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통한 감염 확산에 북한에서 온 파리·모기 유입 가능성도 제기

살처분 대상 총 6만 여 마리…감염경로 파악 오리무중, 살처분 확대 우려

(시사매거진258호=신혜영 기자) 전국 축산농가가 가축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망연자실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파주시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각 지자체들은 비상대책을 가동하며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엔 강화도 본섬에서도 떨어져 있는 섬인 석모도에서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이 나오면서 농가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ASF 확진 판정에 지자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확진 판정이 나지 않은 지역 내에서도 ASF 비상대책 가동하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_뉴시스)

파주 농장 첫 확정, 10일 동안만 9건 확진판정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처음 난 건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돼지농장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6시 30분께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돼지농장을 ASF 발생 농가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파주시에 따르면 앞서 16일 오전 8시 돼지 3마리가 폐사하고 오후 4시에 추가로 1마리가 죽었다. 진료수의사의 의견에 따라 자체 부검을 실시한 결과 비장 종대 및 고열 소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고 이에 파주시는 오후 6시20분 소독차량을 긴급 투입해 농장주변을 소독하고 다음날인 17일 오전 3시에 정밀검사 결과 ASF를 확진했다.

국내 첫 확진 판정이 나온 지 만 하루 만에 경기도 연천군에서도 ASF이 발생했다.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천군 소재 돼지 사육농가에서 들어온 ASF 의심 가축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9월 27일 현재 나흘간 강화도에서만 모두 5건의 확진 사례가 나온 가운데 강화도 본섬이 아닌 석모도까지 번진 상황이어서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9건 가운데 5건의 확진 사례가 나오자 강화군은 지역 내 모든 돼지 약 3만 8000마리를 살처분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 오후 7시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돼지 살처분 대상은 34개 농장에서 총 6만 2365마리로 이 가운데 2만 8850마리는 살처분됐고 3만 2535마리가 남아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곳은 파주시 연다산동(17일 확진)과 연천군 백학면(18일 확진), 김포시 통진읍(23일 확진), 파주시 적성면(24일 확진), 강화군 송해면(24일 확진), 강화군 불은면(25일 확진), 강화군 삼산면(26일 확진) 등이다.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올해는 몽골·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 등 아시아 주변국으로 번진 뒤 최근 필리핀에서도 발생했다. 북한도 지난 5월 국제기구를 통해 돼지열병 발병 사실을 공식 보고한 바 있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9월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추진상황을 브리핑 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 오후 7시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돼지 살처분 대상은 34개 농장에서 총 6만 2365마리로 이 가운데 2만 8850마리는 살처분됐고 3만 2535마리가 남아 있는 상태다. (사진_뉴시스)

지자체 비상대책을 가동하며 확산방지에 총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ASF 확진 판정에 지자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확진 판정이 나지 않은 지역 내에서도 ASF 비상대책 가동하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돈 278농가에 53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경기도 파주 ASF 확진이 판정되면서 17일 오후 6시부터 전국 타 시도산 돼지고기의 지육, 정육 및 내장에 대해 전면 반입을 금지하는 등의 도내 유입방지를 위해 긴급 대응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17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ASF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 제주도도 이날 현재 운영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대책 상황실 운영을 재난안전대책 본부로 전환운영 중이다.

충남도도 아프리카 돼지열병 도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방역대책 단계를 위기에서 ‘심각’으로 격상, 방역대책회의를 갖고 발생 여파가 도내에 미치지 않도록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내 역학관련 시설(10개 소:농장 7,도축장 1,사료공장 2)에 대한 이동제한 및 정밀검사를 벌이는 한편, 도내 유입방지를 위해 ASF전담관(318명) 동원 전 양돈농가 긴급 예찰을 실시 중이다.

