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 한다면 도시재생은 도시, 지역에 필요한 콘텐츠로 살아남을 수 있다”

강현철 교수는 도시재생은 기존 도시계획, 도시개발, 부동산, 건축(공학), 토목, 도시행정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 문화예술관광, 사회적경제 그리고 마을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휴먼웨어를 아우르는 종합영역으로 주목 받고 있다고 말한다.

(시사매거진 256호=차홍규 화백) 강현철 경기대학교 교수는 도시행정학을 전공한 도시재생학자로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이다. 특히 도시를 연구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에 살아오면서 체득한 지혜와 경험이 중요한데, 어릴 적의 여러 경험들과 그동안 배운 학문을 토대로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 일대의 지역주민들을 위해 이바지하려는 강 교수의 열정과 에너지는 지역민인 필자가 보기에 대단한 인물이었다. 이제 강 교수의 눈에 비친 도시재생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솔직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어릴 때 꿈과 현재 전공하고 있는 도시재생과 어떠한 관련이 있나 
1989년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Virginia州로 이사하기 전에 워싱턴 D.C. 슬럼가에서 6개월 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했는데, 그 당시 철창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 당시로서는 기억하기 싫은 힘든 기억일 수 있으나, 오늘날 도시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만의 자산이 되었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운이 좋게 국내외 다양한 도시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 때 처음으로 전라도의 도시(광주, 목포 등)를 경험했고,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중국인민대학에서 생활하면서, 중국의 다양한 도시들, 그리고 동남아의 도시들을 경험했다. 또한 대학후배들과 떠났던 배낭여행, 신혼여행으로 갔던 유럽(런던, 파리, 뮌헨, 로마, 프라하 등)의 도시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의 공간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도시들마다 그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달랐고, 그리고 도시는 사람하고 같아서 태어나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지금의 ‘도시재생’이란 그동안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특정 공간 안의 사람들의 마음속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현재 도시재생에서 기존의 ‘개발’은 의미가 없어진 것인가 
흔히들 ‘개발’의 시대가 아닌 ‘재생’의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지금의 도시재생의 개념이 조금은 협소하게 설정된 것이 아닐까? 우후죽순처럼 퍼져가고 있는 현재의 도시재생이라는 바이러스는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그 바이러스가 정책이 되어 돈이 되면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작년 6월, 용산에서 발생한 상가건물 붕괴사고는 도시재생에 대한 인식전환을 가져왔으며, 새로운 갈등 국면으로 들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서 도시재생을 활용하려고 한다. 도시재생은 정치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모든 것이다. 사실 현재 개발이라고 하면 도시패러다임에 역행하고 의미 없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지자체 산하 연구기관의 명칭을 보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개발’, ‘발전’이라는 단어가 쏙 빠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개발과 발전이 왜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개발은 정작 그동안이 대내외적 업적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한 채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질되어 왔다. 현 시점에서 개발자체가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서 도시의 패러다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지는 못하지만, 도시재생 또한 정책적 사각지대가 분명 존재하기에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 일대의 도시재생사업 총괄코디네이터로서 활동을 시작한 강현철 교수는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고 활성화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문제점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도시재생이 그동안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왔던 다른 선진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은 특별법이 제정된 2013년부터라고 본다면 이제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은 도시재생 자체에 있는 것 보다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관심이 다. ‘정책’과 ‘사업’은 분명 다르다. 
정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공공의 개입’이며, 사업은 이러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결과물이다. 도시재생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즉 사회운동으로 시작해 오랜 기간 밑바닥에서부터 현안을 발굴하여 이슈화되는 과정이 적어도 몇 년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들을 면밀히 살 필수가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 또는 지방정부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공공의 개입을 통해 그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구체적으로 예산이 정해지고 방향이 설정되면 ‘사업’으로 만들어져 추진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책과 사업이 추진되고 경험이 쌓이면서 학계에서 학술적인 방법론으로 이론화 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  
 
도시재생을 향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
현재 도시재생 분야 인재양성은 국토부나 LH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처럼 예산투입에 대한 결과물도 없고, 그 결과물마저도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지역의 대학이 책임지고 도시융합형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우리나라 경우, 도시재생 현장과 연계하여 전공 또는 학과를 개설하기 보다는 기존학문의 하위개념으로 과목이 개설되어 운영 중이다. 내가 재직 중인 경기대를 비롯하여 경남대 등 많은 대학에서 도시재생 전공개설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전공을 개설하기 어려운 학부과정보다는 비교적 수월한 대학원 과정부터 개설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당장 개설하기 쉬운 대학원 과정은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국내대학의 대학원을 기피하는 여건 속에서 지속적으로 학문적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인재를 길러 내려면 학부과정을 개설하여 도시재생 분야에서의 인재양성 생태계를 조금씩 확장해 나아가야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으로 공공기관을 옮긴 것은 도시재생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나 구도심을 방치하고 신도심을 만들었기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실 공공기관 이전은 도시재생차원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공공기관이전을 통해 추진되는 혁신도시사업은 현재까지 추진과정상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다. 사실 혁신도시가 조성된 지방도시에서는 신도심과 구도심을 동시에 활성화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저성장, 고령화 등으로 인해 예전처럼 물리적인 시설이 이동하면 그 지역이 활성화되는 공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 사실 공공기관이 이동하면 사람도 이동한다는 기본적인 명제부터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국토 전체를 놓고 고민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배치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현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8월 ‘혁신도시 시즌2 추진방안’을 발표했지만, 당장 혁신도시의 활성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며, 만약 이와 같은 문제점이 지속된다면 결국 다음 세대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미 건설된 신도시도 쇠퇴하고 있는 구도심도 모두 버릴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삶의 영역이다. 이를 연계하여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바로 정책과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적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도시재생을 전공하면서 보람된 일과 앞으로의 계획은
가장 보람된 일은 지금처럼 도시재생의 개념, 사업, 정책에 이르기까지 무르익지 않은 현 시점에 참여해서 무엇인가를 이루어 나간다는 점이다.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있는 그대로 학생들에게 아무런 편견 없이 전달하고 그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편견 없이 도시재생 전공자로서 살아간다면 그것이 가장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도시재생 영역에서 활동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닥치겠지만 처음 현장에서 느껴서 먹은 마음을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즉 기본에 충실 한다면 도시재생은 분명 우리 도시, 지역에 필요한 콘텐츠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화성시 송산면 도시재생사업 총괄코디네이터로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고 활성화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도시재생을 실천하고 있는 경기대 강현철 교수. 아직은 젊은 학자이기에 우리나라에 필요한 도시재생 분야에서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앞으로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 많을 것이다. 강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도시재생의 핵심은 바로 사람에 있고, 결국 사람이 행복하면 그것이 바로 성공한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중심 철학의 초심’을 앞으로도 잃지 말고 우리나라의 도시 발전과 학계를 이끄는 인물로 성장하는 모습을 필자는 개인적으로 강 교수에게 소망하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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