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위대한 황제…오명으로부터 제 위치로 복권

저자 가시마 시게루 | 옮긴이 정선태 | 출판사 글항아리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나폴레옹 3세는 바보도 멍청이도 아니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분명하다. 또 마르크스가 말한 것과 달리 무뢰한도 아니고 교조주의자들이 주장한 것과 달리 군사독재 파시스트도 아니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위대한 황제 나폴레옹의 오명을 재조명한 ‘괴제 나폴레옹 3세’의 저자 가시마 시게루는 나폴레옹 3세야말로 혼란스러운 19세기 중반의 정국을 타파해 사회를 안정시키고, 경제의 토대를 닦고, 파리의 대대적인 개조 등 현대 프랑스의 모습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설계한 위대한 인물이라는 점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나폴레옹 3세는 드골주의 역사가가 말한 것처럼 선의가 넘쳐나는 민중의 호민관이었던 것일까. 그렇게 간단하게 평가를 바꾸기에는 역사적 사실로 남아 있는 부정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쿠데타와 언론을 탄압한 억압 체제, ‘자, 즐겨라!’라는 호령에 따라 거행된 ‘제국의 축제’는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문제가 된다. 하지만 그런 의문을 안고 이런저런 문헌에 비춰 보아도 수수께끼는 점점 미궁으로 치달을 뿐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나폴레옹 3세는 “거의 말이 없고 글로 써서 남긴 것은 더욱 없는” 스핑크스와 같은 인물, 결국 어떤 정의定義의 그물로도 잡아낼 수 없는 수수께끼의 황제, 어떤 사람인지 가늠할 수 없는 괴제怪帝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나폴레옹 3세라는 인물을 색안경을 벗고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폴레옹 3세라는 특이한 인물의 됨됨이를 그의 출생 시점으로 되돌아가 해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그 여정을 담고 있다.

총 8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나폴레옹 3세의 유년 시절부터 성장 과정, 두 번의 봉기와 투옥, 탈옥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까지 ‘음모가 루이’의 성향이 형성되는 시기를 제1장과 제2장에서 다루고 있다. 제3장에서는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어 대통령에 당선된 그가 페르시니, 모르니 등 주변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 황제에 오르고 제2제정을 열어젖히는 과정을 담았다. 제4장부터는 제2제정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재조명되고 5장에서는 금융 전쟁 등이, 6장에서는 나폴레옹 3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 대개조’의 드라마가 자세하게 펼쳐진다. 제7장에서 변화된 파리에서 만국박람회를 개최하고 크림전쟁과 이탈리아독립전쟁 등을 거치며 오늘날 니스와 사부아 지역을 얻어내 영토 확장을 이룬 것에서 나폴레옹 3세는 정점에 이르렀다.

제8장과 에필로그는 제2제정의 급속한 몰락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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