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금융 전쟁 중 ‘국부펀드가 몰려온다’
규모만 2조 9,000억 달러 넘어,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부상

최근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국부펀드가 2015년에는 지금의 3배가 넘는 10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국부펀드는 중국과 중동 산유국 등이 넘치는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금융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최근 급등하는 원유 가격에 따라 산유국들에 유입되는 현금이 증가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짐에 따라 이에 기반 한 국부펀드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 활동에 나서고 있다.

매년 1조 달러의 규모로 성장, 세계는 지금 국부펀드 열풍
국부펀드(SWF:Sovereign Wealth Fund)란 정부가 외환보유액과는 별도로 수익성 제고를 목적으로 운용하는 대외투자용 펀드로 지난 197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현재 약 30개국이 최대 2조 9,000억 달러로 세계 외환보유액(5조 달러)의 약 60%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의 0.5조 달러에서 17년간 약 5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로 2012년에는 7.5조 달러 2015년에는 1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부펀드는 지난 1953년 쿠웨이트가 석유판매 수입을 재원으로 쿠웨이트 투자위원회를 설립하고 런던에 투자사무소를 개설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설립취지는 일부 국가들의 경제적 안정성 유지와 부의 저장을 위한 재원 마련으로 주요 재원도 조달이 손쉬운 정부 소유의 원자재 수출액이나 기업의 원자재 수출에 부과한 세금에 기반을 두고 있다. 때문에 현재 국부펀드의 보유국 중 상당수가 산유국과 개발도상국으로 현재 운용중인 국가는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노르웨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30여 개국으로 향후 선진국의 참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세계 국부펀드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큰 중동 및 아시아수출국 등 대부분 개도국들에 의해 운용되며 펀드 유형별로는 원유 등 원자재수출국의 상품펀드가 71%, 비상품 펀드가 29%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51%, 아시아가 2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국부펀드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투자공사(ADIA)로 8,700억 달러를 굴리며 전 세계적으로 100억 달러(약 10조원) 이상의 자산 규모를 가진 국부펀드만 해도 20개 정도에 이르고 있다.

개도국들의 국부펀드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
국부펀드는 2000년대 들어 산유국가와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산유국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신흥시장국은 무역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이미 1973년부터 중동국가들은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하는 국부펀드를 설립해 활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투자공사가 8,700억 달러, 쿠웨이트가 2,50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는 3,000억 달러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리비아도 4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설립해 세계 자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4년 러시아를 비롯해 2006년 호주, 그리고 2007년 한국투자공사(KIC)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현재 러시아는 추가로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준비 중이며 중국은 2,000억 달러의 중국투자공사(CIC)가 지난 2004년 9월 말 공식 출범,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부펀드 출범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볼리바아, 나이지리아 등과 같은 개도국뿐만 아니라 세계 2위 외환보유액 보유국인 일본도 지난 2007년 7월 싱가포르의 Temasek을 모델로 한 국영투자기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지가 보도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석유수출국과 자산비중이 7대 3 정도이지만 앞으로 신흥시장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여 산유국과 중국 등 개도국들의 국부펀드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보유 외환의 다각화를 통한 안정성 확보와 수익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중국, 싱가포르가 운용하는 국부펀드들은 지난해 이후 주요국의 증권거래소나 은행, 사포펀드 등 수익성이 높은 금융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2022년에는 국부펀드가 28조 달러로 늘어나 외환보유액 13조 달러의 2배를 상회하고 세계 전체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잉여외환보유액이 클수록 국부펀드 규모도 커
현재 국부펀드 규모는 세계 국채발행 잔액의 12%, 미 증시 시가총액의 19%, 세계 파생상품시장의 30%, M&A거래규모의 83%에 해당하며 헤지펀드 자산규모 1조 5,000~2조 달러를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펀드 유형별로는 원유 등 원자재 수출국의 상품펀드가 71%, 비상품펀드가 29%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51%, 아시아가 29%를 차지한다. 뉴욕타임즈는 중동의 산유국들의 오일달러는 무려 4조 달러에 달한다고 밝히며 이들이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북아프리카, 동유럽 등 발전 속도가 빠른 이머징마켓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고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산업, 환경산업 등에도 투자하는 등 투자지역과 업종을 다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펀드 규모의 확대와 함께 달러 약세화로 인해 주요 투자대상인 미국 국채수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부펀드가 최근 선호하는 투자대상은 성장성이 높은 신흥 국가의 주식으로 국부펀드 자금이 미국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서 빠져 나와 신흥국 증시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국부펀드는 국채 등 안전자산 중심의 보수적 외환운용에서 벗어나 주식, 파생상품 등 채권 이외의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 사모펀드,헤지펀드 투자 등 고수익 위험자산을 포함한 다양한 자산에 투자된다. 싱가포르 테마섹의 경우 설립이후 최근까지의 연평균 수익률이 19%에 달하고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도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도 국부펀드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보험, 연금, 뮤추얼펀드 등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현재도 이미 헤지펀드를 능가하고 있다.
