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경선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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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경선이 남긴 것
  • 글_김정숙 기자
  • 승인 2007.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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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은 실패, 정동영 경선 승리의 의미는
조직의 힘이 성공 좌우해, 지지율 확보가 급선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을 보면 범여권 지지층은 외부 세력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해 당내에 착근해 있는 정동영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정 후보는 범여권 지지층에게 낯익은 평화 이슈를 중심으로 지지를 확산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경선이 불법과 동원 논란으로 점철됐다는 점에서 정 후보가 향후 얼마나 힘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후보는 초기 의제 설정 때 ‘누가 민주 세력의 적자인가’라는 정통성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손 전 지사는 ‘본선에서 이길 사람을 뽑자’라는 이슈를 내놓았다. 그러나 범여권 지지층은 손 전 지사를 믿지 못했다. 신당 관계자는 “호남 지역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영남주자인 노무현 후보를 밀었다 배신당했다는 반감이 있는데 손 전 지사가 범여권으로 오면서 이런 우려가 증폭됐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사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대통령 명의도용 논란으로 오히려 호남을 중심으로 정 후보 지지층이 결집했다”고 분석했다.
정 후보 측은 이번에 자기 목소리를 강력히 낸 기존의 지지층을 확고히 하기 위해 평화 이슈를 적극 생산할 계획이다. 개성공단을 만든 추진력을 바탕으로 무르익고 있는 한반도 평화시대의 적임자가 정 후보라는 점을 유권자에게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총리회담 등 남북정상회담 후속 일정이 대거 잡혀 있어 이 전략은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 측이 이런 전략을 통해 지지율을 1단계 목표치인 20~25%로 끌어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이번 경선은 철저한 조직 선거였다. 정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10%로 낮추고 국민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지역 인구비율이 고려되지 않도록 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때부터 조직 선거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적 관심에서 밀려나면서 투표율도 크게 낮아 조직 선거는 위력을 발휘했다. 정 후보 측은 전북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조직을 동원했는데 이를 통해 획득한 3만4,000여 표(83%)가 승부를 갈랐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정 후보가 조직 선거의 승리자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이는 향후 정 후보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와 이해찬 전 총리와의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정 후보 측은 캠프 선대위 구성 때 기득권을 포기하고 세력을 안배할 방침이다. 두 사람도 선대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성을 갖고 도와줄지는 아직 모른다.



경선 후유증 극복해야
한편, 정동영 후보는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 확보와 더불어 앞으로 경선 후유증 극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우선 이번 경선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만큼 이 과정에서 불거진 불신과 반목을 해소하고 각 세력 간 화합을 얼마나 조속히 이뤄내느냐가 대선 승리를 판가름 날 관건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칫 당 지도부나 정 후보가 이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한계를 보이거나 노력이 부족할 경우 신당은 오히려 본격적인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것.
정 캠프 내부에서 조차 “당 지도부나 중진들이 우리 후보에게 정통성 있는 후보로 힘을 몰아주지 않을 경우 자칫 앙금 때문에 구심력이 아니라 원심력이 작용할 수 있다. 일부가 문국현 후보를 돕게 된다면 옛날식의 후단협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 후보 진영 간에는 노 대통령 명의도용혐의 등과 관련 현재도 경찰수사가 진행 중으로 서로의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이고 이 후보 측은 경선 막판까지 “경선 승복과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탈법 문제는 별개”라며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이 후보를 돕던 친노 진영 일부에서는 경선 막바지에 이 후보의 진출이 불투명해지자 영남신당과 문국현 후보 캠프로의 이탈 등에 얘기가 구체화되기도 했다. 때문에 정 후보 측에서는 우선 당분간은 당내 화합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본격적인 대선을 치르기 위해 대선기획단을 거쳐 당 선대위가 꾸려지는 데로 각 후보 진영의 핵심 인사들에게 선대위 참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내년 총선 등과 관련 당권 문제 등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문제가 쉽게 풀리지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 후보 측 노웅래 대변인은 “앙금이나 갈등을 말끔히 씻어내는 것이 우선 과제로 내부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제는 당을 대표하는 선대위 캠프가 돼야 할 것이고 다른 캠프의 유능한 사람들도 일정의 역할을 갖도록 하는 선대위로 바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당 대변인은 이날 경선 마감 논평을 통해 “경선 승자와 패자를 넘어 이제 다시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칠 것”이라며 “후보단일화와 어쩌면 추가통합까지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충일 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평화 세력이 이제와서 역사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동단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끝까지 경선에 임한 세분은 물론 처음 출발한 9인의 예비후보가 단결해서 화합하는 모습으로 대선에 임한다면 필승”이라며 화합을 강조했다.


