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인재를 키우고 기업은 인재를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
4차 산업혁명 내세워 블록체인 산업까지 넘보는 중국의 대학

[시사매거진 258호=이회두 기획편집국장] 중국에는 돈 잘 버는 대학교가 있다. 중국 대학교 결산 보고서를 보면 칭화대학교(淸華大學校)가 벌어들이는 돈은 우리 돈 4조 원에 육박한다. 그 중에 약 2조 4000억을 지출하고도 1조 5000억 이상이 수익이다. 칭화대학교가 돈 잘 버는 이유는 오히려 단순하다. 기업이 학교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가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핵심요소이다. 칭화대는 상장회사 3곳을 비롯해 3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자산총액만으로도 우리 돈 8조 원에 달하는 거대 그룹이다.

국무원의 비준을 통해 2003년 12월 18일 학교의 전 자산기업 ‘칭화대학기업그룹’을 바꾸어 설립한 칭화주식유한회사는 칭화대학 독자의 유한책임회사로 자본 RMB 20억 원이다.
학교가 연구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연관기업에 투자하고 투자기업 주식의 대부분을 학교가 소유하여 배당을 받는 구조이다. 물론 특허비용이나 연구비는 별도이다. 
최초의 기업 경영단은 대학에서 파견하고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들과 시스템은 중국과 해외로 뻗어 나간다. 그렇게 버는 돈으로 100% 지분을 가진 칭화홀딩스라는 직원이 2만 명이 넘는 지주회사를 차렸고, 대학교 옆에 벤처 인큐베이터 칭화사이언스파크를 세워 산학협력의 기지로 활용된다.
중국 정부의 과감한 지원-입학생의 우수한 자질-교수가 연구를 주도-기업을 통한 실증화-산업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것이다. 우수한 인력들이 무료로, 아니 학비를 내며 연구에 참여하고 자신들이 연구한 회사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하는 형국이다. 

칭화대는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스스로 끊임없이 강하게 만들고, 덕을 쌓은 위에 물질적인 발달을 꾀한다)이란 교훈아래 195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양전닝(楊振寧)과 리정다오(李政道)와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같은 많은 정치지도급 인물들을 배출했다.(사진출처_칭화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4차 산업혁명을 내세워 블록체인 산업까지 넘보다
지난 5월 31일 중국 칭화대가 시안(西安)에 ‘교차신식핵심기술연구원’이라는 연구센터를 열었다. 주된 연구 분야는 핀테크, AI칩, 지능형도시디자인(스마트시티), 한 마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미래 산업의 기반산업 분야이다.
이 연구센터는 시안 기술특구 내에 삼성전자 시안 연구센터가 있는 건물과 붙어 있는 11층짜리 건물을 10년간 무상 임대받고, 향후 5년간의 운영 자금으로 매년 3000만 위안(한화 약 5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출자 받는다고 한다. 대학 연구진들이 기술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자금과 실증화 단계까지 거쳐서 상업적 성공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여건을 모두 갖춘 곳이 칭화대를 넘어 창업센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서안에 문을 여는 연구소는 칭화대 뿐이 아니라 베이징대, 저장대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교육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5년 후면 신기술을 습득한 청년들을 대거 유입할 수 있는 인력 풀의 역할까지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칭화대가 올해 초 리플(Ripple)과 손잡고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 발전기술 리서치 프로그램(Blockchan Research Scholarship Program)을 운영하면서 양성되는 인력들도 연구소의 미래 직원들이라는 첨언도 있었다.
그동안 중국의 기술 발전은 비디오테이프에서 중간과정 없이 DVD로 넘어간다거나, 최첨단 우주장비를 손수레로 나르는 모습들에서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면이 많았다. 하지만 칭화대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산학협력 형태는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그들을 부러워하거나 질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배울 건 배워야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연구과제는 학생들에 의해 끊임없이 수행되고 연구된 과제들은 다시 학교가 설립하는 회사로 흘러 들어가니 대학은 인건비 없이 우수한 인재를 활용할 수 있고 학생들은 자신이 근무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면 취직(?) 걱정이 줄어든다.
중국의 행보를 보면서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처나 코인 이코노미들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열린 장을 열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남는다.

