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으로 정리한 선동선전 기술과 활용법

"선동선전이라 해서 나쁠 것은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너무 저급하여 보기에 역겹거나 그 시도가 너무 비열하여 인간의 마음을 무의식적으로나마 움직이려는 노력조차 없이 그냥 기계적으로 찍어내듯 마구 선동선전을 파급시키는 반칙행위까지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 최성환 | 출판사 인간사랑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요즘 우리나라에서 자주 듣는 선전선동 용어는 "아니면 말고"이다. 그런데 이 말은 왜곡되어 사용되고 있다. 왜냐하면 원래의 문법적 의미와 다르게 잘못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에 "좀 깎아주세요" 혹은 "물건이 왜 이따위예요?"라는 손님의 말이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기에 당신한테 안 팔아도 좋으니까 "다른데 가보시요"의 뜻으로 "아니면 말고"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즉 상대를 쫓아내거나 내가 한 발 물러설 때 사용하는 회피성 표현인 셈이다. 

국어에서 '아니면 말고'의 정확한 뜻은 우리말 뉘앙스를 따져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다짜고짜로 '싫으면 관둬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그 의미가 많이 변형되어 무책임하게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대응방식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 

정확한 근거 없이 일단 먼저 상대방을 비난한 후, 근거가 나타나면 몰아세우고,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라면, 되었으니 그냥 없던 일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이것은 무책임한 어법이며 모욕에 가까운 행위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언쟁이 너무 싱겁게 종결되고 만다. 우리 문법에 맞게 쓰자면 "아니면 됐고(되었고)"라고 해야 한다. "아니면 말고"보다 "아니라면 됐고"의 의미가 더 찰진 이유는 "그래 이 문제는 아니면 됐고, 그럼 이건 또 뭐냐?"는 식으로 더 물고 늘어질 여지가 남아 있기에 훨씬 더 지속성 있는 효율적 공격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선동선전 기술을 넘어 그 전술의 활용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따라서 도둑질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기수법을 알려드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도둑을 막고 사기를 피하는 방법을 설명해 놓았다고 봐 주시면 좋겠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할 점은, 책 안에 필자가 의도하는 아주 다양한 선전선동 전법이 사용되고 있으며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속지 않도록 유의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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