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어떤 길 위에 놓여 있습니까?”

(시사매거진258호=공병오 여행가) 세계유네스코유산에 등재 된 길, 전세계 사람들이 미쳐 있는 길, 한 번 가면 또 간다는 길, 그리고 언제나 정답이 없는 길 바로 스페인의 ‘CAMINO DE SANTIAGO’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9월에 이어 산티아고 순례 구간(CAMINO FRANCES), 특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자료제공_산티아고 순례 전문 여행사 / 산티아공 투어)

구간특징 (CAMINO FRANCES)
150여 개의 마을을 지나 세상의 끝에서 순례 마무리

스페인 북동쪽에서 북서쪽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프랑스길 여정은 4개의 자치 지방을 지나가게 된다. 스페인은 17개의 자치지방 속에 50개의 주가 속해 있으며, 우리가 지나가게 될 지방은 나바라, 리오하, 까스띠야 이 레온, 갈리시아 순서이다. 스페인은 남쪽에 비해 북쪽이 소득과 생활환경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순례길에서는 조금은 예외다. 프랑스 길에서 150개 이상의 마을을 지나가게 되는데, 큰 도시를 제외하면 젊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을이 고요하다. 이 150여 개의 작은 도시들의 수입이 순례자들로 인해 생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젊은이들은 상업의 중심 도시들로 이동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마을엔 자연스럽게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아 영어가 통용되지 않을 때도 간혹 있다.

먼저, 생장에서 시작하게 되면, 전체 코스 중 가장 힘든 코스인 피레네 산맥(나폴레옹 루트)을 넘게 된다. 해발 1400m의 이 루트는 비수기,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통제하게 된다. 통제 된 길을 무시하고 가는 순례자들도 간혹 있지만 정말 죽을 수도 있다. 외국에서 금지하는 건 안하는 게 상책! 출발 전 순례자 사무실의 주의 사항을 잘 들어야 한다. 거의 20km 이상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산장이 한곳 있지만 먹을 것과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중간에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보충하여야 한다.

나바라 지방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가게 되면, 다소 평이한 코스가 펼쳐진다. 나바라의 주도인 팜플로나(이루나)도 지나가게 되는데, 이 도시는 산 페르민 축제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도시이다.

하지만 대도시라고 꼭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 대도시의 경우 들어가고 나올 때 긴 포장도로를 걷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고도가 높은 길보다, 이러한 포장도로에서 발이 많이 상한다. 무리하지 않게 천천히 걸으며 적당히 쉬어주도록 하자.

다음으로 지나가게 될 지방은 라 리오하 지방이다. 이 곳은 와인이 굉장히 유명한 지역이며, 굉장히 작은 지방이지만 그 지방의 주도인 로그로뇨를 지나가게 된다. 프랑스의 와인 경작 양조로 유명한 보르도와 유사하여 유명해졌다고 한다. 와인이 유명한 만큼 타파스(한입거리의 안주, 식사)도 매우 다양하다. 타파스 거리가 있고 타파스 투어를 이용하여 저렴하게 여러 가지 음식, 와인을 즐길 수도 있다. 순례길이지만 이러한 곳에서는 한번쯤 쉬어가도 좋지 않을까.

이곳 리오하 지방도 나바라 지방과 마찬가지로 큰 산은 없지만, 중간 중간 작은 오름이 있다. 이쯤 되면 여기저기 쑤시던 몸들이 적응하기 시작한다.

다음 지나가게 될 지방은 까스띠야 이 레온 지방이다. 이 지방은 스페인에서 가장 크며 유럽 통틀어서도 아주 큰 지방이다. 실제로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무는 지방이다. 이 곳의 특징은 길은 고도가 거의 없이 평이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진 밀밭을 걷게 된다. 메세타(고원지대, 마치 사막과도 같은)구간이다. 메세타 구간을 다소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매체로 접하는 순례길의 사진 대부분은 아마도 메세타지역 사진일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길과 하늘을 걸어보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일 것이다.

