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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가 미래다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7.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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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대학가에 부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대학 간 학점교환 등 협력 강화…아시아판 에라스무스로 글로벌 인재양성

글로벌 인재 양성에는 각국 교육 문화를 주도하는 대학의 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현대 사회에서 대학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즉, 국가 미래는 전략이 아니라 인재에 달려 있다는 것. 때문에 이미 유럽에서는 유럽연합의 국가간 대학교의 자유로운 학생 교환제도를 실시, 자유로운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증진이 유럽과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모토아래 수많은 인재들을 키워내고 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이른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이제는 유럽을 넘어 아시아에까지 그 효과를 인정받으며 최근 국내 대학에서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도입, 글로벌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 만하임대 경영대학원생 아보 숀봄(23)은 프랑스 고등경제상업학교 에섹(ESSEC)에서 대학원 2년차 과정을 밟고 있다. 물론 만하임대와 에섹 간 학생 상호 교환협정에 따라 학비는 면제되고 숙식은 기숙사에서 해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 같은 대학간 학생교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에라스무스(ERASMUS)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EU,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으로 유럽 내 협력 강화
에라스무스란 15세기 네덜란드 출신의 철학, 신학, 인문학자인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명명한 것으로 1987년부터 시작된 유럽연합(EU)의 학생교환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유럽통합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인적 이동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장차 국경 없는 취업과 경제활동의 토대를 만들자는 취지아래 만들어졌다. 유럽 내 다른 나라에서 학업을 이어가길 원하는 유럽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나라와 학교 등을 신청하면 선착순 접수가 돼 추가 학비 없이 최소 3개월, 최대 1년간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국가에 속한 나라에서 온 유럽인은 이 에라스무스를 하는 동안 한달에 일정한 장학금을 지원 받는다.
시행 첫해인 1987년 신청자가 3,244명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약 15만 명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내 다른 나라에서 유학했다. 지금까지 모두 150만여 명이 혜택을 받았으며 현재 27개 EU회원국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터키 등 31개국의 2,199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유럽의 31개국 2,199개 고등교육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120만 명의 동문을 배출,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에라스무스 참가 절차는 아주 간단하다. 24개 대상국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나라, 학교, 학과를 확인한 뒤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접수된다. EU는 95년부터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유치원부터 대학원 이상까지 모든 교육기관의 학생, 교사, 교수, 행정요원의 국가간 상호교류로 확대한 소크라테스(SOCRATES) 프로그램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언어소통 문제 해결을 넘어 다른 국가의 문화를 배우고 유럽 내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특히 2004년에는 유럽 이외 지역 학생들이 유럽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라스무스 문두스’가 도입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008년까지 2억3,000만 유로(약 2,876억 원)를 지원해 매년 4,000명 이상을 유럽으로 불러 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EU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2년까지 최소한 300만 명의 전 세계 학생들에게 외국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영국 배스대학의 스티븐 울프 교수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에라스무스 세대가 각국 지도자로 떠오르면 유럽의 동질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이런 교육을 통해 얻어지는 국제 감각은 유럽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대학도 글로벌 인재양성에 눈길 돌리다
지금 세계 각국은 우수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대학 차원의 글로벌 인재양성은 외교·경제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가 나서 외국 학생들과 자국 학생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 대학들은 해외 분교 설립 등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장 활발하게 해외에 분교를 설립하는가 하면 진출계획을 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00년 이후 서방권 유명 대학들이 80개 이상 해외분교를 설립했다고 보도, 이미 메릴랜드주 존스홉킨스대는 중국 난징에 캠퍼스를 마련했으며, 스탠퍼드대는 베이징대에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템플대도 이미 일본에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MIT(매사추세츠공대)는 싱가포르에 독립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버드대 역시 올해 중국을 방문해 진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컬럼비아대, 코넬대 등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미국은 외국 학생들의 유학을 돕기 위해 1948년부터 외국인유학생협회(NAFSA)를 운영하고 있다. 시행초기에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2만~4만 명이었지만 1999년부터는 전체 대학 등록생의 약 4%인 50여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미 전역 1,800여 개 대학에서 학업을 하는 외국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고, 미국으로서는 외국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자국 학생들의 여러 나라의 문화를 접하게 돼 Win-Win전략이 되고 있다.
NAFSA 관계자는 “국제화 교육은 세계를 보는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준다”며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외국 문화의 이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중동역시 외국대학유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카타르는 외국 유명 대학들이 분교를 설치하면 새 건물을 지어주고 교직원들에게 보너스까지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는 2002년 ‘지식마을’ 문을 연 뒤 인도의 마하트마간디대학,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대학 등의 분교를 유치하는 등 글로벌 인재양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비단 대학뿐만 아니다. 영국 명문 사립고교인 해로스쿨은 지난해 베이징에 분교를 여는 등 해외로 진출하는 학교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해외분교 설립은 현지 학생들에겐 유학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며 대학들에는 새로운 수익창출의 장이 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4일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과 가진 대담에서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은 “한국 대학이 앞장서서 아시아 학생교환을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유럽의 에라스무스 플랜처럼 이제는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지적한바 있다.