국부펀드가 이같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국제원자재가격 급등과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적자 지속으로 인한 개도국들의 외환보유고가 빠르게 증가한 것이 1차적 원인이다. 외환보유액의 적정수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개도국들의 잉여외환보유액이 1조 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것이 국부펀드의 운용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잉여외환보유액 규모가 큰 상위 10개 개도국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잉여외환보유액이 클수록 국부펀드 규모도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즈지는 지난 6개월간 전 세계 상위 20위 국부펀드들이 투자한 금액은 약 260억 달러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 중동 및 아시아지역의 자금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06년 말 기준 약 1조 4,000억 원 달러의 외환을 보유,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도 경제 성장으로 외환보유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고위험 자산 투자, 2010년 국부펀드 자산규모가 더 커질 듯
당분간 국부펀드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별 국부펀드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이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경상수지 흑자의 규모, 외환보유고 중 국부펀드로의 전환비율, 국부펀드 자체 투자수익률 등을 보면 향후 성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금융기관들은 이르면 2010년 무렵부터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보다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변화하기 시작한 국부펀드가 이제는 단순히 국가 경제의 안정성 유지나 부의 저장을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발전할 소지를 보이고 있다. 근래 들어 국부펀드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입증한다. 또한 원유 등의 상품 수출국 뿐 아니라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지 않는 국가들의 국부펀드 설립도 많아진 것도 그 이유다. 중국처럼 경상수지 흑자국이나 정부의 재정 상태, 외환보유고에서 여유분이 있는 국가들이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 Euromoney나 Mckinsey에서 발표한 국부펀드 관련 자료들은 국부펀드들이 수익성 향상을 위해 주식 등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부펀드가 고위험 자산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2000년대 이후 설립된 대다수 국부펀드들의 투자 성향을 살펴보면 중동, 중국, 싱가포르가 운용하는 국부펀드들은 2006년 이후 주요국의 증권거래소나 은행, PEF 등 수익성이 높은 금융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린 반면, 최근에는 채권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지분이었다. 현재 이들이 확보한 지분율을 보더라도 10~70%에 달하고 있어 기업 경영권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1990년대 이전에는 원유 등의 원자재 수출액을 기반으로 하면서 포트폴리오 투자펀드의 성격을 지녔다면 지금은 중국의 중국투자공사나 싱가포르의 테마섹 및 근래 설립된 중동의 국부펀드 중 다수는 전략적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국부펀드의 전략적 투자 성향은 국부펀드가 설립에서 투자까지 활동 전반에 걸쳐 민간 금융자본들과 다른 면모를 보이는 투자기구라는 점에서 잘 나타난다. 특히 자금 운용의 주체 자금의 원천, 운용 목적 등 금융자본의 성격을 파악하는 주요 잣대로 비교하면 민간 금융자본과 전혀 다른 속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부펀드는 정부가 그 주체로 장기적 성장 기반 확보 등 국가 경제 차원의 전략적 동기를 개입시킬 여지가 크다. 이 같은 전략적 동기가 부여되면 투자 성과는 단기적인 투자손익에 구애 받지 않을 수 있다. 또 투자재원을 내부적으로 조달하마로 수익상환 부담이 없다는 점 또한 투자기간의 제약을 없애는 요인이 된다.
특히 국부펀드는 정부가 유일한 투자자이므로 민간 금융자본들처럼 투자자보호를 위한 정보 공개의 의무를 질 필요가 없다. 이런 정보의 비공개성은 국부펀드의 투자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라든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 선진국들의 많은 우려를 야기하는 주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부펀드에 대한 경계 확산
국부펀드는 신용위기가 본격적으로 심화되던 2007년 중반, 글로벌 유동성의 신규 공급자로 환영 받았으나 지금은 투자활동에 대한 선진국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시장의 구도를 변화시키거나 글로벌 경제의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현재 개도국들의 국부펀드를 통한 선진국 주요기업 인수합병 등 전략적 투자확대 우려가 확산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부펀드 운용의 투명성 제고 압력, 자국기업 보호 확대 등 국부펀드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이 국부펀드를 이용하여 전략적 목적으로 선진국의 통신, 에너지, 금융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경우 국가안보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개도국이 국부펀드의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하여 환율개입, 공정경쟁 저해 등 국제경제 여건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 시키는 데 이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개도국들은 그동안 자본자유화를 추진해 오면서 시장규율을 강조했었던 선진국의 국부펀드 규제강화 움직임에 반발해 왔다. 이에 따라 국부펀드를 통해 선진국 주요산업에 대한 투자,인수를 확대하려고 하는 개도국과 자국의 기간산업을 보호하려는 선진국 간 마찰이 빈번해지면서 보호주의가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엔 일단 국부펀드가 일반펀드와 달리 대부분 펀드 운용 및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데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는 1981년 설립 이후 지난 2006년 창립 25주년을 맞을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자산규모와 투자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전 세계 국부펀드 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투자공사(ADIA)는 설립 후 30여 년간 운용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한 차례도 없다.
