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수 발행인

(시사매거진257호=김길수 발행인) 지난 7월 20일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아직 일본으로부터 배상받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와 사법부의 입장”이라며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왜곡, 비난, 매도하는 한국 사람은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너무 극단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찬성하거나 혹은 반대하거나, 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거나 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생각들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당신은 틀렸다’, ‘당신은 나쁜 사람이다’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극단적인 사고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나와는 다를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관용과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존중하고 서로가 조금씩 만족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양보와 화해이다. 사랑과 평화 같은 인류 공통의 가치 기준도 있겠지만 이 가치 기준 또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보면 개개인의 가치 기준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요즘 대한민국의 모든 뉴스를 집어 삼키는 블랙홀이 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나는 조국 후보자가 보여준 입진보의 민낯이 너무 싫어 임명을 반대한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인정했고 사법개혁을 완수할 사람은 조국 후보자 뿐이라서 임명해야 한다’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이제 정말 역겨워. 난 누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든 신경쓰지 않을래’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전 세계 인구 중, 대한민국의 개개인들이 생각하여 결정한 자기 나름의 결론 중 하나다. 자기와는 결론이 다르다고 하여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러 들거나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무척 발전된 것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게 나타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2018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21위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에 속한다. 모두 충분한 민주주의를 누린다고 짐작하지만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예전에는 정치에 대한 혐오가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정치 관심의 형태가 지나쳐 나와는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조건 무시하고 비방하는 것과 같은 지나친 극단화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든다. 중간자적 입장을 가진 사람이 생각이 없거나 비겁한 사람으로 모욕받게 되거나 양쪽 모두가 할퀼까 두려워 좋은 타협안이 있음에도 말을 꺼낼 수 없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문화적 차이나 교육 배경의 차이 등으로 인해 나와는 전혀 다른, 너무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에게 나의 사고방식을 강요하고 나의 가치 판단 기준을 들이대면 도무지 마찰을 피할 수 없다. 그 사람의 문화를 인정하고 종교를 인정하고 가치 기준을 인정해야만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다양성의 문제이다. 비둘기가 싫다고 하여 모조리 없애버리거나 흑인이 싫다고 하여 모조리 없애버리거나 동양인이 싫다고 하여 모조리 없애버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삶의 무게를 알아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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