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산지약용식물의 위상을 새롭게 조명한다
우리 국토의 65%를 산림이 차지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무관심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황폐해져 가고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 의존하여 살고,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 산림은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과거에 산에서 목재와 연료를 의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신적인 안정과 휴양 등을 추구함과 동시에 산림자원의 경제적 혜택을 인식하여 산과 숲을 보전하고 개발해야하는 사명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요즘같이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우, 그 요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산림개발이 필요
산림이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에 차지하는 역할과 혜택은 무궁하다. 대표적으로 수원함양의 기능, 기후조절 기능, 침식 및 홍수 방지 기능, 대기정화 기능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들이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기에 우리는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외국산 한약재의 수입이다. 국내산의 한약재와 비교하였을 때, 그 효능과 효과적인 면에서 토종 국내산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은 이미 많은 검사와 실험으로 검증되었다. 하지만 경제성의 논리 앞에 여지없이 국내산은 수입약재에 무너지고 만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전국토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림지역을 지금까지 조림육성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산림소득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약초, 산채, 장뇌삼의 체계적인 지배를 촉진하고 육성함과 동시에 우리의 산지 약재 유통을 활성화하고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홍보하는 인물이 있다. 산림청 산하 (사)산지약용식물협회(www.kompa.or.kr)의 강명혜 회장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임업부분의 단체장 중에서 유일한 홍일점인 강 회장은 최초로 장뇌삼을 우리에게 소개한 인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사)산지약용식물협회는 민약 연구가와 일선의 약초 재배자들이 임산물의 효과적인 재배를 통하여 고소득을 이루고자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약 20년 전부터 산초, 약초 등의 민간처방 약재를 연구하는 인사들이 정부에 건의해서 막연히 나무만 심을 것이 아니라 특용작물로 약초를 재배하여 고소득을 올리고 그 약초를 제품으로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자는 여론이 대두된 것이다. 당시의 상황은 우리 나라에서 나는 식물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의약품과 식품으로 가공된 후, 다시 우리 나라로 역수출되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 우리 나라에서 외국의 식물과 약초를 들여와 약품과 식품으로 만들어서 수출하자는 취지에서 협회가 발족했다.
“우리 나라 국토의 65%를 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의 대부분이 비옥한 토양을 자랑하고 그에 따라 삼림자원도 금수강산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풍부합니다. 중동지역의 자원이 석유이듯이 우리의 삼림은 나라를 대표하는 자원입니다. 현재 농토는 산성화로 인해 음식물이 잔류농약 등의 과다검출과 경제성의 약화로 외국 수출에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그대로 버려지다시피한 산을 이용해서 산지 약용 식물을 자원화 한다면 일반 농가는 물론 국익신장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라며 강 회장은 전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산림자원은 개발이란 미명하에 무분별한 훼손과 난개발로 치유하기 힘들 정도의 상처를 입었으며 이는 무조건적인 보호라는 또 다른 과실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사)산지약용식물협회에서 주장하는 것은 강 대표가 밝혔듯이 산림의 보호를 동반한 우리현실에 알맞은 개발을 일컫는다. 우리의 토양과 기후는 다른 어느 나라의 약초보다 우수한 약용식물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갈수록 위축되는 농촌경제에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시키자는 대안인 것이다.
“저희 협회는 단순히 임산물의 채취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임산물의 자원화를 위해 성분 분석과 분포지, 감별 등에 대하여 체계적인 조사와 교육지도 사업 등을 펼치고 있으며 자연 생약의 임간지 조성연구와 인공재배생산의 육성을 위한 우량종묘 공급사업, 그리고 가공기술개발 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산지식물 중 멸종위기에 처한 20여종과 13종의 희귀종을 구분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산지야생약용식물보존사업도 함께 추진 중에 있다. 무분별한 야생약용식물 채취와 외국산 약초의 수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우리 고유야생식물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이 예상된다.

장뇌삼과 함께 보낸 30년 세월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그녀는 장뇌삼을 국내 최초로 홍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장뇌삼이란 산삼의 씨를 이용, 산삼이 자라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 그 곳에서 재배시킨 삼을 뜻한다. 쉽게 말해 사람이 기른 산삼이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산삼 씨앗을 받아 뿌리고 가꾼 것으로써, 장뇌산삼은 모양이나 약효 면에서 심산 유곡에서 절로 자란 자연산 산삼과 가장 근접한 모양과 약효를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천하의 영약으로 알려져 있는 산삼은 그 발아가 습도, 배수, 토양, 고도, 일조량 등 다른 어느 식물보다도 까다롭기에 채취가 매우 어렵다. 장뇌삼의 출현 배경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장뇌삼은 약효면에서 자연산 산삼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정설이고 그로 인해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강 회장이 처음 장뇌삼을 접한 것은 약 30여 년 전의 일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출생한 그녀는 이를 가업으로 삼고 있던 선대로부터 이어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장뇌삼의 연구에 전념하게 된다. “친가와 외가 모두 이 계통의 사업을 했었습니다. 어릴적 부터 자연스럽게 접해서인지 그냥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죠. 제가 20년 전에 장뇌삼을 연구할 때, 장뇌삼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매스컴과 신문에 자주 소개된 것도 이때였죠”라며 강 회장은 장뇌삼과의 인연을 밝혔다.
