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CO 전면금지 발표에도 진행…암호화폐 관련 피해 급증

최근 2년간 암호화폐 사범 420명 재판, 피해액 2조 7000억 추정

(시사매거진256호=최지연 기자) 2017년 말 비트코인의 폭등과 함께 암호화폐 자금을 모집하는 ‘ICO(가상화폐공개, initial coin offering)투자’ 바람이 거세게 일어났다. 2018년 초 정부의 ICO 전면 금지 발표와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인해 뜨거웠던 ‘ICO 투자’ 돌풍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정부의 전면금지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무분별한 ICO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2017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최근 2년간 구속 132명을 포함해 가상통화 사범 420명이 기소되었다고 지난 7월 21일 밝혔다. (자료_법무부)

2017년 말 비트코인의 가격 폭등으로 인해 국내는 ‘비트코인’,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열품이 불었다.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ICO(가상화폐공개, initial coin offering)투자’ 또한 성행했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앞서 사업계획서와 같은 백서를 발표하고 초기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인 ‘ICO’는 일반적인 IPO(기업공개, Initial Public Offering)보다 쉽게 투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당시 새로운 방식으로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지만 초기 프로젝트의 계획만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라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다수의 투자자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의 ICO 전면금지를 발표와 함께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락해 ‘ICO투자’의 열풍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일 뿐, 정부의 눈을 피해 ‘ICO’를 진행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무분별한 투자 현상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급락한 이후 300만 원을 전전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천만 원을 돌파하면서 가격을 유지하자, 다시금 암호화폐(가상화폐) 국내 거래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관련 범죄 증가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 7월 19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통화 관련 사범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최고형 구형을 재차 지시했다.(사진_뉴시스)

‘ICO 투자’와 ‘암호화폐’ 연관 피해 급증

2018년 초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ICO 전면 금지 입장발표 후, 별다른 규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ICO 규제 공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공백을 악용해 ICO로 자금을 모은 후 이를 회피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ICO 투자’로 인한 피해 사례는 다양하며, 최근에는 ICO 투자 외에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이용한 다양한 신종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ICO 투자’관련 피해 사례 중 대부분은 말도 안되는 사업 계획을 발표한 후 투자금을 모으고 도망가거나, 투자금을 모금한 업체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지 않은 채 잠적 또는 코인을 발행한 후 거래소에 상장만 시켜 놓고 방치하는 등이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 및 상담건수는 889건으로 전년 대비 24.9% 증가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수사 의뢰한 업체들 중 상당수는 ‘금융업’을 가장하거나 ‘가상통화’ 관련 유형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무분별한 ICO 투자를 하는 이유

블록체인 기업들은 초기 투자금을 쉽고 빠르게 마련할 수 있어 ICO를 진행한다. 정부의 ICO 금지로 인해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해외 법인을 설립하여 ICO를 진행해왔다.

한편 투자자들은 초기 암호화폐 시장에서 ‘ICO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봤다’는 무용담을 듣고 고수익을 기대한다. 카더라라는 불확실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위험부담이 높은 만큼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욕심 때문이다.

또한 주변 지인의 소개를 통해 지인을 믿고 투자한 경우도 많다.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암호화폐(가상화폐)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지인의 말만 믿고 눈먼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만 듣고 투자를 한 피해자들 대다수는 정보가 어두운 중장년층 이상의 노년층이 많다.

한편 무분별한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도 문제지만, 이렇게 투자를 하게끔 유도해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자들도 문제이다.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ICO를 진행하는 회사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인을 홍보하고 코인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판매업자들이 더욱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일명 수수료를 목적으로, 사실을 과장하고 부풀려 투자자들을 현혹시킨다. 이러한 암호화폐(코인) 판매자들은 다단계와 유사수신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구입하거나 투자하면 단기간에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수급조절 기능으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속이는 것이다.

가상 자산 및 가상 자산 서비스 제공 업체가 테리리스 금융 (terroristfinancing)에 대한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인 새로운 FATF 지침이 나왔다는 공지. (사진_FATF 페이스북)

법무부, 가상통화 범죄 엄정 대응 밝혀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사기·다단계 등 각종 범죄에 대해 법무부가 엄정 대응을 경고했다. 지난 7월 19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가상통화 관련 사기·다단계·유사수신·범죄수익은닉 등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구형을 강화하는 등 관련 사범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라”고 전달했다. 또한 범죄수익도 철저히 환수해 범행 유발 유인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7월 21일 법무부는 2017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최근 2년간 구속 132명을 포함해 가상통화 사범 420명이 기소되었다고 밝혔다. 가상통화 투자 빙자 사기·다단계·유사수신 범죄, 가상통화거래소 관련 범죄를 집중 수사해 165건을 적발하고 132명을 구속기소, 288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 범죄로 인한 총 피해액은 2조 6985억 원에 이른다.

 

‘ICO 금지’ 이후 IEO, STO 등 진화하는 투자방식들

지난해 무분별한 ICO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우려 되 주요 국가들은 ICO를 금지하거나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투자자 주의를 발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ICO 시장이 시들해진 가운데, ICO(암호화폐공개) 외에도 거래소공개(IEO), 증권형토큰공개(STO) 등 투자 방식들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은 ICO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증권 규제를 통해 업계의 무분별한 ICO를 제한하고, 기존의 투자계약 해석으로 ICO를 증권 규제 영역에 묶으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 일본 등은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해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가이드라인 필요

한편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은 정부의 ICO 금지 방침에 따라 IEO나 STO 등 자금 확보를 위한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섰지만, 정부의 규제 방향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블록체인 업계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현재의 ICO 전면 금지는 사실상 암호화폐 시장을 방치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ICO 금지 방침만 밝히고 여러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들을 마련하지 않는 건 책임회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규제공백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

한편,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강화는 국제적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6월 21일 미국에서 제3차 총회를 개최, 가상통화 국제규제 강화 관련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동성명에는 각 국가들은 소비자 보호와 금융 정책 등을 달성하기 위해 가상통화 영업과 가상통화 취급업소 금지정책이나 제한적 규제정책을 채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이 이 가이드라인 적용을 공조하기로 하면서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우후죽순 생겨 난립했던 거래소가 정리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시스템 체계가 구축되는 등의 건전한 생태계가 갖춰질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