물론 낮엔 너무 덥기 때문에 이 지역을 지날 때는 다른 곳보다 일찍 출발하기를 권한다. 또한 수많은 별, 일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생장에서 시작하게 되면, 전체 코스 중 가장 힘든 코스인 피레네 산맥(나폴레옹 루트)을 넘게 된다. 해발 1400m의 이 루트는 비수기,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통제하게 된다. 통제 된 길을 무시하고 가는 순례자들도 간혹 있지만 정말 죽을 수도 있다. 외국에서 금지하는 건 안하는 게 상책! 출발 전 순례자 사무실의 주의 사항을 잘 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있는 갈리시아 지방이다. 이 지방은 실제로 많은 순례 길들이 모이는 구간이며, 그만큼 갈리시아 지방은 순례 길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쓴다. 화살표도 굉장히 표시가 잘 되어 있으며 각종 순례 관련 상권들이 많이 발달 되어 있다.

이 지방은 오세브레이로(1500m)산을 넘어야 하지만 넘고 나면 걷기 좋은 갈리시아 숲길이 펼쳐진다. 하지만, 강수량이 많고 습하기도 하다. 난이도가 높은 코스는 거의 없으나 이곳부터는 숙소 전쟁도 가끔 생긴다. 숙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성수기 때에는 숙소 예약을 권한다.

산티아고에서 100km정도 더 걸어가는 보너스 구간이 있다. 무시아(MUXIA)와 피스테라(FISTERRA: Finish(끝)+Terra(땅)의 합성어로 세상의 끝이라는 뜻이다)까지 걷는 구간이다. 이곳엔 0km 비석이 있으며 해안도시 이므로 시간이 넉넉하다면 버스를 타고서라도 한번쯤 가보길 추천한다. 세상의 끝에서 순례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까스띠야 이 레온 지방은 스페인에서 가장 크며 유럽 통틀어서도 아주 큰 지방이다. 길은 고도가 거의 없이 평이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진 밀밭을 걷게 된다. 메세타(고원지대, 마치 사막과도 같은)구간이다. 수많은 별, 일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순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발 관리’

800km의 걸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 관리’이다. 물집이 안생기면 좋겠지만 이렇게 긴 시간 긴 거리를 걸어본 적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관리를 해줘도 생기는 물집을 막을 수는 없다. 100% 물집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방법을 소개해드리겠다.

순례를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관리 할 수 있는 방법은 바셀린을 꾸준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보통 순례를 시작하고 나서 발라주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한두 달 전부터 발라주는 습관을 들이면 가서 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바셀린은 사람에 따라 몸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 미리 반드시 발라보도록 하자.

발가락 양말을 신어주면 확실히 좋다. 사실 보기 흉해서 필자는 잘 신지 않았었다. 하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다. 바셀린을 발라서 마찰을 줄여줄 수도 있지만 발가락 양말을 신으면 아예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의 직접적 마찰을 줄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물집예방에 적합하다. 얇은 발가락양말+등산양말이나 트레킹용 양말을 신어주면 아주 좋다. 발가락양말만 신게 되면 너무 얇기 때문에 반드시 두 겹으로 신어주는걸 추천한다.

쉴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고 쉬어주어야 하며 가능하면 양말까지도 벗어 땀을 건조시켜주자.

사실 발을 닦아주고 양말을 갈아 신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매번 그렇게 해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양말을 벗어 건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순례자들이 귀찮음 때문에 그냥 쉬는 경우가 많다. 실외에서 쉬는 경우라면 반드시 신발을 벗어주는 습관을 들이자. 분명 효과를 볼 것이다.

