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헤이쥬의 퇴사 후 스위스 트레킹여행

저자 여행자 헤이쥬 | 출판사 더시드 컴퍼니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IT 업계에서 워킹 좀비가 된 지 어느새 15년차. 세상의 속도에 매몰되어 숨이 쉬어지지 않던 어느 날,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기에 여행을 시작한 여행자 헤이쥬.

직장인으로 살았던 시간에 ‘퇴사’를 결정하게 한 것은 29살에 끄적거렸던 꿈인 ‘외국에서 살아보기’와 ‘배낭여행 떠나기’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아, 더 이상 미루면 포기해야 할 것만 같아 시작했기에 처음부터 여행의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게 목적지도 없이, 언제 돌아올지 모를 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워밍업을 위해 선택한 곳은 필리핀. 이곳에서 여행자 헤이쥬는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에 충실했다. 매일 아침 출근 대신 발길 닿는 골목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걷는 일’임을 깨닫고는 길 위의 여행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여행’으로 무작정 필리핀으로 떠나온 6개월간 여행자 헤이쥬는 자신의 일상을 다르게 기록했다. 매일 아침 똑같은 하루로 기록되던 다이어리에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는 날들이 늘어갈수록 행복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운명처럼 스위스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뺏겨버린 후부터는, 등산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그녀를 꼭 안아 품어줄 것 같은 스위스로 트레킹을 떠나기로 한다.

초보 트레커인 그녀에게 산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가던 길을 몇 번이고 되돌아와야 했고, 바로 눈앞에 두고도 오를 수 없던 몽블랑은 끝내 그녀에게 ‘다음’을 배우게 했다.

하지만 여행은 막다른 길을 제공하는 대신에 또 다른 기회의 길의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되고, 지도 한 장 없이 오른 절박한 길에서 만난 이들은 그녀에게 기꺼이 동행이 되어주기도 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숙소에서 만난 낯선 이는 선뜻 따뜻한 호박수프를 건네오기도 했다.

여행에서 제일 잘한 일은 끊임없이 ‘걷기’와 예상치 못한 ‘순간의 기회’를 잡는 것이라 말하는 그녀는 자신을 닮은 커다란 ‘산’을 하나 품고 돌아왔다. 여행은 떠나는 것보다 떠나기로 마음먹는 순간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이 그 ‘누군가’에서 ‘나’로 바뀌는 기적 같은 시간을 경험했기에 일단 ‘용기를 내는 순간 모든 것은 변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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