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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힘과 펼침, 인고(忍苦)의 미학(美學)’ 돈화문갤러리 김영자 초대전9월 18일부터 10월 7일까지 돈화문갤러리 (종로구 돈화문로 71. 9층)
  • 하명남 기자
  • 승인 2019.09.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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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화문갤러리 김영자 초대전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접힘과 펼침은 곧 생명의 생성과 소멸의 영속적인 파동이다. 인고(忍苦)의 미학(美學)을 탐구하는 김영자 작가 초대전이 9월 18일부터 10월 7일까지 돈화문갤러리 (종로구 돈화문로 71. 9층)에서 펼쳐진다.

생성과 소멸 91.0x65.2cm acrilyc on canvas 2018

생성과 소멸 –접힘과 펼침

사유의 핵심은 접힘이다. 다시 말해 접힘과 펼침 그리고 한데 접어 아우름이다. 접힘과 펼침은 작품의 구성요소이며 주제이다. 접힘과 펼침은 감소하고 증폭하면서, 우주와 자연 그리고 삶 속에서 들어간 골과 봉긋하게 솟은 마루로 드러나고, 시간과 공간, 의식 속에서 사유하는 흔적이 되기도 한다. 안으로 접힘과 밖으로 펼침, 한데 접어 아우름은 생성과 소멸의 영속적 파동을 이루는 생명의 메커니즘이다. 나아가 생명과 세계가 맺는 모든 관계를 형성하는 생명(신체)부분들 사이의 접속들이 지각작용이며 이미지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파동으로써 찌그러짐의 부정적 의미를 주름짐의 긍정으로 변화시키고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생명력을 드러내려 했다

들뢰즈(Gilles Deleuze,1925-1995)는 물질의 주름과 영혼안의 주름으로 말했다. 물질의 주름이란 바로크 미술(건축, 복식 등)에서 보이는 형태적 주름뿐 아니라 물리학, 생물학적 주름도 포함하는 감각적이고 신체적인 주름까지를 일컫는다(동굴의 주름진 벽면, 물결, 소리, 빛의 파동, 알의 분화 등)

영혼의 주름은 바로크 수학에서 시작하여 라이프니츠(Gottfried Von Leibniz,1646-1716)의 ‘변화하는 곡률’이 주름이라는 명제에서 들뢰즈는 변곡의 초점을 ‘시선의 점’이라고 부르고, 주름은 사물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이며, 접힘과 펼침을 연속 반복하며 무한히 뻗어 나가는 것,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사물과 개념 속에서, 그 독특한 속성들 안에서 모든 레벨과 카테고리를 하나의 순간으로 연결시킨다. 이 연결점이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점으로 이를 주체의 영혼이라 했다.

접힘과 펼침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펼침은 접힘의 반대가 아니라 또 다른 접힘에 이를 때까지 접힘을 따라가는 것이다. 공기의 압축-팽창, 포괄적 전개됨이라는 접힘-펼침이다.

펼침은 생성인 자라남, 증가함, 되어짐(devenir)이고, 소멸은 접힘인 감소함, 줄어듦이고 펼침의 마침(terminer)인 것이다. 주름은 물질의 유체성, 탄력성, 메카니즘으로서의 복원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펼쳐진다. 유기체는 그 안에 이미 스스로 펼쳐 나갈 수 있는 힘인 조형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의 작품에서, 접힘과 펼침인 파동은 마루로 펼침의 연속이며 파동의 골처럼 접힘의 이어짐으로 된 생성과 소멸의 영속적 파동인 것이다

- 김영자 작가노트 중에서

생성과 소멸 91.0x91.0cm acrilyc on canvas 2019

만물의 생성, 소멸의 원리로서의 ‘주름’에 대한 미적 천착

단색으로 깨끗이 밑칠이 된 캔버스에 빨간색 물감으로 중심점을 찍는다. 김영자의 <생성ㆍ소멸>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것은 또한 앞으로 몇 날 며칠이나 지속될 지 모를 인고(忍苦)의 작업이 비로소 첫 생명의 울음을 터트리는 탄생의 순간이기도 하다.

