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년 왕조의 장엄한 기품을 되찿아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뒤 경복궁 복원이 계속되는 가운데 개보수에 들어갔던 근정전이 3년 10개월 만에 우아하고도 장중한 새 모습을 드러냈다.


'부지런히 정사에 임하라'는 성리학적 정치 이상을 그 이름으로 한 근정전은 처음으로 지어진 608년,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다시 지어진 지 138년만의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끝났다. 이 날 준공식 행사는 정부와 문화 예술계 인사를 비롯한 시민 3만 8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중요 무형문화재와 국립국악원 무용단 초청 공연이 열린 가운데 준공식 전후로 재현된 고종 황제 등극 의례는 '고종실록'과 '고종의궤대례'를 바탕으로 1897년 대한제국 당시의 의식을 복원한 것이었다. 황제의 등극에 앞선 제사와 황제로 즉위하는 등극의(登極儀), 환궁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어가행렬(御駕行烈) 등 왕국에서 황제국으로 격상됐음을 대외적으로 선포한 이의식의 재현은 제 모습을 되찿은 근정전의 기상과 잘 어울렸다.


2001년 1월부터 진행된 근정전 보수공사는 72억 2500만원이 투입된 큰 공사였다. 문제가 되었던 건물을 지탱하는 4개의 주기둥을 모두 교체하고 지붕에 쌓인 보토(補土)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2층을 완전히 해체한 뒤 재조립했다. 콘크리트로 변형된 내부 바닥을 뜯어내고 단 청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되었다.건물의 외부 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도 정조 연간의 '정아조회지도(正衙朝會之圖)'의 배치를 근거로 용문의,일월오악병풍, 금보 등 168점의 궁중물품을 제작, 전시하게 된다.
하지만 20년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복궁 복원정비사업은 이번 근정전 준공으로 50% 정도가 끝났을 뿐이다. 총 사업비 1789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으로 일제에 의해 파괴댔던 조선왕조의 정궁(正宮)뿐 아니라 뒤틀려졌던 역사가 제 모습을 찿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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