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부덕 작가 “이전에는 메인으로 부각했던 중요한 모티브인 나비를 캔버스의 자연 속으로 날려 보내다”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점(點)의 구상, 혹은 색(色)의 추상으로 나비의 섬세한 자유의지를 표현해 온 화가 이부덕 작가는 오는 10월 내면을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여, 내적으로 잠재된 자신의 마음 속 공간을 표현하는 통산 14번째 개인전 ‘Another Space’전을 개최한다.

현존하는 추상의 아이디어 중 대부분이 누군가는 이미 시도한 것이며, 그 점에서 형태와 화풍에서 자유를 갈구했던 예술가들이 서로 마주한 적은 없음에도 탈현실의 환상세계 어딘가에서 교류하며 발전한다는 추상의 매력에 빠진 이 작가는 이제 자유를 추구하는 나비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며 모든 억압을 분출하고 심호흡을 하는 단계에 있다.

상상의 색면추상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 어른에서 아이까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추상을 그리는 작가, 그의 특별한 행운의 공간을 공유하는 열쇠인 ‘Another Space’에서 관객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하나쯤은 품고 있는 나비를 날려 보내는 특별한 힐링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완전한 추상의 세계, 통산 14번째 개인전에서 잠재된 마음 속 공간의 자유 펼치다
“누구나 그릴 수 있되, 아무나 완성할 수 없다”는 추상화는 각자 잘 훈련된 예술가들 중에서도, 꿈 속 로또 당첨번호처럼 찰나의 아이디어를 잡고 잘 조합하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장르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 혼자만의 생각 속 ‘이데아’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감상을 담은 화가 이부덕 작가의 추상화는 자연에서 시작되어 자연의 상징물을 독특한 공간에 담는 비구상의 세계에 있다.

이미 호안 미로의 자연물 형태변환에 매료된 바 있으며, 르네 마그리트처럼 일상의 생명과 사물들을 이질적인 공간으로 옮긴 데페이즈망 기법을 응용해 오토마티즘(자동기술법)의 형식으로 표현한 이 작가에게, 무의식과 꿈의 세계 속에서 현실에 억눌린 다양한 감정을 이미지화하는데 어떤 도형과 색감을 사용하게 될 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이 작가가 홍대 미술대학원 석사학위 집필문에 인용한 신작 ‘Another Space’시리즈 서술에서 보이듯, 그러한 반추상과 반구상이 점차 인간내면을 매개로 세상과 인간을 이분법대신 완전한 추상으로 융합·변화시키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추구한 자연과의 소통이, 점차 잠재와 무의식의 세계를 향하며 자연형태의 자유변형과 왜곡을 거쳐 가히 우주적, 환상적 세계관을 이뤄내는 과정이며, 어떻게 평범한 돌들 속에서 보석 원석을 찾아낼 수 있었는지 방법론 면에서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작가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자연의 감각적 재해석, 내면 심상의 미학적 이미지화, 그리고 탈현실의 환상적인 세계 요소들을 평면이라는 공간 속에 재구성하는 추상의 이념을 실현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더욱 주관적인 감성을 허용하여, 감상자들이 선입견과 장벽에 막히지 않고 자신의 감성에 따라 느낄 수 있도록 나비를 구성한 ‘점’의 요소인 인간의 욕망과 꿈을 해소하고자 ‘점’ 그 자체도 해체, 재구성하고 있다.


‘나비의 꿈’에서 일련번호 ‘Another Space’로, 아이들도 공감하는 순수한 무한상상의 환상
이 작가의 점묘화는 쇠라와 시냐크의 점묘화처럼 겹치는 색효과보다는, 점이라는 이질적인 색으로 구성한 형상으로 배경과 오브제가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시각효과를 추구해 왔다. 그렇게 ‘나비의 꿈’ 점묘화는 은은한 레이스 스티치의 점묘처럼, 현실을 투영하는 환상처럼, 이상과 현실의 공존을 꿈꾸어 왔다. 그런 추상적인 색면 위에 점이 모인 곡선을 타고 모인 꿈과 희망의 나비는 같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 깊은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

장자의 ‘나비의 꿈’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듯, 인간과 우주만물의 합일을 조심스레 그려 간 이 작가는 차츰 변형과 왜곡을 통해 자유로운 감각을 풀어나가고 있다. 2016년의 나비에 이어, 2017년 더욱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연도-품번의 타이틀 ‘Another Space’ 시리즈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색감을 보여주고 있다.

또 구도와 색상에 사전지식이 없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서 나온 감상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고 소통한다고 전하는 이번 시도는 더욱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다.

그리고 <18-3>은 아크릴로 표현한 실크스크린 같은 영롱한 무늬로, 마치 화공약품 안에서 색색의 오브제들이 곡선을 그리며 녹아내리는 듯 느슨한 변형 왜곡의 매력을 드러낸다. 또한 채도를 낮추고 물 탄 듯 수채의 연함과 아크릴의 선명함을 공존시켜, 부분적으로 찢어진 장막을 통해 보듯 한 세상을 그려낸 <18-14>, 일상적인 상상력을 마치 인터렉티브 섀도우 아트처럼 구체적인 환상의 세계로 구체화시킨 로맨티시즘으로 가득한 <18-5>, <18-6>도 눈길을 끈다.
 

작가로서 감상자 개개인의 주관에 따라 환상과 현실의 자유변형 만끽하는 기쁨 줄 수 있길
한동안 대학원에서 학업에 몰두하며, 미술사에 대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킴과 함께 풍부한 이론을 갖춘 이 작가는 작품 활동 가운데 다양한 그룹전에 꾸준히 참여하고 가을의 14번째 개인전을 10월 3일부터 8일까지 인사동 AP갤러리에서 연다.
작은 그림에서 100호 7-8점도 소개할 예정이며, “기분에 따라,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달리 보이는” 이 작가의 신작들은 개인적인 여행과 자연을 느끼는 과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얻은 영감들은 채색 과정에서 바뀌기도 하지만, 누구나 바라보며 힐링하기를 바란다는 추상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작가 자신도 그리는 과정에서 삶 속의 억압과 절제에 대해 숨통이 트인다는 이 그림들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작품으로 담아낸 것이라기보다는 꽃, 사람, 사물과 같은 요소들을 자연의 일부로 놔 둔 채, 그 위에 작가의 마음이라는 ‘필터’를 얹은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여 점과 곡선으로 갇혀 있던 나비조차 메인 센터라는 부담감을 벗어나, 비스무트 원석 표현의 결정처럼 솟아오른 꽃을 박차고 작가가 창조한 자연 속으로 자유로이 날아갔다. 그렇게 돌아간 나비의 흔적 위에, 이 작가는 꽃을 새로이 피워냈다고 한다. 줄과 곡선은 한지로, 꽃 모양은 한지를 오려 붙여 그 위에 채색한 <17-1>은 믹스드미디어로 표현된 꽃의 부조로 기존의 통일감 유지 속에 보색을 포인트로 넣어 눈에 띄며, <17-17>은 보석처럼 점묘된 나비를 업은 인간의 측면이 하나의 오브제가 되어 하늘과 땅의 보색대비 속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미술이 삶이요, 여행이라고 말하는 이 작가는 인간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리는 희망을 담아, 단 한 명의 관객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작가의 현주소를 계속 캔버스 위에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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