이렇듯 어린 시절 부터 약초를 접하게 되었던 강 회장은 약초손질을 많이 한 까닭에 지금도 손에는 거의 지문이 남아있지 않았다. “집안의 어른들이 한약을 취급하셨습니다. 약초를 썰고 손질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봐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약초 다루기를 좋아했고, 때로는 끓여보기도 하고, 맛을 보기도하면서 마냥 행복했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이러한 어린시절의 인연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당시만 해도 한뿌리에 기천만원을 호가하는 귀중한 산삼을 특히 여자의 몸으로 접한다는 것을 집안 어르신들께서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산삼은 물론 장뇌삼도 여자들은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 했었죠. 그래서 연구하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태몽을 물어본 적이 있었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산에서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가 산삼 뿌리를 들고 나타났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랬죠.”
단지 약초를 연구하는 게 좋아서 약초꾼들과 같이 산에도 가고 때로는 버스가 하루에 한 대 올까말까 하는 오지도 다니기도 하면서 그녀의 약초 연구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이 지금까지 타오르고 있다

지속적 관심만이 토종 약용식물을 지키는 힘
세계적으로 인삼과 산삼의 효용이 검증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 인삼을 재배하는 국가가 점차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뉴질랜드 등지의 나라에서는 국가가 장려하는 차원에서 대규모로 경작되거나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있는 고려인삼을 모방하여 저질의 중국산 인삼이 고려인삼으로 둔갑해 버젓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강 회장은 산삼이 각 지역에 따라 특이한 성분을 보이는데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각 지역 산삼의 DNA를 분석하는 연구를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이것이 완성되면 원산지 인증도 협회차원에서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산삼은 우리 선조들이 분류를 해 놓은 것이 많고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채취를 해 먹는 바람에 많은 종류가 멸종이 되어 안타깝습니다. 산삼은 빨간 꽃이 피는 정말 아름다운 식물입니다. 그 약효로 보나 모양새로 보나 식물중의 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나라의 산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정부차원에서 보호를 했으면 합니다. 또 하나 덧붙인다면 멸종의 위기에 있는 식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장뇌삼을 많이 심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라며 강 회장은 장뇌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물론 협회에서는 장뇌삼의 직접적인 생산뿐만 아니라 오가피, 장뇌삼 차가버섯, 장뇌삼 세수비누, 장뇌삼 벌꿀차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많은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WTO체제에서 외국 농산물의 거친 개방압력에 특용작물의 재배를 통하여 농가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우리의 우수한 약용식물과 그에 따른 제품을 가지고 해외수출을 유도, 외화소득에도 일조 한다는 것이 이곳의 계획이다.
이와 연계해서 국내 한약재의 보호를 위해 국산한약재 전문점 운영을 준비중이다. 산채, 약초, 장뇌삼 등 산지약용식물에 대해 산지농가와 계약재배를 준비하고 한약재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과정을 원활히 함과 동시에 외국산 한약재의 가격을 조절하고 효능이 뛰어난 국산 한약재의 수요를 증대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제가 협회를 설립한 후, 대체신약이나 식품 등의 개발을 추진한 계기는 회원들이 재배한 약초와 장뇌삼을 수매하여 그것을 재료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협회 수익사업이 가능해지면 민간 약초에 기반을 둔 장수촌이나 산림대학을 설립하여 체계적인 연구가 바탕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 협회에서 발급하고 있는 장뇌삼의 원산지 보증서를 경작지 증명서와 함께 발급하려 합니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협회와 연계하여 회원들이 대형 작목반을 만들어서 하나의 특용작물, 혹은 계절마다 생산되는 채소와 약초를 청정 재배해 회원들의 고소득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싶습니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현실에 산재해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산촌의 회원들이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강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치산치수정책으로 산에다 좋은 약재를 심어서 수출을 하고 아울러 국민의 보건을 위해서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자신의 웅지를 내비쳤다.
현재 국내의 임업관할은 농림부가 맡고 있다. 농림부의 지원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협회내의 자금사정도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아직은 국민의 인식도 부족한 편이기에 더욱 협회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농업의 한 분야로 정당한 자리매김을 받지 못하였지만 분명 임업은 앞으로 정부에서 계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산촌을 관광자원화 하여 유럽의 스위스처럼 산 자체만으로도 세계의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 나라의 높은 효용가치가 있는 약용식물을 세계시장에 홍보하고 이를 이용하여 품질이 우수한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을 생산하여 고부가가치의 수익구조를 이루어야 한다. 국내의 어떠한 식물도 모두 불로초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강 회장의 소신처럼 우리의 자산인 약용식물을 더 이상 방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협회에서는 수익사업의 구조에 유통을 포함시키고 있다.
산지자원 식물을 개발하여 산촌의 농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임산 복지 국가 건설하는데 발 벗고 나서는 것이다
산림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림자원의 보호와 체계적인 개발에 모범이 되고 있는 (사)산지약용식물협회. 그 구심점에서 오로지 자연의 혜택을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하려는 강명혜 회장의 노력에 머지않아 산림강국이 될 것이 분명한 대한민국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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