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우 변호사

(시사매거진258호=김응우 칼럼위원) 대학을 막 졸업한 장녀와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 모두 세 자녀를 두고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버지가 있었다. 아내를 사별한지 오래였고 다행히 자녀들이 먹고 살만한 상당한 재산도 남겼는데 문제는, 사망하기 불과 1년에 재혼한 새어머니가 있었다. 계모와 전처자녀 간에는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 서로의 입장이었고, 망인의 유언도 없었으므로 법정상속분에 따라 새엄마가 3/9, 세 자녀들이 각 2/9의 지분대로 상속재산을 나누는 과제만 남았는데, 문제는 재산분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눌 것이냐 로 다툼이 있었다(여러 부동산 중 누가 어떤 것을 가질 것인가 또는 얼마로 가액평가하여 금전으로 정리할 것인가 현금성 자산은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좋을까 등, 상속재산분할청구의 심판사건). 필자는 위 사건을 자녀들로부터 위임받아 분할소송을 함에 있어, 어린 자녀들 입장에서 특히 학생인 미성년 자녀들의 입장에서 향후 교육과 자립을 위하여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라는 입장에서, 상대방인 계모와 대립하면서 결국, 자녀들이 만족할 수 있는 쪽으로 재산을 분할하는 조정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위 사건을 진행하면서, 부모를 일찍 잃고 자립해야 하는 어린 세 자녀들에게 많은 연민을 느꼈고 특히 동생들을 염려하던 장녀의 의연한 태도에 감동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큰마음으로 결혼하였는데 불과 1년 만에 남편을 잃은 새엄마의 기구한 입장이 이해되기는 하였으나 남은 재산에 대하여 어린 자녀들을 고려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먼저 유리한 입장에서 재산을 나누려는 그 강경한 태도에 많이 실망도 하게 된 사건이었고, 여러모로 ‘재혼시에 남은 자녀들의 문제, 계부 또는 계모의 처지’에 대해 나름의 고민도 하게 된 사실 가슴 아프기도 한 사건이었다. 친부모를 모두 잃고 어린 동생들만 남았던 당시 힘들었던 그 장녀는 지금은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있을 터이고 두 동생들도 이젠 성인이 거의 되었을 것인데, 그 계모는 또 어떤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지…

배우자와 사별한 후 재혼하던 이혼 후 재혼을 하던 간에, 계모·계부와 기존 자녀들과의 관계는 법률상 부모자식관계가 아니다. 즉 새엄마는 전처소생 자녀의 친권자가 되지 못한다(위 사건의 경우 미성년자녀의 후견인으로 할머니가 있었다). 물론 친자관계를 형성하려면 입양과 친양자제도가 있다. 여하튼 부부 일방이 재혼을 하려고하면 재혼부부의 결합이라는 부부관계의 형성 측면 이외에도, 기존 자녀들과의 원만한 관계설정의 문제와 또 장래 상속문제 때문에도 자녀들은 부모의 재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재혼이 아닌 내연관계이면 법률상 부부가 아니므로 내연녀에게 상속권이 없게 되나 어렵게 부부인연을 새로 맺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혼인신고 없이 단순 내연관계만으로는 장래 상속권이 없는 불안한 지위에 있게 된다(물론 내연관계만으로도 재산증여를 받을 수는 있기는 하다).

어찌 보면 부모가 재혼하는 것은, 부모의 남은 인생의 문제이고 자녀들이 먼저 왈가왈부할 것도 아니다. 예컨대 새엄마와 기존 자녀들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되기도 하지만 새엄마가 와서 더 좋은 화목한 가족관계도 있을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부모의 재혼을 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날로 재혼가정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재혼가정의 각 구성권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화목한 새 가정을 이뤄 가화만사성을 키우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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