스틱을 사용하여 올바른 자세로 걷는 것도 좋다. 보통 물집의 원인은 신발 등 환경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본인의 걷는 습관에 따라 생기는 경우가 크다. 걷는 자세가 좋지 않으면 물집이 생기기 쉽고, 한번 생기면 다른 곳에도 계속 생겨 굉장히 피곤하다. 그렇기에 스틱을 사용하여 올바른 자세로 걸으면 물집도 예방할 수 있고 체력적인 부담도 줄여주기 때문에 장거리 걷는 여행을 할 때에는 스틱을 추천한다.

다음으로 물집이 생기고 나서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하겠다. 개개인마다 분명 차이는 있지만 이 방법은 적어도 악화되지는 않을 테니 물집이 생겼을 때 한번 필자를 믿고… 해보심을 추천한다.

일단 물집이 생기면 알콜스압으로 상처부분을 깨끗하게 소독해준다. 그리고 바늘과 실로 물을 완전하게 제거한다. 억지로 짜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마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다시 알콜스압으로 상처부분을 소독해준다. 그리고 햇볕에 발을 10~20분정도 건조시켜준다. 마지막으로 상처부분에 연고(마데x솔)을 듬뿍 발라준다. 연고가 마르면 계속해서 발라주고 잠들기 전에는 더욱 많이 발라준다. 절대 밴드를 붙이지 않는다.

걸을 때는 현지에서 파는 콤피드라는 밴드가 있다. 우리나라보다 현지에서 파는 밴드가 더 적합하기 때문에 물집 대비용으로 밴드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아침에 순례 출발 전 이 밴드를 물집 부위에 붙이고 걷는다. 다시 하루의 순례가 끝나면 이 밴드를 떼어내고 위의 방법으로 치료해준다.

‘건조’가 키포인트다. 물집 부위를 건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집이 생기기 전에도 소독, 건조를 매일 해주면 굉장한 효과를 볼 것이다. 필자도 걷고 난 후 매일 소독 건조를 해주고 있다.

나바라 지방. 대도시의 경우 들어가고 나올 때 긴 포장도로를 걷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고도가 높은 길보다, 이러한 포장도로에서 발이 많이 상한다. 무리하지 않게 천천히 걸으며 적당히 쉬어주도록 하자.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올 때쯤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걸었던 그 길을 내가 한번 걸어보는 것’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기 앞서 올해는
유난히 힘들고 지치는 일들이 내게 많았다.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선뜻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흔하지 않은 기회이기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속에 여러모로 ‘쉼’이란 것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 같다.

차가운 기운이 감싸는 칠흑 같은 어두운 새벽
우리가 걷는 길마저 잠이 든 것 같은 그 때에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바라볼 때면
별들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 듯
우리가 지나치는 비석 하나 하나가 이어져 별자리가 되었고
술 한잔 기울이며 그날 걸었던 길을 함께 모여 되돌아 보면
분명 같은 길을 걸었음에도 서로 다른 별자리를 보는 듯 했다.

비석을 잇고 있는 그 길들은
때로는 걷는 다리가 아리게 딱딱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픈 다리를 감싸듯 푹신하기도 하고
때로는 숨이 턱턱 막힐만큼 가파르기도
때로는 고생 끝 낙이 오듯 완만하기도 했다.

순례길을 하루 하루 걸으면서 올해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별 일 아닌 것들에 괜한 마음을 쓰며 나를 갉아먹어왔다.
묵묵히 걷다보면 너무도 힘들었던 길도 다 지나고 다시 평탄한 길을 맞이하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들을 외면하며 포기하듯 지내왔다.

도망치듯 찾아온 이 길에서 한층 성숙해져 돌아가는 것 같다.
힘들었던 기억도 일에 치여 사는 것도 모두 걷는 길에 버려두고 올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시차적응중인 지금,
걸었던 지난 며칠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시간이 지나 다시금 삶에 치여 살다
가슴 뭉클했던 추억이 점점 잊혀질까 겁이 나지만
그 어떤 기억보다 오래 간직하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꼭 다시 한 번 걷고 싶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길 위에 놓여 있습니까?

                                                          - 산티아공 2019년 9월 순례 28살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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