중국정부의 ‘111계획’은 2006년 해외 우수인력의 유치와 이노베이션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세계 일백 위 이내의 연구기관에서 일천 명 이상의 인재를 초빙하고 일백 개의 이노베이션거점을 형성하자는 중국 교육부의 야심차고 적극적인 프로젝트로, 숫자를 이용한 선전방식의 절정이다. 이러한 교육방침은 정권의 흐름과 무관하게 실행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진출처_칭화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천하의 영재들을 키우는 곳, 전 세계 대기업들이 손을 내밀다
칭화대학은 자체적으로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서 ‘샤오반(校辦)’으로 불리는 학내 벤처기업을 설립하는데, 교수의 연구과제는 우수한 학생들에 의해 끊임없이 수행되고 연구된 과제들은 다시 ‘샤오반(校辦)’으로 흘러 들어가니 대학은 인건비 없이 우수한 인재를 활용할 수 있고 학생들은 자신이 근무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벌어들이는 돈은 다시 대학으로 들어가 인재를 키우고 기술개발과 연구에 재투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성립하는 것이다. 
‘得天下英材而育之(득천하영재이육지)’ 천하의 영재들을 키우는 곳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며 중국 컴퓨터의 자존심 ‘레노버(renove)’를 운영하는, 130여 개국과 교류하며 전 세계 대기업들이 서로 손을 내밀게 하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중국의 대학들은 날이 지날수록 무서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와 교육부가 진행하는 일련의 중장기적인 인재양성 전략과 교육계획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이후 1982년 발표된 ‘국가과학기술공관계획’으로 출발하여 농업기술, 첨단기술, 신기술제품개발 등 1998년까지 18개의 기술계획이 실행되더니 211공정, 985공정 등을 거쳐 1999년에는 과학기술교육이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과교흥국(科敎興國)’전략으로 이어지면서 2005년에는 111계획을 발표했다. 
‘211공정’이란 21세기를 향한 세계 수준의 100개 대학 중점학문분야 육성기획으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집중적으로 진행되었고, ‘985공정’은 1998년 5월 개교 백주년을 맞은 북경대학이 제안한 연구중심대학 육성기획으로, 중국의 특성상 보다 엄격한 심사와 엄정한 사후관리를 적용하자는 중국식 맞춤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111계획’은 2006년 해외 우수인력의 유치와 이노베이션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세계 일백 위 이내의 연구기관에서 일천 명 이상의 인재를 초빙하고 일백 개의 이노베이션거점을 형성하자는 중국 교육부의 야심차고 적극적인 프로젝트로, 숫자를 이용한 선전방식의 절정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교육방침은 정권의 흐름과 무관하게 실행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주고 싶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지원과 배경 속에서 항공대학, 석유대학, 지질대학, 농업대학, 임업대학, 중의학대학, 영화대학, 무용대학처럼 전공을 교명에 쓰는 학교들이 존재감을 나타낸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제관계학원, 외교학원, 정법대학, 중국희곡학원, 중국형사경찰학원, 심양황금학원, 대련海事학원, 중국무도학원, 소주실크대학, 금릉신학원, 경덕진도자기학원, 무한식품공업학원, 화남열대농업대학, 북경인쇄학원, 중국민용항공비행학원, 청해축목수의학원, 북경복장학원, 내몽고농목학원, 중국佛학원 등 각종 특화된 학교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는 정부의 지원 속에서 자체적으로 끝없는 경쟁력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 시에 있는 칭화대학은 국가중점대학 중 하나로 130여 개국과 교류하며 전 세계 대기업들이 서로 손을 내밀게 하는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상장회사 3곳을 비롯해 3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자산총액만으로도 우리 돈 8조 원에 달하는 거대 그룹이다. 사진은 칭화대학교 그랜드강당. (사진출처_칭화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매년 1조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칭화대
카이스트도 적극적인 발전기금을 조성해나가야

