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블록체인 기술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무역·금융·물류·유통에도 블록체인기술 적용

각각의 컨소시엄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참여 은행은 다르지만 무역금융에 필요한 문서를 전자화하거나,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 표준화된 물류 플랫폼을 접목하는 등 새로운 형태(블록체인 기반)의 무역금융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258호=이준구 기자] HSBC 등 글로벌 대형은행이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 플랫폼 구축에 한창이다. 무역거래에 필요한 신용장 발급 과정에서 수수료 수입을 챙기던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기반 무역거래 플랫폼사로 전환하며 새로운 형태의 무역거래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고 있다. 외와 관련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최근 테스트 결과 블록체인 기술 접목으로 10여 일 이상 소요되던 신용장 거래 기간이 하루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블록체인 기술기업 R3와 IBM을 중심으로 HSBC, ING, SC, BNP파리바, 도이치뱅크, 코메르츠방크, 방콕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기관 블록체인 기반 무역거래 플랫폼사로 전환
일반적으로 무역금융은 재화나 용역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수출에 필요한 자금을 선적 전에 지원하는 수출금융지원 제도를 말한다. 
한국무역협회는 “무역거래에서 물품을 생산·선적·운송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다보니 수출업자는 대금 선수취, 수입업자는 후지불을 희망하는 미스매치 발생으로 갭(Gap)이 생기게 된다. 이에 은행 등이 개입해 신용보증을 위한 신용장(L/C) 개설, 환어음 발행, 대금결제 등을 수행해 자금 수요와 공급 사이의 갭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현 무역거래는 거래계약→신용장(L/C)개설신청→L/C개설→L/C개설통지→보험가입→수출통관→선적의뢰→화물운송→서류매입→선적서류 송부 및 대금청구→선적서류 내도통지→수입대금결제→수입통과→물품반출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수출, 수입, 은행, 보험회사, 세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각종 서류준비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무역업체 입장에서는 수수료 비용 부담도 높다. 국제무역분석원에 따르면 달러결제 기준 신용장 거래 수수료는 전체 수출대금의 0.11%로 송금방식 수수료 1만 원(0.01%)보다 높다. 산업연구원이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용 부담이 가장 높아 전체 수출관련 비용의 3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출자가 신용장 조건과 일치 않는 서류를 제시한 경우 대금회수가 불가능하고, 수입자는 서류가 일치해도 물품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각 거래 내역도 거래 단계별 관계자만 확인하고 보관해 데이터 분실이나 위·변조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물류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한 삼성SDS는 플랫폼 넥스레저를 관세청의 블록체인 기반 수출통관 서비스에 도입·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납품 일정, 통관 정보 등 여러 정보 간 데이터 연계성 확보, 데이터 이중입력 최소화, 데이터 불일치 방지,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통한 수출서류 위조사기 예방 등의 성과가 입증됐다. 사진은 삼성SDS 홍원표 대표이사가 지난 6월 18일 서울 잠실 삼성SDS캠퍼스에서 개최한 블록체인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_뉴시스)

이러한 비효율성을 블록체인 기술이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 연구기관들은 무역금융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경우 결제·승인절차 자동화, 처리기간 단축, 보안성 제고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무역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최근 테스트 결과 블록체인 기술 접목으로 10여 일 이상 소요되던 신용장 거래 기간이 하루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관련 컨소시엄으로는 ▲볼트론(Voltron) ▲마르코폴로 블록체인네트워크(Marco Polo blockchain network) ▲위트레이드(we.trade) ▲바타비아(Batavia) ▲이트레이드커넥트(eTradeConnect)▲트레이드렌즈(TradeLens) 등이 있다. 
이들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기술기업 R3와 IBM을 중심으로 HSBC, ING, SC, BNP파리바, 도이치뱅크, 코메르츠방크, 방콕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각각의 컨소시엄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참여 은행은 다르지만 무역금융에 필요한 문서를 전자화하거나,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 표준화된 물류 플랫폼을 접목하는 등 새로운 형태(블록체인 기반)의 무역금융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무역금융 거래 절차가 개선될수록 금융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은행이 새로운 먹거리에 나서야한다는 위기의식도 높다. 
