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아시아 경제에 걸림돌은 무엇인가
고유가와 달러약세는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고민거리이다.
현재 세계 경제의 핫이슈는 달러약세와 고유가이다. 그로 인해 미국의 경제는 날개 없이 추락을 하고 있는 중이다. 금리인하라는 버팀목이 사라지고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증시에 대한 악제가 쏟아져 나오며, 업친데 덮친 격으로 유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달러가치의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 되고, 투기자금이 금융시장과 원유, 원자재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유가 상승폭이 더 확대되고 있다. 국제 석유시장을 둘러싼 악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로 흔들거리는 세계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전망되고 있다.


멈추지 않는 미국 달러약세
현재의 달러약세는 이미 2000년 이후 미국경제의 침체, 2000년 9·11 테러, 2001년 엔론의 파산 이후 계속해서 나타난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 미국의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 등으로 달러에 대한 신인도가 크게 하락하면서 2002년부터 나타났다. 당시 달러약세는 그렇게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부시 행정부가 펼친 감세정책으로 민간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군비지출이 증가하면서 내수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며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이에 기초한 소비자 부채 절감을 통해 소비를 부추겨 2003년부터 미국경제가 다시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 들어 미국경제의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부시 행정부가 약한 달러정책을 강력하게 시사하자 달러약세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고 감세정책으로 인해 재정적자는 크게 늘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이 2001년 0.9% 흑자에서 2004년 3.7% 적자로 반전되었다. 또한 고유가와 대중무역 적자로 GDP대비 경상수지적자 비율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 또한 쌍둥이 적자가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시 행정부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달러약세를 용인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2004년 11월 재선 확정 이후 부시 대통력은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약한 달러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하게 시사해 왔다.


1970년대 이후 달러약세의 역사
지금의 달러약세는 세계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처음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발전과정에서 세 번째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첫 번째 미국달러의 약세는 '닉슨 쇼크'라 불리는 1971년 금태환정지이후브레튼우즈체제의붕괴와함께시작해서약 7년 2개월(1971년 7월∼1978년 10월)간 지속되었다. 당시 미국달러 약세는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1960년대 말부터 세계경제는 자본축적이 힘들어지고 이윤율이 하락하며 공황에 빠지게 되었다. 거기에 세계경제의 침체와 함께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자 기축통화인 미국달러의 신뢰도가 흔들리게 되었다. 닉슨 행정부는 1971년 금태환정지를선언하고 1973년 고정환율제도가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한 후 달러약세가 지속되어 세계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다.
두 번째 달러화 약세는 1985년 9월 22일G5(미국·일본·영국·서독·프랑스) 재무장관들이 모여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달러약세를 공동으로 유도한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1980년대 중반 세계경제는 경기침체에 들어섰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재정지출을 늘리고 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군비지출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재정적자가 심각하게 확대된 상황이었다. 이렇게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은 수입품을 계속 구매하며 경상수지 적자도 폭도 확대되었다. 주요 선진국들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세계경제의 동반추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따라 '플라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플라자 합의'의 핵심은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고, 유럽과 일본은 자국 통화가치를 절상시키며, 국내경제의 부양을 위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달러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낮춰 미국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다른 나라들은 내수증진을 위해 미국과 같이 금리를 낮췄다. 이에 따라 당시 1달러당 260엔 대를 보이던 달러는 약세로 반전하며 10년간에 걸친 장기하락 추세로 진입하여 1995년 4월에는 달러가 엔에 대해 사상 최저 수준인 80.6엔, 독일 마르크는 1.36마르크까지 하락했다.
