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형 연출, 7월 17일~7월 28일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공연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이원발(훈남, 남편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몇 십 년을 함께 산 부부들이 황혼이혼으로 혹은 졸혼으로 서로를 등지고 있다. 그러한 선택이 과연 최선일까. 황혼이혼 혹은 졸혼? 중년의 현실을 다룬 연극 ‘깻잎전쟁’ 연습현장을 찾아갔다.

연습실에는 김수형 연출과 육미라(향미, 아내 역), 이원발(훈남, 남편 역), 조혜수(진주, 호텔 주인의 며느리 역) 배우가 연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김수형 연출, 육미라(향미, 아내 역), 이원발(훈남, 남편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향미와 훈남은 25주년에 가지 못한 은혼여행을 5년 늦게 떠나게 된다. 훈남의 회사일로 날짜를 잘못 잡은 부부는 폭우를 뚫고 딸이 미리 예약해 둔 신혼여행 때 묶었던 마도로스 출신 마도(호텔주인)와 그의 며느리(호텔관리인) 진주가 운영하는 호텔에 머물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각자의 방에서 지내는 게 습관화 된 향미와 훈남은 호텔방에 함께 기거하는 것이 불편하기만 한데... 결국,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되어 각자의 가슴속에 쌓아놓은 서운했던 감정들이 폭발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향미에게 점수를 따려고 했던 훈남은, 자신의 의중과는 달리 자꾸 일이 꼬여만 가자 당황하게 되고... 향미는 훈남에게 더 이상 함께 사는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며 졸혼을 선언하는데...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이원발(훈남, 남편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향미, 당황해하며 두리번거리다 침대에 잠들어있는 훈남을 발견한다

“당신. 지금 자는 거야?”

훈남, 몇 번을 흔들어도 코고는 소리만 더욱 커진다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이원발(훈남, 남편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향미, 침대 한쪽에 털썩 앉아서 깊은 한숨을 쉰다

“당신도 많이 변했네. 가까이서 보니까 당신도 주름이 많이 늘었어. 얼마 만에 한 방에서 이 시간에...당신만 변했겠어. 나도 변했겠지. 벌써 30년을 살았네, 우리가. 눈 한 번 감았다가 뜬 것 같은데... 30년을 당신과 보냈다니. 내 나이도 60을 바라보고... 좀 있으면 70, 80, 90... 그 시간을 어찌 알 수 있을까. 오늘 밤 떠나게 될지, 내일 떠나게 될지. 한 달 후가 될지, 일 년 후가 될지를... 그래서 나도 이젠 나를 위해서 살아 보려고”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이원발(훈남, 남편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향미, 침대에서 일어난다

“나 당신한테 할 만큼 했어. 당신 부모와 형제들에게도. 그걸 알아달라고 하는 건 아냐.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으니까. 그게 가족이니까”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이원발(훈남, 남편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향미, 와인테이블 쪽으로 걸어와 앉으며 와인을 따라서 입을 축인다

“아버님 대, 소변 받아내면서 나 많이 울었어. 힘들어서 운 거 아냐. 역겨운 냄새에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그것 때문만도 아냐. 아버님의 축 쳐진 고환을 닦을 때마다 생각했어. 언젠가 세월이 흘러서 우리의 모습도 이렇게 변한다면... 그때는 누가 있어 우리를 이렇게 보살펴 줄까. 보살펴 줄 자식은 있을까. 아무도 없다면 그땐 내가 당신을, 꼭 당신보다 한 시간이라도 늦게 죽어서... 당신을 보살펴 줄 거라고. 그 다짐을 하면서 운거야. 그때 내 나이 갓 서른이었어. 당신 알기나 해?”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이원발(훈남, 남편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향미, 훈남을 뒤돌아보면서 일어난다

“그때 다짐한 일 안 하려고해. 왜? 왜는 무슨 왜? 당신이란 사람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렇지. 이것 봐. 오늘도 그래.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두고 먼저 잠을 자서는 안 되는 거잖아. 고단도 하겠지. 하루 종일 운전하고... 그걸 누가 몰라. 그래도 나를 두고... 잠들면 안 되지. 기다려 줘야 되는 거잖아. 늙었지만 아무리 내가 볼품없이 보여도, 모든 사람들이 날 여자로 보지 않아도 당신만은 날 여자로 봐 줘야 되잖아”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조혜수(진주, 호텔 주인의 며느리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향미, 테이블 쪽으로 다가가 앉는다

“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나요? 표정이 밝고 예뻐요”

“흐흣! 오늘이 바로 제 남편이 오는 날이예요. 남편이 탄 배가 오늘밤에 근처 항에 정박 하거든요. 이틀 정도 있다가 가지만... 항상 그랬으니까요”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조혜수(진주, 호텔 주인의 며느리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진주, 테이블 쪽으로 가서 커피를 따른다

“막 떨려요. 혹시 제 심장소리 들리시나요? 우린 6개월 만에 만나는 거예요”

“6개월만에요?”

“네, 6개월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일 년을 넘기기도 해요”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조혜수(진주, 호텔 주인의 며느리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향미, 고개를 끄덕인다

진주, 커피를 향미 테이블위에 놓고 살짝 앉는다

“커피 맛이... 뭐랄까... 참 감미롭다고나 할까...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요”

“... 글쎄요... 비결이라면 기다림?”

“기다림이요?”

“네... 남편이 커피를 참 좋아하거든요. 그이를 기다리면서 한 잔, 두 잔 만들다 보니 이런 맛이 나네요. ... 커피는 제게 있어 기다림을 채우는 시간이었죠. 두 분은 참 좋으시겠어요. 함께 사시면서 같이 여행도 다니시고... 저흰... ”

“우리가 그래 보여요?”

“네. 저희도 두 분처럼 함께 살면서 재밌게 여행도 다니고 싶네요”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습 현장을 찾아가다. 육미라(향미, 아내 역), 조혜수(진주, 호텔 주인의 며느리 역)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향미, 씁쓸히 웃으면서 커피 잔을 들어 마신다

“남편 기다리는 거 지치지 않나요?”

“네?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띠며) 후훗... 전 그 기다림의 시간이 좋아요. 제 남편은 바람 같은 사람이이예요. 제 옆에 있나하면 벌써 사라져서 없었으니까요”

“그런가요? 그 기다림을 어떻게 견뎠어요?”

“글쎄요. 그냥 그이가 좋아서...”

“남편 분을 많이 사랑하시는구나”

“그게... 사랑인가요?”

“그럼요. 그런데, 아무리 사랑해도 전, 그렇게는 못살 것 같아요”

“누구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살 수 있어요. 사랑만 있다면...”

“그럴까요? ....확신하세요?”

“...사랑을 확신하느냐고요?”

 

연극 ‘깻잎전쟁’(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연극 ‘깻잎전쟁’은 결혼 30년 만의 때늦은 은혼 여행을 떠난 부부가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되어 싸우게 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 급기야 졸혼을 선언한다는 줄거리로 요즘 중년세대들의 현실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아내(육미라, 이화영)는 남편(이원발, 한기중)에게 졸혼을 선언하게 되지만, 호텔 주인(최동엽, 박경근)과 호텔 주인의 며느리(조혜수)의 사랑을 보면서 서로의 사랑을 깨달아 가는 내용을 밀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중년세대를 위한 2019년 화제의 기대작, [극단 로망]의 중년 감성을 위로하는 중년감성시리즈 1탄, 연극 ‘깻잎전쟁’은 7월 17일(수)부터 7월 28일(일)까지 평일 8시, 토, 일은 4시에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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