김영자가 그린 점(dot)은 일정한 크기를 지닌다. 그것은 캔버스 위에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로써, 2018년부터 그가 그리기 시작한 <생성ㆍ소멸>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김영자는 거기서 시작해서 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순전히 눈짐작으로만 원을 그려나간다. 원은 중심에 존재하는 하나의 점에서 출발해서 파상(波狀)의 형태로 점점 커져 나중에는 백호 혹은 그 이상 되는 커다란 정방형 캔버스를 가득 채운다. 그 지난한 과정을 지켜보면 실로 ‘인고(忍苦)’라는 말 외에는 달리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시간의 축적을 알게 된다.

“사유의 핵심은 주름이다. 주름은 한 마디로 접힘과 펼침이다. 나의 작품의 구성요소이며 주제인 주름은 접힘과 펼침으로 감소하고 증폭하면서, 우주와 자연 그리고 삶 속에서 들어간 골과 봉곳하게 솟은 마루로 드러나고, 시간과 공간, 의식 속에서 사유의 흔적, 문명의 영토가 되기도 한다.”

이 글을 통해 김영자는 우주와 삶, 그리고 문명의 원천으로서 주름을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름이란 펼침과 접힘이 반복된 형태로서 아코디언의 바람통이나 60년대 유행했던 주름치마에서 볼 수 있듯이, 동일한 패턴의 반복적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어둠을 뜻하는 음(陰)과 밝음을 뜻하는 양(陽)의 반복을 가리킨다. 이를 그녀의 작품 제목인 <생성ㆍ소멸에 대입하면, ‘펼침(양)’은 생성으로써 사물의 태어남, 자람, 이루어짐, 발전 등을, ‘소멸(음)’은 사라짐, 끝남, 줄어듬, 쇠퇴, 마침 등의 뜻으로 새길 수 있다.

김영자는 원형의 근작이 나타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면들의 겹침으로 대변되는 <생성ㆍ소멸> 연작을 제작한 바 있다. 이른바 난색과 한색을 위주로 한 이 연작들은 겹쳐진 색면들이 자아내는 미묘한 색의 뉘앙스 표출에 주력한 작품들이다. 그 어느 작품이든 기조만 달랐지 현재의 작품과 비교해 볼 때 ‘주름’으로 대변되는 생성과 소멸의 철학을 담아내는데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김영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기존의 화풍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식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러한 변화에 앞서 많은 고뇌가 따랐을 줄 믿는다. 그러나 이 작품들 역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름’의 심오한 의미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전개될 김영자의 새로운 화풍의 탐색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윤진섭 미술평론가

생성과 소멸 181.3x181.3cm acrilyc on canvas 2018 (2)

김영자 Kim Young Ja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회화과) 석사

개인전 28회 (1968~2019)

2019 돈화문갤러리 (서울)

2018 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7 반달미술관 (여주)

2016 쉐마미술관 (청주)

2014 Coohaus Art Gallery (The Armory Hall, New York City)

2012~2013 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0 아트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1 인사아트센터 4층 (서울) 등

서울, 뉴욕, 도쿄, 홍콩 외

단체전 110여 회 (서울, 뉴욕, 파리, 도쿄, LA, 상하이 외)

2019 Freedom2019‘Now&Future’ FukuokaAsian & YangPyeong Museum

2019 Celebrates 35th Misulsegae. (미술세계 갤러리, 서울)

2018 서울미협 LA전 (LA한국문화원, LA)

2014 Arte-P Gallery 2인전 (New York City)

1980~1982 르 살롱전 (그랑빨레, 파리) 등

기타 경력

2012 제3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심사위원

예원예술대학교 객원교수 역임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이번 전시가 열리는 ‘돈화문갤러리’는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대표 윤숙자)가 왕이 거닐던 돈화문로의 새로운 문화 중심을 선언하며 지난 3월 ‘돈화문갤러리’와 ‘갤러리카페 질시루’를 오픈한 ‘돈화문로의 문화랜드마크’다.

돈화문갤러리 김영자 초대전은 9월 18일부터 10월 7일까지 열린다. 오픈 리셉션은 18일 오후 6시, 전시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생성과 소멸 181.3x181.3cm acrilyc on canva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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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남 기자  hmn2018@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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