우리나라 공대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위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하 서울대 공대), 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스텍),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의 대학원들을 논할 때,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연구 경쟁력만큼은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서울대보다 뛰어나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2017년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uacquarelli Symonds(QS)’에서 매년 시행하는 대학들에 대한 평가에서는 포항공대가 99.5점, 카이스트가 99.4점, 서울대학이 84.8점으로 나타난다.  타임즈 세계대학순위 THE(Times Higher Education)에서는 서울대학교 공대가 85.5점, 카이스트가 81.2점, 포스텍이 62.7점이다. 
단순한 정량자료로 역량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카이스트는 충분히 수준 높은 연구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영향력이 역량과 명성에 비해 아직은 아쉽게 보인다.  
카이스트는 1971년 설립 이래 48년 동안 1만 2906명으로부터 3331억 원의 발전기금을 기부 받았다. 건수로는 7만 7711건으로 전체 기금 가운데 기업 기부가 43.1%로 가장 많고 일반인 기부도 39.1%에 이른다고 한다.
1999년 고급음식점 대원각 주인인 김영한 여사(300억 원 약정)에서 시작해 정문술 전 카이스트 이사장(2001·2014년 515억 원 약정), 박병준 전 뷰로베리타스 회장(2007년 1000만 달러), 고 류근철 박사(2008년 578억 원), 김병호·김삼열 부부(2009·2011년 350억 원), 고 조천식 전 은행감독원 부원장(2010·2012년 155억 원), 고 오이원 여사(2010년 100억 원), 이수영 회장(2012·2016년 900만 달러),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2014년 100억 원), 이승웅·조정자 부부(2015년 75억 원), 손창근 회장(2017년 50억 원), 곽성현 한국링컨협회 이사장과 김철호 아이팩 회장 부부(2019년 100억 원) 등 고액 기부자들과 일반인들의 아름다운 사연들에서 카이스트를 향한 국민들의 기대와 염원이 느껴진다.  
카이스트는 이러한 선한 기부와 응원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발전기금을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 매년 1조 이상을 벌어대는 중국의 칭화대나 북경대, 절강대 외에도 미국 하버드대 37조 원, 스탠퍼드대 25조 원, 매사추세츠공대(MIT) 15조 원 등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은 상당한 규모의 발전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최경철 KAIST 산학협력단장은 “KAIST는 그동안 인재 양성과 기초 및 응용연구, 산업계 전반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국가 발전과 경제성장에 한몫을 차지했다고 자부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겠다. KAIST 연구와 교육역량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신산업 창출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신지식·신기술 발굴의 허브로서 KAIST가 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대학의 기술력과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고, 대학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교육 및 연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때문에 산학협력은 지식 기반 사회에서 기업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된다”라며 “이를 위해 KAIST 산학협력단은 기술사업화 혁신을 통해 기업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후원자가 되겠다. 
기업의 성장을 함께하는 상생 파트너가 되겠다. 산학협력을 통해 KAIST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하며, 글로벌 가치를 창출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을 육성하고 선도해 나가야 한다. 카이스트를 필두로 인재를 육성하고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소유 기업을 세계 속에서 상장시키는 대학들이 줄을 이어야 확고한 글로벌 경쟁력이 생성될 것이다.

칭화대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제관계학원, 외교학원, 정법대학, 중국희곡학원, 중국형사경찰학원, 심양황금학원, 대련海事학원, 중국무도학원, 소주실크대학, 금릉신학원, 경덕진도자기학원, 무한식품공업학원, 화남열대농업대학, 북경인쇄학원, 중국민용항공비행학원, 청해축목수의학원, 북경복장학원, 내몽고농목학원, 중국佛학원 등 각종 특화된 학교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진출처_칭화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정부의 지원, 지속적이고 독립적인 방향으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이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대학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 재정 자립도가 튼튼해야 등록금이나 올리고 싶어 하고 보조금이나 더 받아 보려고 억지 보고서나 작성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고, 교수나 강사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자긍심도 살아나고 연구 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중국 정부가 지원한 중점대학들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는 배경을 요약하면 대학 자체의 노력에 더불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고 동일한 전략에 따라 시행계획을 강화하고 확장해온 그야말로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을 실현하고 있는 중국 교육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집행’이 결정적인 부분임을 몇 번이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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