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의 ‘아픈 손가락’, 60만 재일조선인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재일조선인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 직전인 52년 4월 19일의 법무부 민사국장 통달에 의해 재일조선인의 ‘일본국적 상실’이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재일조선인은 일본 국적을 ‘상실’하게 되어, 외국인등록법과 입관령이 규정하는 ‘외인’으로 다시 일본법 안에 편제된다."

저자 정영환| 옮긴이 임경화 | 출판사 푸른역사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는 재일조선인 3세 역사학자 정영환이 2013년에 일본에서 출간한 <朝鮮独立への隘路: 在日朝鮮人の解放五年史>(法政大学出版局, 2013)를 번역한 것이다. 

저자는 1945년 해방의 날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한반도로 귀환하지 못하고 일본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했던 해방 5년의 역사를, 실로 방대한 자료를 구사하며 다각도로 분석했다.   

일제강점기 고향을 등져야 했던 수많은 재일조선인은 우리 민족의 '아픈 손가락'이자, 그들의 활동은 한국 현대사의 ‘빈 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90년대 이전 한국사회에서 재일조선인의 존재는 분단의 상흔을 드러내거나 또는 독재정권이 분단체제의 유지를 위해 활용되는 '희생양'으로만 조명을 받았다. 

사실, 그간 우리 사회나 학계는 일제 패망 이후의 재일조선인을 마치 그 이전에 아무런 전사前史나 역사적 배경도 가지지 않은 일군의 사람들로, 또는 전후 처리 ‘문제’의 일환이나 전후 처리의 대상으로 다루는 경향이 짙었다.

이 책은 이 같은 시각을 거부한다. 대신 재일조선인은 ‘문제’로 취급될 대상이 아니라 독립을 향한 험난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역사의 '주체'였다는 치밀하게 입증해낸다. 그러면서 과연 재인조선인은 일제 패망으로 '해방'되었는지, 식민주의는 현재진행형인지를 엄중히 묻는다. 

그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가, 국내 학계가 소홀히 해온 민족사로서의 재일조선인사를 천착한 이 책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가 주목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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