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들이여, 그대들의 어깨를 당당히 펴라!
80년대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이 점차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여성의 사회위치나 지위는 크게 향상되었다. 이는 물론 그동안 억눌려왔던 여성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유와 더불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또 다른 문제점을 낳게 되었으니 바로 직장내 성희롱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위치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현모양처의 꿈을 갖고 사는 여성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살기를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안에서 아이들 뒷바라지하며 남편 시중을 드는 가정주부에서 탈피, 직장을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누리며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은 남성보다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도 적고 어느정도의 불평등은 존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남녀차별의 정도가 훨씬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의 사회진출에 의해 이제껏 가볍게 다뤄졌거나 묵과해 온 직장내 성희롱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성희롱 상담건수를 보면 직업내 성희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거나, 이제는 여성이 묵묵히 입다물고 있는 경우가 적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어쨌거나 성희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 이상,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어디까지가 성희롱인가
최근 성희롱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이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성희롱의 개념이나 구성요건 등에 대해 이렇다 할만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고 있지 않으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 이유는 성희롱이 형법에 규정되어진 것이 아니며 공식적으로 제기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통일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희롱은 성적인 감정에 불쾌감을 주어 정신적인 피해를 볼 경우 민사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성폭력, 성추행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성폭력이란 일반적으로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성적인 언어와 행동을 말하며, 성적인 감정과 성적으로 맺게되는 모든 관계에 대한 폭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성관계, 월경, 출산, 낙태, 피임 등의 일련의 과정이 포함되는 섹슈얼리티(sexuality)를 대상으로 하는 폭력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성추행은 성희롱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으나, 성희롱과는 법적 구성요건이 다르다. 형법(제29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강제추행의 개념은 폭행 또는 위협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성욕의 흥분, 자극 또는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이며, 건전한 상식이 있는 일반인의 수치혐오의 감을 느끼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성희롱이 다른 유사개념과 다른 네 가지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첫째 강간이나 강제추행은 형법상의 범죄행위인 반면 성희롱은 형법상의 범죄행위는 아니며 민사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으며 징계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둘째 성희롱은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강제성이 없어도 피해자의 정신적인 충격만으로도 성립될 수 있다는 점, 셋째 성희롱은 간음행위나 강제추행행위(성추행)까지 이르지 않는 육체적·심리적 행위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강간죄나 성추행죄가 개인에 대한 개인의 성적 침해로 접근하는 반면, 성희롱은 직장내 근로조건의 문제로 접근해 왔다는 점 등이다.
‘직장내 성희롱’이란 직장 등에서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과 관련된 언동으로 불쾌하고 굴욕적인 느낌을 갖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 등 유무형의 피해를 주는 행위를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직장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또는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게 하여 고용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법률은 사업주에게 직장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게 하며,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어느 범위까지를 성희롱이라고 단정짓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성희롱을 당하고도 자신이 피해자인지 모르거나, 가해자 역시 자신이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성희롱의 피해자여...더이상 참지 말자
어젯밤에 뭐 했길래 그렇게 피곤해 보이나?”, “어제 외박했나? 왜 옷이 어제랑 똑같지?” 당신의 직장에 이렇듯 느끼한 표정과 시선으로 묻는 상사나 동료가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참지 말자. 가해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지 간에 성적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면 성희롱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흔히 성희롱은 직장 분위기를 원활하게 하고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특히 그 행위가 미혼에게 해당될 경우 이를 구애의 일종으로 여겨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성희롱은 피해자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으로써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과 같이 피해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직장상사가 승진이나 급여, 기타 고용상의 문제를 빌미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모른척 눈감고 지나가버리면 된다’ 혹은 ‘이 정도 갖고 호들갑을 떤다’ 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이젠 버려야 한다.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성희롱을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 버리거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러한 소극적인 행동은 오히려 성희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결과가 되며, 성희롱을 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성희롱을 당했을 때는 문제를 제기하고 교정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성희롱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 상사가 남자 부하직원에게 업무와 관계없는 이유를 대며 퇴근 후 동행을 요구하며, ‘세게 생겼다’는 언어적 성희롱을 하기도 한다. 또한 몇 차례의 술자리를 가진 후 성관계를 강요하기도 하지만 남자 부하직원은 ‘윗사람이어서 피하기도 어렵고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상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남성이 ‘사내가 못나서 그렇다’는 등의 사회적 편견을 우려해 고발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성희롱 피해자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빠지기도...
생활정보지 회사에 다니는 정씨는 혼자 여직원으로, 다른 남자 직원들은 대부분 외근을 하기 때문에 사장하고 둘이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 입사 때부터 사장이 ‘애인이 있냐’, ‘나랑 애인하자’라는 식의 농담을 던졌고, 정씨는 처음에는 이를 단순한 농담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겼지만 사장의 성희롱은 갈수록 심해졌다. 어깨를 걸치거나 엉덩이를 툭 치고, 목 뒤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뽀뽀하고 싶다’는 식의 노골적인 이야기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던 중 하루는 ‘뽀뽀 좀 하고 싶다’며 갑자기 달려들어 강제로 키스를 하였다. 이에 정씨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뿌리치고 뛰쳐나가 마음을 진정시킨 뒤, 사무실로 돌아와 짐을 챙겨서 나왔다. 집으로 돌아 온 정씨는 심하게 몸부림치면서 헛소리를 하고 발작증세(쇼크증세)를 일으켰다. 또 온 집안의 물건이 흐트러뜨리고 난장판을 만드는 등, 동생이 진정제를 사와서 먹여야 할 정도였다. 그날 밤 사장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와 ‘귀엽고 좋아서 안아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고 말하며 동생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자 ‘아, 그걸 포옹이라고 이야기해야 되겠죠?’라며 뻔뻔스럽게 이야기했다. 동생이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사장은 ‘본인도 호응했다.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대응하며, ‘나는 단돈 10만원도 없다. 이걸 가지고 장사수단으로 생각하느냐?’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기도 했다.
성희롱의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여성으로 그냥 참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계속되는 성희롱의 악순환을 낳는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씨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계속되는 사장의 성희롱을 묵묵히 참아오며 정신적인 피해만을 쌓아 왔으며, 증인이나 증거가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기록을 남기고, 증거와 증인을 확보해야 하며 지속적인 성희롱의 경우 녹음을 하도록 한다. 사건이 발생한 날짜, 시간, 장소, 구체적인 내용, 목격자나 증인, 성적인 언어나 행동에 대한 느낌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서 문서화된 기록으로 남겨두고, 컴퓨터를 통한 성희롱의 경우 갈무리를 통해 내용을 저장해 둔다. 번거롭고 귀찮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아직은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렇게라도 하여야만 해결과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상급자나 고충처리기구, 노동조합, 상담기관 등에 도움을 청하고,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자신의 요구를 분명히 한다.

