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카리싸이클링㈜ 남준희 대표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친환경 시대가 개막했음을 우리가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자동차 시장이다. 내연차량에 대한 규제 강화와 정부의 보조금 지원정책, 차량 자체의 성능향상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xEV)’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늘어난 판매량과는 별개로 친환경차의 폐배터리 처리를 위한 방안 마련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친환경차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 과감히 도전한 굿바이카리싸이클링㈜의 남준희 대표를 만나 이들이 제시한 활용 방안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굿바이카리싸이클링㈜ 남준희 대표

늘어나는 친환경차 폐배터리, 실질적인 재활용 방안의 필요성 제기돼

언뜻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 친환경차가 보급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에 나선 것은 2011년이며, 2014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차량 판매량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 운행 중인 친환경차량의 수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친환경차 배터리의 성능은 5~6년이 지난 시점부터 저하되기 시작하며, 길어야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점에서 볼 때, 향후 1~2년 내로 꽤 많은 물량의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이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산화코발트·리튬·망간·니켈 등이 1% 이상 함유된 친환경차 폐배터리를 유독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나, 관련 법령에는 전기차 폐배터리의 회수·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 처리 방법에 대한 법령과 제도는 없는 상태인 것이다. 심지어 전기차보다 이른 시점에 판매되기 시작한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회수와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자동차해체재활용업체인 ‘굿바이카리싸이클링㈜’을 운영해 온 남준희 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접하고 비록 교체되어 버려질 폐배터리지만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성능이 60~70%까지 떨어져 차량 운행에는 사용할 수 없을지라도 다른 용도로서는 여전히 활용 가능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었다.

남 대표는 “평생을 재활용 업자로 살아 오다보니 남들은 쓰고 버리는 물건이라도 다른 쓸모가 있지 않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해보곤 합니다. 하이브리드차 및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장착하여 10년, 탈거 후에도 10년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핵심부품으로, 성능저하가 치명적인 주행차량의 특성상 다소 이르게 교체되곤 하지만 적절한 평가와 복원, 재구성을 거치면 여타 장비의 전원 장치로서는 더없이 훌륭한 첨단장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곧바로 사업화를 위한 연구에 돌입한 남준희 대표는 탈거한 배터리에 충전과 방전을 반복함으로써 성능을 70~80%까지 회복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자동차 재활용 분야의 최고 기업을 지향합니다”

굿바이카리싸이클링㈜에서 제작하고 있는 첫 번째 시제품은 리배터리를 휴대용 보조전원장치로 사용하는 ‘파워뱅크’다.

남 대표는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파워뱅크 제품은 중국산 리튬인산철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국내 xEV에 장착되는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 고가의 제품으로, 이를 활용하면 경쟁사의 60~70% 수준 가격으로 고성능 파워뱅크 판매가 가능해집니다”라고 설명했다.

파워뱅크의 주요 수요처인 국내 캠핑시장의 규모가 2008년 200억 원에서 2016년 1조 5,000억 원까지 급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약 1%의 구매만 이뤄지더라도 산술적으로 150억 원대의 매출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 번째는 하이브리드차량의 폐이차전지를 활용한 ‘태양광가로등’이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모듈 12개를 사용해 2kwh의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가로등 개발연구는 2018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창업진흥원 창업도약패키지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으며, 현재 시제품이 개발되어 실증 단계에 돌입해 있다.

그밖에도 내년 상반기까지 프로토타입의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선외기(소형 보트 등의 선미에 장착되는 엔진기관)’와 2~3년 후 개발을 목표로 구상하고 있는 연료전지 보트 및 드론 등이 있다. ‘선외기’의 경우 현재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이 모두 수입산이라는 점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제품의 출시가 기대되고 있으며, 연료전지 보트와 드론의 경우 현재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연료전지 자동차 모델인 ‘넥소’의 폐배터리를 활용한다면 뛰어난 성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사업구상을 기반으로 굿바이카리싸이클링㈜은 지난 6월,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10억 원을 투자받았으며, 오는 11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의 수상이 예정되어 있다. 사회문제로 발전될 우려가 있던 폐배터리의 혁신적인 활용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남 대표는 “혹자는 폐자동차재활용업체에서 이 같은 제품생산이 과연 가능한 것이냐라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전혀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돼 활용되고 있던 고성능의 친환경차량용 배터리와 엔진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저희들의 전문 분야와 일맥상통하며, 저희가 가장 잘하는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라며, “다만, 이러한 제품 개발과정에 필요한 전문성 있는 연구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에 다소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해당 기술과 제품 생산을 함께 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회사도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업의 성장가능성이 이미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좋은 인재들과 파트너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그간의 폐자동차재활용업체라는 틀을 깨고 나아가, 친환경 신사업을 선도하는 리싸이클링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굿바이카리싸이클링㈜과 남준희 대표.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그 귀추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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