헤지펀드보다 더 운용내역이 불투명해 각종 루머를 양산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띠고 있다. 또 일반 투자펀드보다 투자기간이 길고 각 나라의 전략사업 및 천연자원 투자 등으로 인해 투자논리 혹은 경제논리가 작동되지 않는다. 이에 선진국들은 개도국 국부펀드에 대해 투명성 제고 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자국산업 보호 및 국부펀드 견제장치마련에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이 국부펀드의 자산운용에 관한 국제적인 행동규범을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독일은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와 같이 국부펀드의 자국기업 투자를 감시,제어할 수 있는 기구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프랑스와 공동으로 EU 및 G7차원에서 국부펀드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Almunia EU 집행위원은 투자대상, 운용기준, 투자구성 등의 측면에서 투명성을 제고하지 않을 경우 국부펀드들의 선진국 전략산업 투자 시도에 대해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형 국부펀드 한국 등 신흥시장국에 대한 투자 확대
국내 역시 해외 대형 국부펀드들이 신흥시장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이에 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국부펀드들은 고성장 등으로 상대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높은 중국 등 아시아국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타르 쉐이크 하마드 총리(카타르 투자청 최고책임자 겸직)는 아시아지역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4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언급했으며, 쿠웨이트 투자공사도 미국과 유럽 투자 비중을 90%에서 70%로 줄이는 대신 중국, 인도 등 아시아지역의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대한 투자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5일 2,000억 달러의 규모의 국부펀드를 출범시키며 해외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중국의 대 한국투자에 본격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의 서장문 박사(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주임)는 “한국은 2005년 말 기준으로 홍콩, 케이먼제도, 버진구도에 이어 중국의 제 4대 투자대상국으로 우수한 인적자원과 뛰어난 IT 및 물류 기반을 갖추고 있어 중국 투자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향후 자동차,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분야 등에 대한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영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중국은 현재 과거의 양적 투자 유치전략에서 첨단기술 분야 등에 대한 선별적 유치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은 중국의 투자환경 변화에 따른 자금조달, 인력관리, 비용증가 등에 대한 리스크 요인을 보다 면밀히 진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팡질팡 제 길 찾지 못하고 있는 KIC, 국제적인 경쟁 불가능
지난 2005년 7월 1일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효율적으로 운용,관리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고자 재정경제부가 한국투자공사(KIC: Korea Investment Corporation)를 출범시켰다. 설립 당시 운용자금은 200억 달러로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했으며 현재까지 123억 달러가 투입된 상태다. KIC는 국내·외 투자은행 등으로부터 시장정보를 획득해 자산을 운용하거나 자산위탁을 통한 해외 유수 금융기관의 국내 유치 촉진을 목표로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대외신인도의 안정적 관리와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아시아 3대 금융허브를 달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자금원 등에 대한 한국은행과의 갈등과 미진한 수익률로 비판의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장범식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국부펀드는 투자결과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2~3년 만에 투자성과를 기대하는 풍토는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홍재문 재경부 금융허브기획과 과장은 “우선 KIC의 당초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자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현재 KIC는 대부분의 투자를 간접투자로 하고 있는데 해외 금융시장에서 직접투자 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성태 총재는 “국부펀드 재원을 외환보유고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KIC가 국부펀드 역할을 하려면 다른 곳에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 규모로는 국제적인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현 자금 규모 면에서도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즉 추가적인 자금 확충이 시급한 시점인 셈. 윤창현 교수는 “외환보유고 기준으로 500억 달러, GDP 대비로 1,000억 달러는 국부펀드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C도 외국의 국부펀드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한은이나 재경부에서 추가로 위탁받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한은이 추가 위탁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60여 개 공공기금 중 일정부분을 위탁받는 형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싱가포르투자청(GIC)이나 테마섹의 공격적 경영이 회자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KIC는 운영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복잡하다. 투자성과를 높이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에 태생적 장애요인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추가적인 전문 인력 확보도 풀어야 할 숙제다. 테마섹의 경우 20여 개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전문가 300여 명이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KIC는 전체 인원 50여 명, 투자인력 30명으로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한편, 중동과 러시아의 오일달러에 의한 국부펀드와 싱가포르나 우리나라의 국부펀드에 대해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동과 러시아의 국부펀드는 원유 등 원자재 판매수익이 국내 금융시장이나 중앙은행을 통하지 않고 곧바로 국고로 유입된 자금이 펀드화함으로써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외환보유고를 위탁받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경우 자칫 손실이 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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