아시아도 글로벌 인재양성에 주력…APAIE 창립
아시아 국가들도 글로벌 인재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한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12개국 13개 대학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교육협회(APAIE)를 창립하면서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의 물꼬를 텄다. 현재 3년도 채 안돼 280여 개 대학·국제교류 기관과 480여 명의 개인회원이 참여하는 단체로 성장한 APAIE는 고려대가 주도해 만든 아·태지역 최대의 대학간 국제교류 기구다. 이 기구는 유럽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처럼 지역 내 대학들의 활발한 교류·협력을 통해 학생과 학교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회원 대학들은 매년 세계 유수 대학을 돌며 연차 총회를 열고 학점교환, 공동학위, 교육정보 교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APAIE는 아시아·태평양 대학간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넘어서 미국과 유럽의 대학들과의 접촉면도 넓혀가고 있다. APAIE는 지난해 12월 NAFSA와 교류협정을 맺은데 이어 지난 2월 23일에는 EAIE 상호 교류협정을 맺었다. APAIE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국제교류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국제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 ▲회원 대학에 대한 국제화 컨설팅을 해나가기로 합의하고,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급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아시아지역 대학들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두희 APAIE 회장은 APAIE 본부가 고려대에 있음으로 해서 한국이 아시아 국제교류 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두희 회장은 “APAIE를 아시아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히며 “아시아 지역은 세계 고등교육 시장에 전체 46%의 학생들을 공급하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변방’에 머물렀다. 국제 교육시장에서 이러한 불균형을 깨고 영미권지역과 아시아 국가간의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APAIE의 출발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에서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눈길
이처럼 대학가에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뜨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는 지난 7월 말부터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의 아시아판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북아 중심의 아시아 지역 통합을 내세운 ‘한중일 국제 여름학교’를 열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EU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중국의 베이징대 일본의 와세다대가 함께한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3개 대학에서 영어실력, 자기소개서 작성 등의 전형을 거쳐 10명씩 선발됐다. 이들은 모두 함께 일주일씩 3개 대학을 잇달아 돌며 ‘유럽 통합이 아시아에 주는 함의’ ‘전쟁의 기억과 역사인식’ 등의 주제로 열리는 ‘아시아 통합’ 강의를 듣는다. 1년 6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는 아시아MBA에 참여하는 학생은 각 대학에서 30여 명 내외를 선발할 예정이며 한국·중국·싱가포르를 6개월씩 돌며 수업을 듣게 된다.
고려대 역시 중국의 푸단대, 싱가포르 국립대와 내년부터 ‘아시아MBA 프로그램(경영학 석사)’을 추진할 예정이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지난 2006년 5월 19일 왕셍홍 푸단대 총장, 시춘퐁 싱가포르 국립대 총장과 함께 고려대에서 ‘3개 대학 콜로키움’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서울선언’을 발표했다. 서울선언에서 3개 대학은 각 대학의 장점을 살리면서 하나의 대학처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공동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각 대학이 위치한 상하이, 서울, 싱가포르의 머리글자를 따 ‘S3(S큐브)대학 협력프로그램’이라 명명된 이 공동교육 프로그램은 아시아MBA 과정 신설, 금융·금융공학, 생명과학 등 3개 분야를 축으로 이루어진다. 3개 대학이 공동교육 프로그램을 짜되, 개별 분야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고려대는 ‘아시아MBA’를 싱가포르 국립대는 ‘금융·금융공학’을, 중국 푸단대는 ‘생명과학’의 한 분야씩 맡아 주도하게 된다.
어윤대 총장은 “파격적인 공동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34개 대학은 5년 이내 아시아 최고, 10년 이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추진되는 3개 대 공동 MBA프로그램은 아시아기업 케이스 스터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과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푸단대, 싱가포르 국립대는 앞으로 바이오, 금융시장 분야를 공동연구하면서 이 MBA 과정을 5년 내에 아시아 최고의 대학 통합연구 프로그램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고려대 장하성 경영대학장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 오는 가운데 아시아 대학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세계 최고의 아시아 전문 MBA를 만들자는 것이 설립 취지”라며 “아시아에 진출하려는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 MBA’에서 배출된 인재들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4년 전부터 실시된 연세대의 ‘대학생 동북아 네트워크’도 에라스무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세리더십센터와 NEAN 2007 조직위원회는 학생들의 지적 교류 및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매년 NEAN 리더십 포럼을 개최, 연세대의 지원을 받아 학생 동아리들이 키워 낸 이 프로그램은 100여 명의 동북아 학생이 모이고 있다. 올해 역시 지난 2월 5일부터 10일까지 연세대학교에서 ‘Bridging Northeast Asia towards Integration’을 주제로 열렸다. 당시 동북아 3국인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홍콩과 대만, 그리고 미국 등 각국에서 총 90여 명의 학생들이 Delegate으로 참가하며, 대사들과 함께하는 Diplomatic Round Table, Field Trip, 외교통상부 후원 공식 만찬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아시아 네트워크’가 대학의 경쟁력을 좌우
올해는 유럽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도입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로 에라스무스 동문은 각국에서 정한 ‘20주년 에라스무스의 날’을 기념한다. 1990년 설립된 ‘에라스무스 학생 네트워크’는 20년에 걸친 에라스무스 동문의 모임으로 탄탄한 인맥을 통해 에라스무스와 같은 유럽통합 프로그램을 컨설팅 하고 있다.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에라스무스 동문 중 ‘제2외국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에라스무스 비경험자보다 40~65%가량 높았다. 또 ‘실제 첫 직장을 구할 때 외국어능력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답한 비율도 60%에 이르렀을 정도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접한 학생들은 취업에 있어서도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로 교육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경향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글로벌 시대의 도래와 함께 그 경쟁력을 위해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의 많은 학생은 미국과 영국 등 교육 선진국에서 유학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초·중·고교와 대학에 등록한 외국인 중 한국인이 약 9만3,0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도(7만6,000여명), 중국(6만여명) 순이었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중국이 5만명, 인도가 1만9,000여명으로 외국인 유학생수 1, 2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의 유학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1989년 3만1,251명, 1999년 5만5,000여명, 2006년 12만1,800여명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국내도 EU에라스무스의 효과를 교훈삼아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의 정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경쟁력은 대학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학들이 아시아 통합교육에 눈을 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임에 더 이상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시아 네트워크’가 대학의 세계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글/신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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