국내 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 생태계가 완성된다면 중간의 통지은행의 역할이 사라지게 된다”며 “현재 글로벌 무역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소수의 글로벌 대형은행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구축으로 새로운 선도자의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HSBC는 기술검증을 완료하고 지난달 다국적 화학기업 이네오스스티롤루션과 베트남 플라스틱 가공업체 듀이탄 간 블록체인 기반 무역 신용장 거래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상용화는 내년을 목표로 한다. 다만 실질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 시스템이 안착하기까지는 3~5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 단축의 핵심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얼마나 빠르게 가담하느냐다. 무역금융을 위해서는 수출자, 수입자, 금융사, 보험사, 운송사, 항공사·선사, 관세사 등 국제무역과 관련한 수많은 이해당사자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HSBC는 무역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올해 3월 한국을 방문해 국내은행도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과 IT기업 역시 관련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무역금융 시장에서 국내사가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는 어려운 위치이지만 생태계 참여를 통해 신규 비즈니스의 기회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기술 검증은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관세청은 2018년도에 과기부와 ‘블록체인 기반의 수출통관 물류 서비스’를 진행, 2017년부터는 삼성SDS 외 37개 기관과 협력해 ‘민관 합동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 시범 사업에 참여했다. 참여사 중 금융사로는 신한은행이 참여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R3 컨소시엄의 무역금융 프로젝트인 마크로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무역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최근 테스트 결과 블록체인 기술 접목으로 10여 일 이상 소요되던 신용장 거래 기간이 하루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들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기술기업 R3와 IBM을 중심으로 HSBC, ING, SC, BNP파리바, 도이치뱅크, 코메르츠방크, 방콕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_뉴시스)

수출입 물류를 필두로 전자상거래 상품 유통 분야로 확대
물류처리 정보이력 추적과 화물운송 대금결제 등 서비스 상품에 분산원장 기술 블록체인을 적용한 프로젝트의 가시적 성과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개통된 상품에는 차세대 먹거리로 블록체인을 지목한 삼성SDS와 KT 등 대기업은 물론, 블록체인 응용기술력과 참여 네트워크를 보유한 스타트업 업체들의 개방형 플랫폼이 있으며, 수출입 물류를 필두로 전자상거래 상품 유통 분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기업체의 내부 평가가 내려지면서 탄력을 받고 있는데, 물류·유통 분야에서 시범운영 중인 블록체인의 적용범위와 활용도를 확대하는 목적으로 기술 자금투자 방안이 검토·추진되고 있다. 
개인 간 거래 C2C 국제특송의 성장여파로 오는 2024년까지 글로벌 물류시장의 연매출 15조 50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지금의 프로세스로는 비용과 유연성, 속도, 투명성 등의 측면에서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에서다. 
토탈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 퓨처피아 개발사인 시그마체인은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지자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해양물류 플랫폼 서비스’를 추진키로 하고, 자체 개발한 메인넷을 공급한다. 해양물류의 중심지인 항구도시 부산은 원산지 위·변조 방지 및 역추적에 의한 물류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부산시에 공급되는 메인넷은 퍼블릭·프라이빗 환경을 모두 지원하면서 분야별 맞춤 설계까지 가능하며, 속도·안정성·확장성·보안 등을 겸비한 이더리움, 이오스 등의 뒤를 차세대 메인넷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게 시그마체인의 설명이다. 
지난해 9월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부터 공식 인증 받은 30만 TPS(초당 거래량)의 처리속도가 최대 강점으로, 기존 DPoS(위임지분증명) 합의 알고리즘의 약점으로 꼽히는 취약한 보안 역시 특허 취득을 완료한 신기술 DDPoS(이중위임지분증명) 알고리즘으로 개선하면서 현존하는 블록체인 메인넷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15 TPS 가량에 불과한 이더리움과 비교해 약 2만 배 우수한 성능이라고 회사는 강조했다. 

