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스트릿건즈 공식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인선(드럼), 로이(업라이트베이스), 철수(보컬), 타이거(기타), 규규(리드기타)(사진_타이거레코드)

[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2019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기운이 모두를 짓누르는 오늘의 날들. ‘최첨단’의 이름을 가진 새로운 무언가가 빠르게 나타나고 사라지는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세대가 경험해 보지 못한 옛 것에 끌리는 뉴트로 문화가 유행을 하는 시대.

전신 밴드의 활동을 포함하면 20년 전부터 지금 세대가 열광하는 1950년대 ‘리젠트’ 헤어와 올드스쿨 락앤롤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1950년대의 ‘로커빌리’(초기의 Rock’n’Roll. 1950년대 로큰롤 역사의 시발점 중 한 줄기) 장르를 제대로 들려주던 ‘스트릿건즈 (Streetguns)’. 그들이 3년 만에 두 번째 정규앨범 [The Second Bullet]의 발표를 알렸다. 여전히 오선보에 작곡을 하고 실제 연주자인 다섯 멤버가 모여야 연주를 할 수 있는 오리지널 밴드 구성, 편곡 과정에서도 다섯 멤버의 입김이 일일이 들어가고 서로의 시너지가 발굴되어야 한 곡이 완성되는 ‘밴드’의 정규앨범이다.

전 세계 밴드들이 맞붙는 미국 주최 축제인 <Hard Rock Rising>에서 아시아 출신 최초의 글로벌위너 (최종우승자)에 선정된 스트릿건즈는 올해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잡지 [SPIN]에서 발간한 컴필레이션 앨범 [INDIE ASIA Vol. 1]의 1번 트랙을 장식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음악 커리어에 만족하지 않고, 음악의 ‘기본’으로 돌아와, 정규앨범을 완성시키는데 3년이란 시간을 들였다.

스트릿건즈 정규 2집 [The Second Bullet]을 관통하는 지향점은 ‘Modern meets Vintage’. 대한민국 유일무이의 ‘로커빌리 밴드’로 소개되면서도 “로커빌리의 리바이벌만을 추구하진 않겠다”라 인터뷰 해온 그들. 오래된 장르인 로커빌리 음악을 사랑하고 존경하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담기기 시작한 스트릿건즈의 대표곡 <꽃이 져서야 봄인 줄 알았네> 이후, 더욱 견고해진 ‘모던 밋츠 빈티지’ (Modern meets Vintage)를 추구하며 만들어진 10곡이 이번 정규 2집 앨범에 담겼다.

이미 스트릿건즈의 특징이 된 ‘1950년대 미국의 빈티지한 로커빌리 사운드’보다 이번 앨범에서 돋보이는 것은 ‘현 시대,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노래하고 있다는 것. 실제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노래한다거나, 실제 한국의 지명이 나오는 곡 그리고 멤버의 실제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을 노래한 곡이 정규앨범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멤버의 자전적 이야기를 각색한 곡 <기타로 오토바이를 사자>는 어른들이 원하는 모범생이 되지 못해 괴로웠던 소년이 기타를 만나 ‘자신’을 찾아 나가는 경험을 담았다. 스트릿건즈 정규 2집의 더블 타이틀 곡으로 산울림의 명곡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제목을 오마쥬했다. <베이스볼 블루스>에서는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SK와이번스에 이르는 인천 야구 히스토리가 담긴다.

“어릴 적 응원하던 야구팀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져서 어린 내게 패배가 뭔지 알려 줬어/ 다음 해 우리 팀을 구원했던 투수는/ 영웅처럼 나타나 어린 내게 복수가 뭔지 알려 줬어/ 그리고 여러 해 지난 후에 그 투수는 스스로 세상을 떠나 갔다네” … 스트릿건즈, <베이스볼 블루스> 중

