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건 기자] 최근 유명 가수 A씨가 대법원에서 준강간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화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A씨를 신고한 여성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그 중에는 “A씨도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성범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상대방에게 무고죄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과 신고한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신고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라는 요건을 검사가 적극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무고죄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도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피해를 주장하며 신고를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무혐의 처분’ 또는 ‘무죄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만으로 곧바로 신고자가 무고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를 입고도 오히려 무고 혐의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도 직장 선배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B씨가 불기소처분을 받고 B씨로부터 무고 혐의로 고소당한 부현정씨에게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성추행 가해자의 역고소에 제동을 거는 상징적인 판결을 내리기도 하였다.

한 때 소위 ‘꽃뱀’들에 의해 억울하게 성범죄 혐의를 받아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여 무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이에 “성범죄는 아무런 물적 증거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하는데 이에 비해 무고는 그 입증을 너무 엄격히 요구한다.”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성범죄 무고죄의 처벌이 너무 쉬워진다면 피해자로서는 만에 하나 무혐의처분이나 무죄판결 등이 나왔을 때의 무고죄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피해를 호소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억울하게 성범죄 혐의를 받았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는 하나, 악의적인 무고가 아닌 오해로 벌어진 일이었다면 마냥 신고자를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박재현 변호사는 경찰대학 법학과를 거쳐 사법연수원을 수료했고, 삼성그룹 변호사, 송파경찰서 법률상담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더앤 법률사무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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