토탈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 퓨처피아 개발사인 시그마체인은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지자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해양물류 플랫폼 서비스’를 추진키로 하고, 자체 개발한 메인넷을 공급한다. 해양물류의 중심지인 항구도시 부산은 원산지 위변조 방지 및 역추적에 의한 물류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SDS 등 대기업들의 행보도 주목
대기업의 행보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물류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한 삼성SDS는 플랫폼 넥스레저를 관세청의 블록체인 기반 수출통관 서비스에 도입·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납품 일정, 통관 정보 등 여러 정보 간 데이터 연계성 확보, 데이터 이중입력 최소화, 데이터 불일치 방지,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통한 수출서류 위조사기 예방 등의 성과가 입증됐다.
또, 국내 수산가공업체로 구성된 ASK수출협의회에는 구매자가 수산물 입식부터 선별, 포장 출하까지의 전 이력을 QR코드로 확인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 공급에 이어 연초 인천공항과 중국 천진공항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항공화물 무역정보를 공유토록 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수의 참여자가 해운물류 정보를 공유하는 ‘딜리버’를 로테르담항만청, ABN·AMRO은행 등과 함께 개발하고 이러한 블록체인 플랫폼의 활용성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현대상선은 재무·회계(ERP) 시스템과 화주 대상 서비스가 포함된 홈페이지 관리 등 주요업무 시스템을 지난 9월 16일 클라우드(Cloud) 기반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ERP 시스템과 홈페이지 관리의 전환은 현대상선이 오라클과 함께 구축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의 1단계 작업이다. 이를 통해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세스 혁신 작업토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기대했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 2단계에서는 컨테이너·벌크 운영을 위한 차세대 해운물류시스템 'New GAUS 2020'(가칭) 등 회사 내 모든 데이터와 주요 애플리케이션의 클라우드 전환 작업이 내년 6월까지 진행된다. 현대상선이 독자 개발 중인 'New GAUS 2020'은 운항, 계약 및 예약, 운송 등 선사 운영 정보를 비롯해 선박, 인사, 관리 등의 모든 정보를 관리하는 IT시스템이다.
현대상선은 해운업의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최신 IT기술 접목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5월 DCSA(Digital Container Shipping Association)에 가입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 및 운항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글로벌 선사들과의 데이터 표준화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5G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한 KT도 블록체인 서비스 상용화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기가 체인 바스에 농심데이타시스템의 식품 이력 관리 솔루션을 결합해 블록체인 기반의 식품안전이력관리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등 블록체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채널을 통해 ‘생산-가공-검수-물류-판매-소비’ 등 식품 유통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KT는 농심데이터시스템(NDS)와 블록체인 기반의 식품안전이력 관리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농축산물 등 식품 유통분야로 블록체인 서비스 분야를 확장한다.
또한 KT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서비스로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블록체인 지역화폐 플랫폼 착한페이가 있다. KT는 착한페이를 통해 지난 4월 김포페이를 출시했다. 블록체인 적용으로 해킹, 위·변조가 불가능한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당거래, 인쇄·유통비용 절감, 복잡한 관리 등 종이 상품권의 문제점도 개선했다. 
물류 스타트업 템코랩스는 유통 전 과정을 실시간 확인 가능한 플랫폼 템코(TEMCO)를 개발 중이다.
템코는 초기 투자비용 부담 없이 이용료만 지급하면 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하나로 연결된 물류 데이터를 통해 제품에 대한 문제 발생 시 원인을 신속히 파악하고 대처 가능하며,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통해 업체별 새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블록체인 상에 저장된 데이터를 통해 매출 신장, 재고 관리, 병목 현상 해소 등의 솔루션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템코 플랫폼에서 소비자는 제품 정보와 유통 이력 등을 조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호 화폐를 사용해 제품 구매 및 구매 리뷰 등에서 발생한 포인트를 환전해 소비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관련 업체들은 블록체인을 물류 산업에 접목시킬 경우, 참여자 간의 정보 단절 및 신뢰 부족, 협업이 어려운 비효율적인 네트워크 등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한 화물의 이동을 넘어서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로 블록체인 물류 플랫폼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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