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1일(현지시간) 오슬로 가르드모온 공군기지에 도착해 스톨레 울렌사케르 시장과 인사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인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을 찾아 새로운 평화 비전을 담은 ‘오슬로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날 핀란드를 떠나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오슬로 대학에서 열리는 오슬로포럼에 참석,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은 가운데 여기에서 공개할 ‘평화 메시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국 국빈 방문을 준비하면서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정책이 담길 ‘오슬로 선언’에 가장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오슬로 선언’에 담길 내용에 대해 “기대해 달라”며 알맹이가 있는 구상을 내놓을 것임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평화 메시지’ 선언의 시기 뿐 아니라 ‘오슬로’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장소도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1주년이 되는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기대감이 높아진다. 문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시상지로 평화를 상징하는 무대인 오슬로에서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킬 동력을 찾고자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과의 회담으로 비핵화 국면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자 하는 만큼 이날 북미를 향해 좀 더 높은 수준의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슬로에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적이 있어 한국과 인연이 깊다.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오슬로 기조연설과 스웨덴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오슬로 연설은 정부 인사 뿐 아니라 학계 전문가 등 다양한 오디언스 대상으로 실시된다”며 “새로운 전략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기대해 달라”고 했다.

오슬로 연설에는 먼저 문 대통령이 ‘하노이 노딜’ 이후 이어지고 있는 비핵화 대화의 교착 상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촉진자 역할에 신뢰를 주면서 이를 토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올 명분을 주고, 궁극적으로 북미 정상간 만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달 하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편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한반도 정세가 ‘베를린 구상’이 나온 2년 전과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7년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이 계속되며 남북관계는 대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해 7월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서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과감한 대북정책을 펼쳤고,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1∼3차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며 차례로 현실화했다.

13~15일 순방예정인 스웨덴에서 열리는 의회 연설도 관심을 모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스웨덴이 주선한 최초의 남북미 협상 대표 회동도 있었고, 냉전시대 유럽에서 동서진영 간 긴장 완화에 기여한 ‘헬싱키 프로세스’도 있었다”며 “북유럽은 평화를 위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지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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