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들의 열망과 위선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은 인자한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돕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출세 지향적인 ‘지식 소매상’들도 마찬가지다. 이 소용돌이치는 딜레마 속에서 이제 그들의 역할을 심판할 때가 되었다. 나는 그들이 이번 여름, 롱아일랜드의 햄튼 해변에서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_조지프 스티글리츠(컬럼비아 대학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저자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옮김 정인경│출판사 생각의 힘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미국은 뜨겁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8년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를 강력하게 압도한 이데올로기는 이름도 찬란한 ‘신자유주의’였다. 시장의 힘과 우월성이 그 무엇보다 강조되었고, 그 안에서 각 개인의 자유는 언뜻 무한한 듯 보장되었다. 눈부신 기술 혁신은 사방을 온통 새로운 것들로 번쩍이게 만들며 물질의 풍요를 가져왔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부의 양극화를 필두로 한 ‘불평등’ 문제가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다 2008년, 미국을 시작으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다. 지난 20년간 이러한 불평등에 관해 말하는 책들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이어서 이 모든 불공정을 촉진했다고 지목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설명하는 책들 또한 쏟아져나왔다. 컬럼비아 대학 교수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제 새로운 장르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여기, 돌고 도는 콘퍼런스에서 만나 빤한 말을 주고받으며 ‘세상의 구원자’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의 폐부를 정중하게 꿰뚫는 책이 출간되었다. 불공평한 현 상태의 수혜자이자 미국 사회를 좀먹은 숱한 문제의 발생과 지속에 모종의 역할을 한 이들의 열망과 위선에 주목한 것이다. 날카로운 시선과 번뜩이는 통찰을 무기로 출간과 함께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엘리트 독식 사회>(원제: Winners Take All)다. 


저자 아난드 기리다라다스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출신으로, 2011년 아스펜 연구소의 헨리 크라운 펠로우로 선정된다. 이는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로 이행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서, ‘세계의 고질적인 문제들과 씨름할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 발굴’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자신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선정된 사실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은밀한 내부로의 초대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이들과 어울리면서 머지않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린다. 최근 수십 년간 열린 변화의 열매를 ‘아주 운 좋은 이들이 전부 챙겨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보통사람들의 박탈감과 분노가 극에 달한 지금, 미국의 시스템은 고장 났고 이제 바뀌어야만 한다는 인식이 뜨겁게 확산된 지금, 그곳에 모인 엘리트들은 ‘변화’에 관해 말하면서도 결국 그 이득을 가장 많이 챙겨가는 듯 보인 까닭이다.

이 책은 이렇듯 세상을 바꾸겠다는 선한 의도로 가득 찼지만, 결국에는 사태를 악화시키고 현 상태의 사소한 부분을 수선하는 데 바쁜 한 집단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내부자의 신랄한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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