지금의 세 번째 달러약세는 이전 시기의 달러약세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있었던 두 번의 달러약세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 달러 신뢰도의 하락, 경제성장의 둔화와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달러약세도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세계경제의 성장둔화, 부시 행정부의 약한 달러 용인정책이라는 점에서 이전 시기 달러 약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달러약세가 있기 전에 대규모 전쟁이나 군비지출(첫 번째 시기는 베트남 전쟁, 두 번째 시기는 레이건의 별들의 전쟁, 세 번째 시기는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세 번에 걸친 달러약세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달러약세는 과거의 달러약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차이는 1970년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달러약세가 일어났을 때 유럽과 일본의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거나 안정적인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과거 달러약세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으로 세계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려고 노력한 것과는 달리 유럽과 일본은 최근 달러약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2004년 하반기 엔화절상에 대해 정부개입을 전혀 하지 않았고 유럽도 유럽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 중심의 정책을 수행하면서 높은 기름 값에 대응해 유로강세를 용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과거처럼 달러약세로 발생하는 문제를 감당할만한 경제여건을 가진 선진국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달러약세가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무엇보다도 달러약세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절상을 가져와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은 줄어들고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무역수지와 국내총생산을 감소시키며 기업의 수출 채산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은 자국 수출경쟁력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달러 보유율을 높여 통화절상을 막아 무역수지 적자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절상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외환보유액의 가치가 절하되면 달러로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통화 기준으로 엄청난 자본손실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약세로 이미 많은 손실을 보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통화절상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달러보유액을 축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외환보유를 유로화나 엔화 등으로 다각화하게 되면 달러가치는 더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더욱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절상을 통해 미국경제의 부담을 넘기려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1,240억 달러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많은 부분이 중국의 수입품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려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약세에 따라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으며 위안화 평가절상이 가져올 투기자본의 공격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중국정부는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위안화 평가절상을 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정부는 "미국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경제 발목 잡는 국제유가 상승
국가 에너지원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석유로 요즘 국제 유가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중동 발에서부터 미국 텍사스까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국제 유가의 흐름은 가장 먼저 우리의 일상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에 조금씩 인상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거의 배럴 당 1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배럴 당 50달러 미만이었던 것이 몇 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특히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많은 원유의 수요를 요구하고 있으며, 원유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의 정세불안과 일부 석유 판매상들의 투기적 수요와 개별 국가에서의 석유에너지 수요의 급증적 구조 등으로 인하여 국제 유가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의 공통된 현상이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체에너지인 원자력이나 수력 등의 개발과 이용을 촉진하는 활동이 매우 다양하게 전개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석유자원을 대체할 에너지원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원유 수입물량을 크게 줄이기가 어렵다. 때문에 국제유가의 상승은 바로 원유수입 금액 증가로 연결된다. 반면, 수출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수입증가, 수출감소, 그리고 국내물가의 상승에 따른 소비 및 투자 심리의 위축은 국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의 둔화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유를 전부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변동에 맞춰 원유 수입물량을 조절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 중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에 12.9%에서 2005년에는 16.3%로 확대되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82억 달러의 적자요인이 발생한다. 또한 유가상승은 기업의 비용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여 직접적으로는 수입 및 생산자 물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경로를 보이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10% 상승시, 비용인상형 인플레이션이 작용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는 0.92% 포인트 상승압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처럼 유가 상승이 산업별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산업에서 원유나 석유제품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한국은행의 「2000년 산업연관표」를 통해 국제유가 상승이 각 산업의 제조원가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0% 상승하는 경우 전 산업으로는 제조원가가 0.4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1990년(0.31%)과 1995년(0.23%)에 비해서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최근 들어 유가변동의 영향이 높아진 것은 2003년 이후 유가수준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데다, 여전히 우리 경제는 에너지 이용의 비효율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유가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은 이유는 주력업종인 전자, 자동차 등의 수출이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고, 이들 산업은 에너지 절약형 산업으로 고도화되고 있어 유가급등의 영향에서 다소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되고, 이로 인해 세계 경기가 둔화될 경우에는 이들 주력업종의 경영 부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고유가 지속에 대한 대응 모색해야
산업별로는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는 경우 서비스업은 비용상승 효과가 0.19%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제조업 중에는 석유 및 석탄 산업의 제조원가가 5.70% 상승하여, 비용상승 효과가 가장 컸으며, 다음으로 비금속광물제품(0.60%), 화학제품(0.51%)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전자(0.10%) 및 정밀기기(0.14%) 등은 제조원가 상승 부담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운수 및 보관업(0.75%)과 전력·가스 및 수도업(0.21%) 등을 제외하고는 유가상승의 영향에 따른 비용부담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경우에 생산비 상승 요인이 큰 것은 이들 산업의 특성상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에너지 효율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제품 생산 자체를 감축하지 않는 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에는 많은 제약들이 상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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