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 도용복의 불가리아 여행기
발칸 고도(古都)의 요구르트와 장수의 나라
유럽 남동부 발칸 반도에서 흑해를 끼고 있는 나라 불가리아 공화국(Republic of Bulgaria). 수도는 소피아, 북쪽 국경의 대부분을 흐르는 도나우 강이 루마니아와 경계를 이룬다.
불가리아의 소피아 공항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초라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적하다.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도 변변찮다. 센트럴 광장에 도착하면 불빛도 카페도 옛 터키 문화의 흔적들이 보인다.
동유럽의 주요 도시와 마찬가지로 소피아 거리 곳곳에서 중세 왕가의 상징인 독수리 동상을 볼 수 있다. 불가리아의 구 사회주의시대 레닌동상이 있던 자리는 지혜의 여신 소피아의 동상으로 대체돼 있다. 오른손엔 월계관을 들고 있고 왼손엔 부엉이가 앉아 있으며 얼굴과 손, 발 등 피부를 드러낸 곳은 금칠을 해놓은 것이 이채롭다.
현재의 체제를 갖추게 될 때까지 불가리아도 우리나라처럼 많은 외세의 침입을 받았다. 14세기 말부터 500여 년 동안 터키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가 1878년에야 러시아의 도움으로 독립했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를 갖추게 되기 전에도 농부들이 소규모 농장도 가지고 있었고 공업도 어느 정도 발전해서 동유럽에서는 번영하는 나라로 꼽혔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조용히 체제전환이 이루어졌고 현 정부도 공산당 시절 간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1989년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로 체제전환을 하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혼란을 겪었다.



불가리아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리스정교를 믿는다. 중세 때 지어진 고색창연한 교회에서 마침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가 있어 지켜보았다. 경건하게 결혼식을 치르고 나자 아코디언과 북, 색소폰으로 구성된 악단이 신랑, 신부를 위한 연주를 시작하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신혼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며 꽃을 뿌린다. 흩날리는 꽃잎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서 애틋함이 느껴진다.
악단 중에 색소폰을 부는 뚱뚱한 연주자는 등에 한자로 ‘천하제일검’이라고 적혀진 빨간 옷을 입었는데 음악에 맞춰 몸을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품이 보통이 아니다.
신랑은 처음에 정장에 넥타이를 맨 정숙한 모습이었으나 금방 넥타이도 풀어헤치고 하객들과 함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신랑과 신부, 하객들까지 모두 흥겹게 춤을 추며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소피아 시내를 조금 벗어난 거리에는 거리의 여인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많이 붙는다. 말이 통하지 않아 보디랭귀지를 섞어 거부의 의사표시를 해도 손짓발짓 다 해가며 노골적으로 계속 접근한다.
그녀들이 마치 민주화와 자본주의의 도도한 격랑에 떠밀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불가리아를 대변하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여행가 도용복(都龍福) 씨 약력
● (주)사라토가 대표이사 회장
● (사)부산문화예술진흥회 이사장
● 주부산 엘살바도르 명예영사
● 부산재즈클럽 고문
● 오지여행가


여행가 도용복(都龍福) 씨 저서
● 엘 콘도르 파사(1998년)
● 신비한 나라(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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