리더 타이거는 실제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 출신. 삼미 슈퍼스타즈와 故 장명부 투수, 인천 팀 야반도주 사건, 다시 팀을 이어낸 SK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우승 등 곡 내내 야구를 말하고 있지만, 이 곡은 차라리 ‘현재, 오늘에 대한 찬가’에 가깝다. "하늘을 나는 플라이볼/ 어느 곳에 떨어지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어쨌든 하늘을 날고 있잖아"란 가사는 불확실한 미래에 떠느라 정작 하늘을 날고 있는 멋진 현재를 깨닫지 못하는 요즘의 우리에게 묵직하고도 시원한 메시지를 날린다. 그런가 하면 실제 한국의 지명이 담긴 곡도 있다. <대명항>은 경기도의 소박한 항구. 실제 스트릿건즈 멤버의 집 가까이에 있는 항구로 소소하고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가상의 아름다운 항구 이름을 붙일 수도 있었지만 멤버들은 부제로 쓰이던 실제 지명 ‘대명항’을 그대로 정식 제목으로 발표했다. <유람선>은 부산 해운대 미포에서 탄 유람선 안에서 만들어진 곡. 어두운 밤 칠흑과 같은 바다 위에 서서, 한쪽은 인간이 만들어낸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의 화려함의 광경, 다른 한쪽은 고요한 바다 위에 눈부신 달빛이 비치는 신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자연의 광경을 보며 현장에서 쓴 곡이다. 함께 탄 승객들을 재미난 시선으로 관찰해 로커빌리 리듬 위에 얹어 놨다. <없었던 일로>는 일본여행에서 만난 한 칼로리 컷팅제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고, <Cover Up>은 잘못 그려진 채 살에 박혀버린 타투에 괴로워했던 경험에서 쓰인 곡이다. “지난 날은 누구에게나 그런 거니까/ 그 위로 새 그림을 새겨 넣으면 돼”. 아프고 쓰라린 지난 날에 얽매이기 보다는 새로운 관점으로 현재를 바라보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커버업’이라는 타투 장르를 빗대 건넨다. <우리 동네 이자카야>는 빌리조엘의 곡 ‘피아노맨’이 그려낸 바의 모습처럼, 한국 동네 골목의 작은 술집 손님들을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허기진 사랑을 먹고 마시고 까불고/ 그렁그렁 맺힌 눈물 서로를 닦아주는/ 착한 사람들, 아픈 사람들/ 모여드는 우리 동네 이자카야". 한 번쯤 우리가 만나봤을 법한 풍경에 위로를 받는 곡이다.

비쥬얼아티스트 Dirty World ‘스트릿건즈 정규 2집 앨범 커버아트(사진_타이거레코드)

무엇보다도 스트릿건즈 정규 2집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는 타이틀 곡 <오래된 무언가>에서 드러난다.

“오래된 무언가에 눈물이 나는 건/ 그 안에 담겨있는 얘기들이 많아서/ (...) 시간은 강처럼 흐르고/ 우리는 버스에 공짜로 올라타곤/ 또 장난을 치겠지/ 나쁘지 않아요/ 오래된 무언가가 / 오래된 무언가가 되어 간다는 것” … 스트릿건즈 <오래된 무언가> 중

그저 숨가쁘게만 돌아가는 ‘힙’과 ‘트렌드’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오래된 무언가’의 가치를 들여다 보는 일. 1950년대 레트로한 장르인 로커빌리를 만들고, 진짜 경험한 일상생활에서 가사를 건져 올리는 일. 이 모든 스트릿건즈의 작업의 의미는 <오래된 무언가> 곡 가사에 담겨있다.

이번 정규 2집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특징은 타 장르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다. 수많은 뮤지션들의 앨범 아트웍을 진행하고, 영감 충만한 작품을 선보여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타투이스트이기도 한 아티스트 ‘Dirty World’가 스트릿건즈 정규 2집의 이미지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새 앨범을 들으며 떠올린 영감들을 화폭에 담아낸 이미지들은 앨범 커버와 오피셜 굿즈 등으로 만날 수 있다.

스트릿건즈의 정규 2집앨범 [The Second Bullet]은 6월 4일 음원 공개를 거쳐 6월 11일 음반 전국 발매가 시작된다. 이어 오는 6월 22일 서울 홍대 프리즘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공식적인 앨범 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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