 박근혜가 보장하는 국민성공시대가 열립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어 향후 박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박 전 대표 측 일부에선 박 전 대표가 결정적인 고비마다 이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준 데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 당선자가 당권과 공천권, 심지어 정부조직에서도 지분을 나눌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당선자 측에서도 ‘이명박-박근혜’의 밀월관계는 당분간 지속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년 4월 총선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데에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창당할 신당이 대구,경북권과 충청권 공략에 집중할 게 불 보듯 뻔해 지지기반이 겹치는 박 전 대표의 현실적 위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당선자를 돕는 시니어그룹은 어떻게든 박 전 대표를 안고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보수층과 영남권을 업고 독자세력화하면 이 당선자의 정국구상은 초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당선자 주변 주니어그룹의 생각은 다르다.
당선자 비서실관계자는 “당선자 철학에 부합하는지, 인물이 시대에 적합한지, 선거에서 열심히 뛰었는지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을 놓고 공천해야할 것”이라며 “이명박계든 박근혜계든 자격이 안 되면 낙천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표 내부에서도 이 당선자가 변화와 개혁을 앞세워 공천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손발을 잘라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며 일부는 이 당선자로부터 핍박받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총선에서 독자세력화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당권투쟁과 총선 공천 등을 거치며 친이(親李) 그룹이당의 또 다른 한 축인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親朴) 그룹을 자극한다면 당이 분열될 개연성도 있다. 친이 그룹의 당내 입지가 강화된다 하더라도 박 전 대표를 축으로 하는 친박 그룹의 당내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은 여전히 끈끈한 결속력을 앞세워 당권투쟁과 총선에 임할 것이다. 특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 진영을 자극하거나 배제한다면 당이 분열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당권,대권 분리문제 놓고 친이-친박측간의 권려투쟁 양상
한나라당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입장이 바뀐 만큼 새 정부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해 당헌,당규상의 당권,대권분리 원칙을 손질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친이 측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 측은 “벌써부터 권력투쟁에 나서느냐”고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공론화는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인수위가 본격 가동되고 새정부 출범 후 당정관계 재정립 문제가 논의되면 당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당권,대권 분리문제는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맞물려 친이-친박측간의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당선자가 당권을 쥐게 되면 18대 총선뿐 아니라 19대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막강 파워’를 쥐게 된다.
친이측 한 재선의원은 지난 12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참여정부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섣부른 당정분리였다”면서 “당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수행을 확실히 뒷받침하고 책임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정분리보다는 당정 일체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벌써부터 권력투쟁을 위해 당권,대권 분리를 어긴다면 그것이 바로 겸손하지 못한 징조로 보일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덧붙여 “당권,대권 분리는 규정이다. 규정은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정치적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변경된다면 그에 맞는 명백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내야하고, 그것은 당원의 총의, 민의들이 다 감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일등공신 이재오 향후 역할론 주목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확정 이후 대선에서 사령탑 역할을 해 온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일등공신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경선 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해온 당내 친이계의 대표주자다. 이 당선자 승리 이후 그의 복귀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현재 인수위원장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인수위 구성 등과 관련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며 “4월에 총선 준비하기도 바빠 현역 정치인들이 인수위에 관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현재 국회의원인 만큼 그에 걸 맞는 일을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당선자는 ‘6,3 동지회’멤버로 활동하면서 15대 국회 때 나란히 등원한 이래 각별한 사이로 지내왔고 경선 당시 인사 영입과 세 불리기에 큰 공헌을 했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일 당시에는 원내대표로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으나 대선 전 당내 친박계 의원들을 향해 “아직도 경선 중인 걸로 착각하는 세력이 당내에 엤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고 박 전 대표로부터 “너무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는 비난을 받고 결국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났다.
경선 이후 줄곧 박 전 대표 진영과 큰 갈등을 빚어온 이 의원은 대선을 불과 한 달여 남겨둔 지난 11월 8일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하고 ‘토의종군’을 선언했었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직 사퇴 이후 각 지방을 돌며 지원유세를 하는 등 여의도 대신 현장으로 물러나 있었다.
지난 12월 19일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에 출연해 “우선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또 하나는 지금의 경제를 살려달라는 게 핵심”이라며 “대통령의 자질 중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경제를 살릴만한 사람은 이명박 후보라는 것이 국민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입력돼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지금 중요한 것은 4월 9일 총선에서 저희 한나라당이 과반을 확보해야 진정하게 이명박 대통령을 뒷받침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개혁과 의지는 필수적 덕목” 당 개혁 의지 밝혀
혈혈단신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도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거 막판에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정몽준 의원은 지난 12월 3일 한나라당 입당선언을 통해 “오늘의 야당은 과거 집권시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국정철학을 제시하는 것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동참하겠다”고 당 개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정 의원은 “끊임없는 개혁과 변화는 보수에도 필수적인 덕목”이라며 “폭풍과 같이 몰려오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기본가치를 보전하려는 것이 미래를 지향하는 새 보수의 입장”이라고 강조, 이는 곧 당내 친이계가 주장하고 있는 ‘개혁드라이브’에 찬성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입당에 앞서 이 후보와 모종의 약속을 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당권을 잡고 있으며 올해 7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강재섭 대표 역시 공천에 미칠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강 대표는 16대 대선 출마 경험과 울산 지역 등에 현실적 지지세를 바탕으로 당 착근 및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가 이 당선자의 득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 강재섭 대표는 12월 2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지도체제가 7월까지 가는데 그 전에 당헌,당규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것이 야당일 때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치열한 공천 경쟁에서 현재 당권을 잡고 있는 강재섭 대표도 눈여겨 봐야한다. 강 대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올 7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강 대표는 친이-친박 양 진영 사이에서 거중 조정자 역할을 하며 자신의 당내 입지를 강화 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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