경남도도 전 시·군에 차단방역을 위한 긴급방역조치를 시달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도내 유입 방지를 위해 전 시·군에서는 공동방제단과 축산종합방역소의 철저한 운영을 통해 농가 소독 지원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하며 “남은 음식물 급여농장 등 위험요인별 차단방역을 강화하는 한편, 축산농가와 관련 단체에서는 자율소독 등 차단방역수칙의 빈틈없는 이행을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도내 전 양돈농가와 양돈관련 작업장 종사자, 차량, 물품에 대해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 사항을 신속히 전파하고, 방역대책본부를 설치를 통해 24시간 비상상황을 유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모든 축산농가 행사와 모임을 금지하고, 양돈관련 축산농장에는 일제소독과 야생멧돼지 접근금지를 위한 울타리 설치, 기피제 살포, 방역전담관을 통한 임상 예찰 활동 등 관련 조치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경남도 재난관리기금 7억200만원을 투입한데 이어, 도축장과 축산 관계 시설에 대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유효소독제 구입비용으로 2000만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열병 확산 소식에 기존 6개소에 설치된 거점소독시설을 전 시군(14개소)으로 확대하고 9개 도축장에 대한 생체, 해체검사 강화, 도축장 내외부 소독에 나서는 한편, 또 전국이동제한 해제 시까지 돼지농가에 남은 음식물 급여를 금지하는 등 사전 차단방역 활동에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양성판정이 내려진 인천시 강화군 붙은면 소재 한 돼지농장에서 9월 26일 오전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를 구덩이에 밀어 넣고 있다. 9월 27일 현재 나흘간 강화도에서만 모두 5건의 확진 사례가 나온 가운데 강화도 본섬이 아닌 석모도까지 번진 상황이어서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_뉴시스)

감염경로는 여전히 안갯속, 파악조차 안돼

석모도 확진판정 전까지는 방역당국도 차량을 통한 감염 확산을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사료·분뇨 등을 싣거나 도축장을 출입하는 차량이 ASF 잠복기에 전국 농장을 돌며 ASF을 전파시킨 매개체로 ‘차량’에 무게가 실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발생일 이전 21일인 역학조사 기간 파주 연다산동에 출입한 축사 관련 운반차량은 2차 농장에 출입했다. 2차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 차량이 출입한 축산시설에는 3차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 차량도 들렸다. 또 4차 농장에 출입한 축산 관련 운반차량이 1차 농장에도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 2차 발생 농장인 파주·연천 농장과 역학 관계가 있는 농장은 전국 326곳이나 된다. 농식품부는 1, 2차 발생 농장을 들렸던 차량이 방문한 농가가 전국 544곳에 달한다고 했다가 25일 326곳으로 정정했다. 중복되는 농가(41호)와 1~2초간 머무른 차량은 제외한 수치다. 1시간 내 머무른 차량과 달리 1~2초 머무른 차량은 농가주변을 단순히 통과한 차량으로 계산한 것이다.

아울러 북한 전역으로 퍼진 ASF 바이러스가 남쪽 접견지역으로 전파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5월 이미 방역 망이 뚫린 북한은 현재까지 여러 지역에서 지속해서 ASF가 발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음 ASF가 발생한 파주 농장은 북한과 이어지는 한강, 임진강과 인접해있다. 최근 태풍 ‘링링’까지 발생하면서 북한의 ASF 바이러스가 한강을 타고 떠내려 왔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북한에서 온 파리·모기 유입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국가정보원 역시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은 발병 돼지 살처분, 돼지고기 유통 전면금지, 발병지역 인원 이동 차량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7월 이후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병하고 있다”며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다만 농식품부는 전파 매개체를 ‘차량’으로 단정 짓는 것은 경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차량에 의한 전파인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 여부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ASF는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되는 만큼 역학 조사 결과는 유입 경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석모도의 ASF 발생으로 감염경로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다. 현재까지 석모도 돼지농장 주변을 드나든 차량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한다. 더군다나 섬이기 때문에 진드기나 야생멧돼지, 돼지고기 잔반 등 다른 매개체와의 접촉도 쉽지 않다. 석모도와 강화도 본섬을 연결하는 육로는 석모대교뿐이다. 이번 ASF 발생에 의문점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바다를 헤엄쳐왔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멧돼지가 바다를 헤엄쳤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군과 해경이 이에 대해서도 대비 감시하고 있었고 접경지역에는 철망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살처분 대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을 보면 살처분 대상은 발병 농가 인근 500m 지역으로 한정된다. 다만 이번 건의 경우 농식품부는 3㎞까지 해당 범위를 늘려 잡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바이러스 특성과 발생 양상을 고려해 3km로 정했다”며 “이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9월 24일 “조금 지나치다 싶은 정도의 방역이 낫다. 부실한 방역 보다는 과잉 방역이 더 낫다”며 강화된 대응을 주문했지만 여전히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인 가운데, 농가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9월 24일 “조금 지나치다 싶은 정도의 방역이 낫다. 부실한 방역 보다는 과잉 방역이 더 낫다”며 강화된 대응을 주문했지만 여전히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인 가운데, 농가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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