성희롱은 남성과 여성의 인식차가 불러일으킨다?

여성민우회의 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에 대한 남녀간의 인식차이는 매우 큰 것으로 타나나고 있다. 성희롱을 당한 여성은 불쾌감(67.7%)과 당황스러움(19.8%)을 느끼고 있는 반면, 남성은 친절감의 표시(60.8%), 성적 충동(29.8%)으로 성희롱을 하였다고 대답하고 있다. 또한 성희롱을 ‘남녀간의 자연스러운 성적 관심’으로 보는 사회적 통념에 대하여 여성은 약 70%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남성은 약 27%만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성희롱은 여성들도 즐기고 거부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성의 61%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남성은 약 20%만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해자가 성희롱을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성희롱은 피해자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이며, 피해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은 것이다. 즉 성적 대상화는 상대의 의지나 의도를 무시한 채 자신의 성적 욕구나 의도를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성적 대상화는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피해자 개인은 정신적, 정서적, 심리적으 로 위축되게 한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떠나 성희롱이 사회적 권력관계 속에서 약자에게 가해지는 인격침해행위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나라는 아직까지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교사와 학생,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따져볼 때, 전자는 후자에 비해 절대적인 권력을 갖는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있는 위치에 있는 남자나 어른, 교사, 직장상사 등에 의해 힘을 갖지 못한 여자, 아이, 학생, 부하직원에 대한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용이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소규모 이상의 업체보다는 소규모영세업체에서 보다 많은 성희롱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노사협의회가 결성되었느냐, 아니냐 하는 것에 의해 조금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 성희롱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차별의식과 남성중심의 성문화에 본질적인 원인이 있다는데 일치하고 있다. 때문에 사업주의 도덕성 제고가 무엇보다 시급하며, 성희롱문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변해야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성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전한 성도덕성을 정착,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직장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직장내 성희롱은 피해자인 여성에 대한 명백한 비인격적인 대우이며 근무환경을 악화시켜 실질적인 고용차별을 가져오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은폐되거나 일반적인 관행처럼 용인되어 왔다는데 문제가 크다고 보겠다. 성희롱법이 단순한 직장내 규범을 넘어 우리 사회 양성평등의 새로운 가치관형성에 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성희롱을 예방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남녀평등의식의 확산과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 잡아 건전한 직장문화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글: 박혜연 기자

박스기사1.
성희롱에 관한 편견과 오해의 소지 10가지

① 좌천이나 처벌조치, 혹은 해고 후에 제기된 성희롱 고발은 진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처벌에 앙심을 품고 보복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② 만약, 상대가 ‘싫다는데 왜 그래요?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요.’라고 거세게 반발하지 않는다면, 상대도 그 행위를 내심 원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③ 대개의 여성은 ‘섹시하다’거나 ‘자극적으로 보인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반가와 한다.
④ 남성이 성희롱 혐의 없이 여성에게 동정적으로 대하거나 도와주며 동료애를 유지시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반대되는 이성이 관심을 보이면 기분 좋아한다.
⑥ 품행이 단정하고 바른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절대 희롱 당하지 않는다.
⑦ 만일 여성들이 짧은 스커트나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는다면 그것은 여성들 스스로 성희롱을 자초하는 일이다.
⑧ 성적인 희롱을 당한 즉시 그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몇 개월 후에 이의를 제기하는 여성은 그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⑨ 성적인 희롱(언어적, 시각적, 육체적)으로 정말 심각하게 상처받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무해하다.
⑩ 희롱을 불쾌하게 여기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대개 사고가 매우 경직되어 있고,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들이다.

박스기사2
성희롱의 유형


육체적 행위 - 강제 입맞춤이나 포옹, 뒤에서 껴안기
-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
-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 음란한 농담이나 진한 음담패설
-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 성적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 성적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 음란한 내용의 전화 통화
- 회식자리 등에서 무리하게 옆자리에 앉게 하거나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 외설적인 사진, 그림, 낙서, 음란 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 주는 행위
- 직접 또는 팩스나 컴퓨터 등을 통해 음란한 편지, 사진, 그림을 보내는 행위
-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언어적 행위



시각적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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