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에 대한 이야기이자 정의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형체와 내구성을 겸비한 주화를 비롯한 모든 통화는 화폐이고, 그 위에 신용과 채무라는 마법과 같은 무형의 장치가 놓여 있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다. 양도 가능한 신용이라는 사회적 기술이 기본적 힘이자 화폐의 원초적 실체다."

저자 펠릭스 마틴|옮긴이 한상연|출판사 문학동네

[시사매거진=이미선기자] '돈'은 우리가 익히 안다고 믿었던 돈의 역사를 기술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와 경제, 그리고 점점 이해 불가한 것이 되어가는 금융과 경제정책, 세계경제가 모색해야 할 길을 제시한다. 화폐는 기발하고 탁월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폐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안정'과 '자유'를 모두 주겠다고 약속하며 사회의 경제적 위험을 체계적으로 분배했고 그럼으로써 사회적 이동이 가능해진 동시에 사회는 무정부주의적 위험에 빠지지 않는 안정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화폐에 관한 오래된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학은 나날이 추상화되어 실제 경제에서 멀어졌다. 펠릭스 마틴에 따르면 화폐는 물물교환을 대체하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사회적 기술이고, 화폐의 핵심은 신용이다. 

그는 그동안 거시경제학이 간과한 화폐·은행·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를 제대로 바라보려면 화폐부터 다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고대 역사와 사상, 중세와 근대의 화폐 정책 및 군주의 역할, 은행의 탄생, 로크의 사상이 화폐를 보는 관점에 끼친 영향은 물론 케인스, 월터 배젓, 래리 서머스 등 여러 경제학자의 시각을 두루 기술하며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돈을 바라보게끔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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