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여 명 투표, 과연 진정한 불가사의인가 논란 무성
이중투표, 투표 장려 등 불공정한 선정방법 놓고 전 세계가 떠들썩

세계 7대 불가사의란 지구상에서 불가사의 한 것의 7개를 뜻하는 총칭을 말한다. 여기에는 고대 7대 불가사의와 자연 불가사의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고대 7대 불가사의는 BC 330년경 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 이후 그리스인 여행자들에게 관광 대상이 된 7가지 건축물을 가리킨다. 이집트 기자에 있는 쿠푸왕의 피라미드, 메소포타미아 바빌론의 공중정원, 올림피아의 제우스상,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레움 능묘, 로도스의 크로이소스 대거상,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파로스 등대가 고대 7대 불가사의에 속한다. 이 중 현존하는 것은 쿠푸왕의 피라미드뿐이다. 이를 모방하여 21세기 들어 새로운 7대 불가사의를 선정했으나 그에 대한 논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억여 명 대상 인터넷과 전화투표 선정
스위스의 민간단체 ‘신 7대 불가사의 재단’은 지난 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전 세계 1억여 명의 인터넷과 전화를 통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신 7대 불가사의에는 치첸이차 피라미드, 로마 콜로세움, 페루 아마픽추, 브라질 그리스도상, 고대도시 페트라,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이 선정되었다. 이번 신 7대 불가사의에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유적이 세 개나 포함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번 투표 대상으로 선정됐던 21개 최종 후보에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러시아 크렘린과 붉은 광장,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 미국 자유의 여신상, 터키 성소피아 사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하고 있는 이집트 기자의 쿠푸왕 피라미드는 명예 불가사의로 뽑혔다. 하지만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와 파리 에펠탑, 영국 스톤헨지, 칠레 이스터 섬 석상은 아깝게 탈락했다. 재단은 이번 캠페인에서 얻은 순수입의 절반을 문화유산 복원 노력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00년 탈레반에 의해 파괴된 바미얀 부처상 복원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베버 회장은 또 8일부터는 신 7대 자연 불가사의를 선정하는 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불가사의 선정에 대한 논란 잇따라
AP통신에 따르면 고대 7대 불가사의 선정을 모방한 이번 선정 작업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일부 문화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복투표를 막을 수 없어 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선정 작업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인터넷 투표를 이용한 방법에서 과연 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이런 선정방식에 대한 의혹과 관심이 연이어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자국의 유적을 신 불가사의의 목록에 올리려는 신경전 또한 벌어졌다.
중국의 만리장성학술원은 지난 5월 자국인들에게 인터넷 투표의 참여를 선동했으며, 앙코르와트를 가진 캄보디아의 관리들은 많은 자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점을 들어 앙코르와트가 선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집트의 한 전문가는 기자 피라미드만이 현존하는 유일한 불가사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 불가사의 선정 작업은 관광 홍보용 이벤트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재단 측은 중복 투표하는 것을 막는 확실한 방법이 없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이번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브라질의 거대 예수상이 세 번째로 많은 표를 얻어 선정됨에 따라 유럽 언론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뒤늦은 논란 또한 벌어지고 있다. 이런 논란의 내용 중에는 거대 예수상의 건립이 1931년으로 짧은데다가 불가사의로 손꼽힐 만큼 독특한 건축 양식을 가진 것도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문제점의 제기로 유네스코는 단순히 투표한 사람들의 의견만을 반영할 뿐, 더 이상의 것은 없다고 밝혔다.
높은 관심과 논란 속에 신 7대 불가사의가 확정됐다. 그러나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만큼이나, 결말은 예상보다 시시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분위기다. 선정방식에서부터 문제점을 드러내고, 문화적 가치보다는 민족적 자존심 대결로 치닫는 등 당초 내세웠던 취지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이 투표참여를 촉구하는 국가가 있었으며, 고대 7대 불사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기자 피라미드’는 이집트 정부의 요청으로 아예 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영화 제작자 베르나르드 베버의 주도로 1999년 시작된 이번 선정 작업은 처음 200곳의 후보지로 시작해 지난해 초 21군데로 좁혀져 그 중 7개의 불가사의가 선정되었다. 베버는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문화유산 보존?복원으로 문화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순수입의 50%를 문화유산 복원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여지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허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처음의 의도 또한 바르게 작용할 수 있을지 그야말로 불가사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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