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섭 칼럼] 효도하면 재산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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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섭 칼럼] 효도하면 재산 줄께
  • 편집국
  • 승인 2019.08.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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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계약서의 법적 효력은?
김다섭 변호사(사진_법무법인 민우)

부모 자식간의 소송이 늘고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 받은 자식들이 부양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이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싶지만 핵가족화와 더불어 서구화된 자본주의의 폐해가 만연한 현실 앞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현실입니다.

현대의학의 발달과 영양가 높은 식생활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상속보다 부모가 자식에게 '효도'를 전제로 재산 상속을 약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자식을 낳아 온갖 정성을 들여가며 키우는 것이 부모인데 늙어서 부모에게 효도는커녕 노부모의 남은 재산마저 가져가면 늙은 부모의 노후생활은 막막해 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 늘고 있습니다.

효도계약서를 작성할 정도의 부모 자식이라면 잘 키워준 것으로 부모의 도리는 다 한 것이니 남은 재산으로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변하게 된 데에는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화하면서 부모를 봉양하는 미덕이 사라진데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노인들의 노후생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면 일어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자식이 상팔자일까요?

아낌없이 주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녀들의 태도가 돌변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명절이 되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장남은 연락을 끊어버렸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재산을 자녀들에게 빼앗기고 거리로 쫒겨나다시피 하는 어르신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증여는 일종의 무상계약입니다.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어떤 조건 없이 재산을 주는 행위로, 현행 민법 제558조는 “한번 증여가 완료된 재산은 되돌릴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돌려받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미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이상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부양조건부증여’, 일명 ‘효도계약서’라고 불리는 걸 작성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일정한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증여를 무효로 판단하는 겁니다. 민법상 ‘부담부증여’의 일종입니다.

부담부 증여는 부담할 의무를 다해야 증여가 완성되는 것이다. 만약 부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계약은 해제될 수 있는 것입니다.

효도계약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사주거나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식은 부모에게 봉양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을 담은 각서를 말합니다. 이 경우 자식이 효도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상속 재산을 부모에게 돌려줘야 할까요. '효자'가 되겠다고 굳은 약속을 하고 부모 재산을 먼저 물려 받은 뒤, '불효자'로 돌변했다면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법원의 판단은 ‘증여계약의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돌려주는 것이 맞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자녀가 일명 '효도 계약'을 지키지 않았고, 그 계약을 전제로 한 재산 상속이 있었다면 해당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즉, 이 판결이 문제된 사안에서 A씨는 아들에게 자신의 주택을 물려주면서 '같은 집에서 부모를 충실하게 부양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아들은 A씨 부부를 요양원으로 보내려 했고, A씨는 이를 참지 못하고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아들은 A씨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결국 A씨는 아들에게 물려준 집에 대해 아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법원에 냈습니다. 법원은 아들에게 재산을 증여한 계약을 민법 제561조에서의 '부담부 증여(負擔附 贈與)'로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부모가 자식에게 '충실한 부양의무'를 부여한 증여계약을 체결했다면 일반적인 '부양의무'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부양을 기대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따라서 아들이 계약조건에 맞는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고 A씨 부부에게 막말을 일삼는 행위는 증여를 취소할 근거가 된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위 사례는 부모가 자식에게 미리 '효도계약서'를 받아 놓았기 때문에 부모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온 것이고, 그렇지 않고 미리 자식에게 증여한 재산을 다시 돌려받는 것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양의무'에 대해 자식과 부모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사안마다 ‘효도’의 정도가 다르다면 법원 판단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모 입장에선 A씨처럼 구체적으로 효도계약서를 작성해 조건을 명시해 놓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자식이 재산을 먼저 물려줄 것을 요구해 이를 들어주고 싶은 경우, 문서로 된 효도계약서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효도계약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한번 작성하면 무르는 것도 쉽지 않으니 작성할 때 신중을 기해서 작성하셔야 합니다.

1. 재산 목록은 상세하게..

2. 원하는 부양정도를 구체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조건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많이 들어가는 내용은 첫째, 정기적인 방문, 즉 찾아오라는 것입니다. 자주 방문한다가 아니라 매달 2회 방문 또는 1년에 몇 번 방문, 이런 식으로 써 둬야 뒷말이 없습니다. 둘째, 큰 병 걸렸을 때 병원비 내라는 것과 같은 비상시 목돈 지급하라는 내용입니다. 세 번째가 용돈을 달라는 것입니다. 매달 100만원처럼 금액을 딱 정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3. 위반 시 계약해제 요건과 반환 조항은 반드시!!

위와 같은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땐 증여재산을 반환한다는 문구를 꼭 반드시 기필코 넣어야 합니다.

4. 계약 날짜, 도장날인이 필요합니다.

공증을 받아도 좋지만 굳이 공증이 아니더라도 자녀들 이름을 쓰고 서명을받으면 됩니다.

5. 기타 조건은 도박하지 말라, 방탕하지 마라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6. 효도계약서에 특별한 양식은 없습니다.

위의 1번부터 4번까지 내용은 꼭 들어가게 계약서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꼭 나쁘게 볼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부모를 자주 찾아 뵈야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가족간의 관계가 계약서를 쓰고 나서 더 좋아졌다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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