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vs 비당권파의 전쟁...계속되는 내홍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122차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선 가운데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256호=박희윤 기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모두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대치를 이루면서 서로에 대한 비난과 감정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겉모습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분당의 수순을 밟는 듯 보인다. 또 내년 총선 날짜가 점점 다가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정계 개편이 계속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은 정리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계속되는 내부 전쟁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추석을 전후해서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 발생한 일련의 주요 사건들을 기준으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내홍을 살펴본다.

혁신위원장 사퇴로 촉발된 바른미래 내홍

지난달 11일 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은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혁신위가 공식 출범한 지 10일 만이었다. 주 전 위원장은 “지난 일주일여의 활동 기간 제가 본 것은 계파 갈등의 재연”이라며 “혁신위 안에서 그대로 재연되는 모습에 매우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해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크게 분노를 느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는 역부족을 느끼고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비당권파 최고위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었다.
이후 분열은 더 심화됐다. 지난달 12일 당권파로 분류되는 혁신위원들이 사퇴를 선언했다. 조용술 혁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에 많은 의견이 있음에도 ‘기·승·전·지도부 퇴진’식이었다”며 “당 유력인사가 직접 ‘당 대표 퇴진’ 안건을 위원들에게 지시했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도부 공개 검증’안에 찬성 의견을 밝힌 혁신위원 5명은 8월 15일 임기까지 혁신위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권성주 위원은 “혁신위가 정상화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겠다”며 단식에 돌입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122차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혁신위 관계자들이 손학규 대표에게 대화를 촉구하며 문을 막고 손 대표와 대치하고 있다. 이후 손 대표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단식 중이던 권 혁신위원이 쓰러졌다. 권 혁신위원은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했다.(사진_뉴시스)

 

의혹 제기, 몸싸움, 제소…계속되는 내홍

지난달 21일 유승민 의원이 주 전 위원장에게 손 대표 퇴진을 혁신위 최우선 안건으로 정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가 가동 중이던 지난 7일 저녁 무렵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유승민 의원과 바른미래당 의원 2명이 혁신위원 한 분과 만났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그 자리에서 유 의원은 그 혁신위원에게 손학규 대표 퇴진을 혁신위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곧바로 유 의원은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주 혁신위원장에 게 당 대표 퇴진을 혁신위 안건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지난 19일 단식 중인 권성주 혁신위원을 만난 자리를 제외하고는 주 전 위원장 이외 혁신위원 누구와도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급기야 지난달 22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는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지도부 검증안’ 상정을 놓고 대립하다가 파행으로 끝났다. 최고위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려는 손 대표를 혁신위원들이 막아섰다. 단식 중인 비당권파 권성주 혁신위원은 “뒷골목 건달도 이렇게는 정치 안한다”며 “이게 손학규식 정치냐.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처절한 절규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좀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손 대표는 “명분이 없으니 단식을 그만하라”고 답했다. 이후 손 대표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단식 중이던 권 혁신위원이 쓰러졌다. 권 혁신위원은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했다. 오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입장문을 통해 “손학규 대표의 권위와 리더십이 회복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최고위원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오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태경·권은희·이준석 등 최고위원들도 최고위원회에 함께 불참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당헌·당규 위반 혐의로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정상화를 위한 전현직 지역위원장 비상회의에서 이태규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손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은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정체와 답보, 갈등과 혼란의 연속이었다”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혼란의 최종책임자는 당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손 대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사진_뉴시스)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비상회의

지난달 25일 50여 명의 전·현직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당 정상화를 위한 전·현직 지역위원장 비상회의’를 갖고 최근 당 상황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 받은 뒤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손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은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정체와 답보, 갈등과 혼란의 연속이었다”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혼란의 최종책임자는 당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손 대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내 손 대표 사조직 멤버 시정조치,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 선임 및 사퇴에 대한 손 대표의 입장 표명, △혁신위 안건 거부의 해당행위 시인, △추석 전까지 10% 지지율 미만 사퇴, △4·3 보궐선거 여론조사 및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 유착의혹 규명 및 책임, △권성주 혁신위원 단식 기간 중 바비큐 파티 진상 규명 및 사과, △권 혁신위원 단식농성 당시 ‘짜장면’ 발언 당원 엄중 문책, △손 대표 자진 사퇴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17일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수가 희망했던 것은 정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 놓고, 제3지대 신당으로 원활하게 나아가기 위한 비대위 체제로 변화였다”며 “정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아 대안정치를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안정치가) 일단 10명의 의원들로 구성되지만, 앞으로 대안 세력을 더 묶어 가면서 제3지대 신당을 향해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민주평화당의 끝장 토론

