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 세계를 통해 들여다보는 우리의 큰 세계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

"온갖 모형마을 가운데 들인 수고만큼 보람되고 진정성 있는 것을 보려면 다시 한 번 영국으로, 특히 옥스퍼드셔에 있는 펜던이라는 모형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이곳은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진짜와 똑같이 만드느라 1931년 처음 생긴 이래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완성되려면 아직 까마득하다."

저자 사이먼 가필드 | 옮긴이 김영선 | 출판사 안그라픽스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를 통해 서체의 깊은 지식의 세계로 안내했던 사이먼 가필드가 이번에는 ‘미니어처’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삶을 폭넓게 조명하며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신비한 세계로 초대한다. 

이 책 '작은 세계 미니어처'는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역사적 사건들에 미니어처가 어떻게 연관되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롭게 엮었다. 그리고 그 세계를 만들어낸 이들의 집념과 욕구, 지배욕 등 인간성의 세계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미니어처라고 하면 단지 큰 것을 작게 만든 것이나 조립식 장난감 등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은이 사이먼 가필드는 미니어처 세계가 그저 축소된 것의 집합이 아니라 더 깊게 뿌리 내리고 생동하는 생태계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미니어처 세계가 담겨 있다. 노예제 폐지를 이끌었던 노예선 모형, 도시와 시대의 완벽한 재현을 위해 지금도 작업 중인 모형마을, 전 세계를 하나로 잇겠다는 거대한 야욕의 모형철도,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 메리 여왕의 인형의 집, '더 작게'를 외치며 책의 정의를 다시 쓰게 한 미니어처 책, 범죄 현장을 세밀하게 묘사해 범죄 해결에 도움을 주는 범죄 모형 등 작지만 완벽하게 재현된 미니어처 세계는 우리의 큰 세계를 위에서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더 깊은 사고로 이끌며 세계를 보는 객관적이고 비평적인 시선을 제시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나 경험할 수 있었던 세계 지배와 통제에 대한 욕망을 실현해주며 우리의 질서감과 자존감을 회복해준다. 우리의 일상은 물론 예술과 디자인까지 미니어처로 분석하고 파헤친 이 책 '작은 세계 미니어처'라는 마을에서 모형철도를 타고 세계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여행을 떠나보자. 분명 지금까지 보고 느끼지 못했던 큰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인식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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