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히 빨아들이는 이야기의 힘

"어마어마하게 만족스럽다. '맨해튼 비치'는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의 대형전함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페이지 터너이면서도, 영리하고 섬세한 작가의 손으로 날렵한 엔진을 새로 장착한 것 같다. 명민한 대작."  -뉴욕 타임스-

저자 제니퍼 이건|옮긴이 최세희|출판사 문학동네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퓰리처상 수상작가 제니퍼 이건의 2017년 최신작이자 다섯번째 장편소설 '맨해튼 비치'는 2차세계대전하의 브루클린 해군공창에서 다이버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대공황기에 삶의 기반을 잃어버리고 사라진 그녀의 아버지, 그 실종의 비밀을 알고 있는 갱스터의 뒤엉킨 운명이 펼쳐지는 묵직한 드라마다. 

하나의 범주로 규정되길 거부하는 제니퍼 이건의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대작으로, 남성중심사회에서 꿋꿋하게 자립하는 여성의 성장을 그린 페미니즘 소설이자 20세기 초 격렬한 구조변화에 휩쓸린 미국의 단면을 생생히 그려낸 역사소설인 동시에, 그림자에 가려진 조직범죄의 세계를 그린 누아르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인 제니퍼 이건은 동시대 문화 트렌드를 작품에 적극 반영하며 소설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맨해튼 비치'의 탄생은 9・11 테러로 거슬러올라간다. 전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의 지위가 바로 지금 흔들리는 것이라면, 이 나라가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언제인가. 

이건은 2차세계대전기의 뉴욕을 주목했고, 여성의 힘이 전면적으로 드러난 책을 쓰고 싶다는 오랜 바람이 그 생각과 이어졌다. 기존의 금기와 규범이 일시적으로 거둬지는 전시戰時는 강인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기에 최적의 무대였다.

2004년 뉴욕 공립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조사를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완성된 『맨해튼 비치』는 제니퍼 이건의 신작에 쏟아지는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작품이었으며,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이달의 책,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전미도서상 픽션 부문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앤드루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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