지난달 17일 민주평화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한 모든 견해를 논의하는 이른바 ‘끝장 토론’을 결정했다. 평화당은 정동영 대표와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유성엽 원내대표와 박지원·장병완·천정배·최경환 의원 등 비당권파로 나뉘어 갈등을 계속 이어왔다. 비당권파는 창당 1년이 지났음에도 당 지지율이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 대표의 정치성향이 창당 당시 밝혔던 중도와 합리적 진보 성향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새로운 제3지대 정당의 창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 일환으로 현 당 대표가 저조한 지지율 등에 책임을 지고 당권을 내려놓거나 당 운영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측은 입장 조율을 위해 수차례 만나기도 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정 대표가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고 기존 대변인단을 새로 구성하는 등의 행보를 잇따라 보이자, ‘내 사람 심어두기’라는 지적도 나와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입장차만 확인한 끝장 토론

지난달 16일 의원총회가 종료된 이후에는 평화당 밖 진로를 모색하는 ‘비당권파’로 분류된 의원들 10명이 별도의 회의를 가졌고, 새로운 ‘조직’을 결성한다는 발표를 했다. 비당권파는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를 결성해 한국 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발표문에는 유성엽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종회·박지원·윤영일·이용주·장병완·장정숙·정인화·천정배·최경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대안정치연대 TF(태스크포스) 대표를 맡은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수가 희망했던 것은 정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 놓고, 제3지대 신당으로 원활하게 나아가기 위한 비대위 체제로 변화였다”며 “정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아 대안정치를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안정치가) 일단 10명의 의원들로 구성되지만, 앞으로 대안 세력을 더 묶어 가면서 제3지대 신당을 향해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점점 깊어가는 감정의 골과 가시화되는 분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달 22일 최고위원회에서 “탈당 그룹의 행동은 온당치 않다”며 “당원 뜻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소위 ‘대안정치연대’라는 탈당 그룹을 결성한 것은 해당 행위”라고 밝혔다. 나아가 “대안정치연대를 해산하고 정상적인 당무에 복귀하라”며 “당내에 합법적으로 구성될 ‘큰 변화 추진위원회’에 함께 참여해 내부 결속과 당의 변화를 함께 추동하자”고 호소했다. 나아가 비당권파를 겨냥해 “작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원 결정으로 지도부가 선출됐다”며 “이렇게 계속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징계 사유”라고 경고했다.
또한, 대안정치연대를 결성하려는 비당권파를 겨냥해, “스타를 영입해 바람을 일으켜 당선되겠다는 것은 ‘포장지’ 정치요 ‘껍데기’ 정치로, 국민 눈속임이고 기망정치”라고 비판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지난달 25일 하의도에서 개최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행사마저 반쪽 행사로 치르면서 양측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모두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대치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민주평화당 당권파는 일명 ‘하의도 선언’을 통해 “바른미래당, 정의당, 녹색당, 청년당, 시민사회단체와 개혁연대 또는 연합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지난 5월 분란을 겪다 의원총회에서 내년 총선 때 다른 정당과 통합·연대는 없다고 결의한 바 있기 때문에 결의를 변경할 명분이 필요하다. 향후 바른미래당 내 일부 호남 의원들이 탈당하여 민주평화당에서 분화된 ‘대안정치연대’로의 합류와 더불어민주당으로의 복귀가 예상되고, 바른정당계 출신 의원들 일부가 탈당하여 자유한국당으로의 복귀도 시나리오 중의 하나다.

반면 바른미래당의 유승민·안철수 계 의원들의 결사체와 ‘대안정치연대’의 연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은 누구나 예상하지만 각 당의 당권과 관련해 계속되는 내홍은 더욱 정계 개편의 톱니바퀴 속도를 가속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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