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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남 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제 11장 분노의 새벽
  • 유광남 작가
  • 승인 2019.07.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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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물러날 기색이 아니었다. 그는 회한(悔恨)이 가득 차오른 눈빛으로 여전히 육두성을 직시하였다.

“발칙하고 무엄한 놈일세. 내 진작부터 너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해 왔었다. 임진, 계사년에 운이 좋았다고 인정하마. 주변의 공로를 가로 채어 승승장구 했었지.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그대는 타인의 재능을 편승하여 자리를 보존했지만 이번 조정의 명령을 불복하면서 밑천을 드러냈지 않은가. 통제사로서의 역량이 지극히 부족한 작자이지.”

이순신의 눈이 감겨졌다. 상대는 노려볼 가치조차 없었다. 이순신이 바다에서 수립한 영웅적 전공을 그렇게 멸시한다는 것은 이미 적중의 적이었다.

“정식 절차에 의하여 금부나 형조, 혹은 상감의 친국이 있을 예정이오. 혹시 원하는 것이 있소?”

좌상 육두성의 뒤편에서 중년의 관리가 물어왔다. 비교적 이순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부드러운 언어였기에 이순신도 부담 없이 받아 드렸다.

“없소. 단지....초봄이기는 하나... 새벽에는 감옥내부가 쌀쌀하오. 아마 다른 죄수들도 추울 것이니 형리에게 이야기 하여 살펴 주시오.”

중년의 관리가 돌변하여 차갑게 소리 질렀다.

“좌상대감, 죄인이 아직도 분수를 모르고 있사옵니다. 벌거벗겨서 사대문 밖을 개처럼 끌고 다녀야 이런 배부른 투정을 못하는 겁니다.”

“하핫-- 그렇군. 자네 말이 딱 맞네 그려.”

“그거 재미있겠네. 죄인을 벌거벗겨서 도성을 돌아본다? 하핫”

그들은 일제히 웃고 떠들었다. 이순신을 놀림감으로 전락 시킨 것이다. 핏기가 일거에 가시면서 살심(殺心)이 용솟음쳐 올랐다.

“그대는 누구냐?”

이순신의 핏발선 눈이 중년 관리의 안면에 꽂혔다.

“어이구 무섭게 나오시네. 이 사람은 사헌부 지평 강두명이라 하오. 조정을 능멸한 것은 크나 큰 대죄요. 따라서 그대는 통제사의 신분이 아닌 일개 대역죄인 이외다.”

그는 임금 선조의 지시를 받았던 사헌부의 지평 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번 사건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순신에 대한 죄목과 형량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의 지위는 상승하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강두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순신을 나락으로 추락 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강두명이라! 사헌부 지평이라면서 통제사를 이리 농락하여도 되는가?”

“당치도 않습니다. 농락이라니요! 내 눈에는 오직 죄인만이 보일 뿐이니 당연한 처사가 아니겠소. 국법에 따라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외다!”

강두명은 이죽거리면서 말을 받았다. 삼도수군통제사에 비하면 까마득한 말직인 사헌부 지평의 신분으로서는 감히 무례하기 이를 데가 없는 태도였다. 하지만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어명을 거역하고 왜적을 피해 숨어 있었으니 그러고도 삼도수군을 장악한 장수로의 본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요? 부끄럽지도 않소?”

피가 거꾸로 치솟았다. 장남 회에 비하면 불과 서, 너 살 쯤 위로 볼 수 있는 나이에 불과 했다. 이놈은 어찌 이리도 오만방자한가?

“삼도수군을 관장하는 통제사로써 난 언제나 최선을 다하였다.”

이번에는 좌상 육두성의 우측에 있던 말상에 수염이 듬성듬성한 초로인이 말을 꺼냈다.

“최선을 다했는데 어찌 이런 꼴을 하고 있누? 혹여 그 최선이라는 게 나라와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고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위한 최선은 아니었는가?”

이순신의 노여움이 한계에 도달했다. 이들은 무고한 사람을 돌아 버리게 만드는 재주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순신은 고함을 질렀다.

“가당치도 않소!”

강두명은 사헌부의 관리로 그 직책에 맞게 철저한 조사와 준비를 해두었던 모양이었다.

“남솔(濫率)에 해당하는 그대가 어찌 사욕이 없었겠소? 바른대로 고하는 게 좋을 거요.”

이순신은 일순 말문이 막혔다. 그의 지적은 사실이었다. 이순신은 가장(家長)으로 적지 않은 가솔(家率)들을 책임지고 있는 형편이었다.

“두 분 형님들을 대신하여 많은 조카들과 우리 가족들을 돌보고 있는 것은 맞소. 나라에서 제한한 수효보다 많소이다. 인정하외다. 그러나 현감으로 부임하던 당시의 일이고, 지금은 조카들이나 자식들이 장성하여 전란에 큰 도움을 주고 있소이다.”

8년 전 정읍현감으로 임명되어 부임 했을 때, 이순신의 가족들이 내행(內行)하였는데 그 숫자가 너무 많음에 나라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순신은 거듭 변호(辯護) 한다.

“당시로는 어린 조카들을 돌보지 않을 수가 없었소. 그러나 가족이 많다하여 추호도 관리로의 몸을 소홀히 해 본적이 없으며 나라를 기망(欺罔)한 적은 더욱 없었소이다.”

좌의정 육두성의 지저분한 음성이 이어졌다.

“추국 과정에서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나겠지만 강화 협상을 핑계로 뇌물을 받고 적을 풀어 주거나 내통하였다면 이는 효수형(梟首刑)을 당해도 마땅하다.”

그 순간에 이순신은 섬뜩한 한기를 느꼈다. 이들은 내게 참을 수 없는 고문으로 왜적과 내통 하였다는 거짓 자백을 강요할 것이다. 지난 해 병신년의 젊은 의병장 김덕령도 그 잔혹한 고문 아래 끝내 죽음을 당하였다. 사야가 김충선의 절규가 떠올랐다. 그 아이가 통곡하며 애원했었다. 김덕령의 원귀가 밤마다 울부짖는다고. 과연 나는 이들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정 굴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며 하늘과 땅이 빙빙 돌았다. 극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이순신은 정신을 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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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남 작가  sisamagazine1@sisamagaiz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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