흥행 실패 경선, 희망은?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동원선거 논란, 부정선거의 의혹 공방, 파행위기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표를 찍었으나 ‘새로운 요소’ 부각에는 일단 실패했다. 경선 막판 사상 최초로 시도한 모바일 투표가 일순간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국민감동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가까스로 후보선출 절차를 마쳤지만 ‘완전국민경선’이란 이름에 걸맞는 본질적 효과를 잃어버린 셈이다. 신당의 대선후보 선출이 범여권 진영에 감동과 역동성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이미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상태다.
대선불출마 선언 뒤 침묵을 지켜왔던 김근태 의원조차 “당시(2002년)엔 노무현(민주당 후보), 정몽준(국민통합21 후보) 두 사람이 합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어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상 신당 후보로 결정된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이인제 후보 등과의 후보단일화 과정은 ‘민심을 사로잡을 새로운 요소’를 창출해내는 일이 최대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10월 14일 오프라인 동시투표가 진행된 전북, 대구·경북, 대전·충남, 수도권 8개 지역의 투표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분을 기준으로 14.4%에 그쳤다. 선관위 관리대상 선거인단 82만 명의 10명 중 8명 이상이 투표장을 외면했다는 이야기다.
당초 범여권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완전 국민경선제’를 내세우면서 300만 명 참여를 거론했다. 지지층과 중간층 유권자의 열기를 모아 한나라당 우위의 대선판도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물거품에 그쳤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인 평가다. 예비경선 초장부터 갈등의 출발점이 됐던 당 국민경선위원회의 관리능력도 마지막 날까지 허점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동시투표’도 조직적 동원이 승패를 가르는 결과를 낳았다. 여의도 정치권 안팎에선 “‘완전국민경선’이 아니라 ‘완전동원경선’이란 비아냥까지 흘러나왔다.

경선 마지막 날까지 잡음 예상
범여권의 지지율 ‘파이’를 키우자던 신당 경선이 ‘제살 깎아먹기’란 정반대 방향으로 흐를 조짐은 이미 예비경선(컷오프) 시점부터 엿보였다. 선거인단 등록부터 일명 ‘박스떼기’ 의혹이 불거졌고, ‘1인2표제’ 강행 속 개표결과 계산 착오가 이어지며 여론의 냉소를 자초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을 계기로 후보자간 불법선거 의혹 공방이 시작되면서 경선파행 위기가 턱밑까지 이르렀다. 급기야 후보자간 비난 성명전에 상호 고발사태로 상황이 악화됐고, 특정후보 캠프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까지 있었다. 신당 지도부의 선거관리 ‘무능력’이 한몫을 보탰음은 물론이다.
국민적 외면 속에 치러진 ‘잡음 경선’은 10월 14일 동시투표날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선거인단 명부에서 누락돼 투표를 못한 사례가 속출했다. 이해찬 후보 부인 김정옥 씨, 김희선 의원이 투표안내문을 받고도 투표를 하지 못했다. 국민경선위 측은 “막판 전수조사에서 걸러진 결과가 그전에 안내문을 받은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날 세 후보 측 인터넷 게시판에는 “투표권을 빼앗겼다”는 항의성 글이 수시로 올라왔다.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 신당 경선은 결국 박스떼기→명의도용→선거인 명부 누락 등 상식이하의 의혹제기가 바닥으로 번지는 ‘악순환’을 한껏 키우고 말았지만 경선 마지막 주 나타났던 모바일 투표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10월 14일 이전 실시된 8개 지역 오프라인 경선이 친노후보간 기계적 후보단일화, 동원선거, 경선일정 일시 중단 등 정치공학적 요소에 좌우되면서 국민적 불신을 키우다가 막판 모바일 투표로 ‘신선함’을 선보인 점은 향후 범여권의 진로에 의미가 있다. 모바일 투표같은 식의 어떤 새로운 요소가 향후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범여 정치권의 진솔한 노력이 중요한 시기란 지적이 여의도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손학규 “대선승리 총진군하자”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총진군하자”고 호소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지역활동가 및 지지자 1천여 명과 계룡산 등반에 나서 “손학규가 이루지 못한 꿈을 반드시 신당의 정 후보가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을 간절하고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여러분 한 분 한 분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도 많고 아쉬움도 많을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그러나 이제 이를 접고 더 큰 힘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힘차게 앞으로 나가야 한다. 제가 우리 모두의 자랑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미 정 후보와의 만찬회동에서 적극적 협력의사를 밝힌 바 있다.
손 전 지사는 경선과정의 불법?부정선거 공방을 염두에 둔 듯 비록 경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경선과정 만큼은 이겼다고 평가하면서 “깨끗한 선거와 새로운 정치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졌지만 우리의 정신은 결코 지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을 보여줬다. 국민들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고 따뜻한 눈길로 안아줄 것이다. 우리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저녁 서울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 하며 정 후보가 제안한 선대위원장 수락여부 등을 논의했다. 손 전 지사 측 송영길 의원은 “등반대회나 의원들과의 만찬은 지지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선대위원장을 수락하려는 과정으로 보인다. 의원들도 모두 힘을 합쳐 정 후보의 당선에 노력하자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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