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짓는 아프간 국민들, 그들이 설 땅은 어디인가
탈레반과 다국적군 무차별 공격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은 아프간 민간인들

아프간 탈레반 세력이 다국적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이 뒤따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의 무차별 공격으로 지난 일년 반 동안 아프간에서 6,000명이 사망했으며 그 중 민간인이 1,500명에 달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탈레반 공격이 심해지면서 이들을 소탕하기 위한 다국적군의 공세도 강화되어 이제는 더 이상 아프간에는 주민들이 지낼 안전지대가 없다는 사실이 이들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9.11테러 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놓인 아프가니스탄. 미 뉴햄프셔대 경제학과의 마크 W 헤럴드 교수는 지난 2001년 10월 미국의 아프간 침공 전쟁 때 희생된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 사망자 수를 집계, 그 결과 3,767명에 달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9.11테러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수 3,251여 명보다 오히려 많다. 지난 2002년 10월 12일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에서 202명이, 마드리드 테러에서 191명이 각각 사망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아프간에서는 많은 민간인 희생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 민간인들에게는 테러보다 대테러전쟁이 더 끔찍한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아프간, 민간인 희생자 늘어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지 5년 반이 지났지만 탈레반 세력은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 6월 17일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경찰버스에 대한 자살폭탄 공격을 성공 시켜 30명 이상이 희생됐다. BBC는 최근 보도에서 탈레반이 올해 초부터 아프간 정부와 다국적군에 대한 공격은 물론 농촌마을과 학교 등에 대한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탈레반 세력에 대한 다국적군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다국적군의 보복 공습으로 탈레반 반군 30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25명도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카르자이 대통령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나토군과 미군으로 구성된 다국적군의 조심성 없는 작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 우리는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도움에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아프간 사람들의 목숨이 가치가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프간 사람들의 목숨은 값싸지 않으며 그렇게 취급되어서도 안된다”며 다국적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뒤로부터 일주일 뒤 탈레반 세력을 쫓는 다국적군의 공격으로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6월 29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주 기리시크 지구에서 다국적군의 공중 폭격으로 탈레반 반군 62명,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45명을 포함해 총 10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다국적군이 아프간에서 대테러전을 시작한 이래 단일 작전에서 최대의 민간인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7월 7일 쿠나르주 경찰국의 압둘 사부르 알라야르 부국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등이 지난 5,6일에 걸쳐 감행한 공중폭격으로 인해 민간인 약 25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5일 공습에서 민간인 주택이 폭격을 당한데 이어 다음날 거행된 사망자의 장례식 도중 공격이 재차 있었다고 밝혔다.
아카드 샤 아마드자이 타프비어당 당수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다국적군은 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해 마을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한명의 탈레반 반군을 위해 20명의 민간인을 죽이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다국적군과 국제사회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탈레반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공격으로 아프간에는 더 이상 민간인들이 설 곳이 없다. 아프간에선 올 들어 다국적군의 공습과 작전 과정에서 민간인 3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국적군과 국제사회에 대한 불신만 높아가
이러한 다국적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아프간 주민들의 실망과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다국적군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힘을 얻어가는 탈레반 세력과 수도 카불만을 통치하는 정부로 비난을 받고 있는 카르자이 대통령 정부, 그리고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국제사회가 명분으로 내세웠던 아프간 개발 약속이 거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아프간 국민들은 이제 국제사회의 약속을 신뢰하고 있지 않다.
아프간독립인권위원회의 시마 사마르 위원장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세력은 국제인권법을 준수하지 않지만 다국적군은 탈레반 세력보다는 더 조심스럽게 인권을 존중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간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아프간에 배정된 예산조차 제대로 집행 되지 않아 아프간 국민들이 제대로 혜택을 보지 못하면서 생계수단으로 아편을 생산해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프간에서의 마약 생산을 줄이고 마약 재배 농민들의 생계전환을 모색하기 위해 계획된 영국의 지원예산 7,000만 불 중에서 아편 재배 농민들을 위해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사용된 액수는 100만 불에 불과하다. 그런데 영국정부는 아편 재배지역 항공사진을 찍는 프로젝트에는 1,000만 불을 지원할 예정이란다. 이처럼 예산 중 상당 부준이 아프간 주민들을 위해서보다는 지원국들이 고용한 자국의 개발전문가나 사업실행회사에 다시 지출되고 있어 아프간 국민들이나 회사에는 거의 혜택이 없다고 유엔마약범죄사무국은 보도했다.



탈레반 협박에 테러에 가담하는 소년들도 늘어나
최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는 탈레반의 협박에 넘어가 테러 행위에 가담하는 소년들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파키스탄 남서부 와지리스탄 출신의 14세 소년 라피쿨라는 접경지역인 아프간 코스트주에서 주지사 아르살라 자말에게 자살폭탄 테러를 가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 소년은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국경을 넘어와서 탈레반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압둘 아지즈를 만났고 그에게서 자살폭탄 조끼를 건네받았다고 했다. 라피쿨라는 “아지즈에게 자살 폭탄 테러가 무섭다고 말했지만 총을 겨누며 테러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라피쿨라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도료 학생들이 이슬람 학교에서 테러 실행을 위해 차량 운전을 배웠고 자살폭탄 공격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수시로 봐야 했다고 진술하며 탈레반으로부터 이슬람 급진주의를 배우고 “천국에 보내주겠다”는 권유와 함께 테러를 사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카르자이 대통령은 15일 대통령 궁으로 라피쿨라와 그의 아버지를 불러 직접 만난 뒤 사면을 발표했다. 대통령은 “너의 잘못이 아니므로 사면하고 행복을 빌겠다”며 라피쿨라 가족의 귀향을 돕기 위해 2,000달러를 지급하기도 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어 테러를 사주한 탈레반과 사전예방에 실패한 파키스탄 당국을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가즈니주에서는 테러를 위해 6살 소년에 폭탄조끼를 입혀 미군들 사이로 지나가도록 한 계획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지난 4월 공개된 탈레반의 한 비디오에는 12살쯤 된 소년이 무장 세력의 지도에 따라 배신자를 살해하는 장면이 담기기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탈레반, 그들은 누구인가
1994년 10월, 2만 5,000여 명의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주(州)에서 결성된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를 말한다. 결성 당시부터 군정세력으로 출발해 1994년에 이미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80% 정도를 장악한 뒤 이듬해 수도 카불을 점령, 14년간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내전과 4년 동안의 모자헤딘(Mojahedin:무장 게릴라 조직) 권력투쟁을 종식시켰다. 이어 과도정부인 이슬람공화국을 선포하면서 결속력 있는 세력으로 등장, 아프가니스탄 내 반군 조직을 무장 해제시킨 뒤 약탈과 강도, 부정부패를 없애는 데 힘을 쏟는 한편, 일상 상업 활동을 재개함으로써 전통적인 아프가니스탄 가문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내전이 계속되면서 국가 접수가 어려워지자 지역 지휘관들과 전략적 협정을 체결, 지역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위법 사항과 이에 따른 각종 인권침해를 도외시함으로써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더욱이 국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 조직인 알 카에다를 숨겨둔 채 미국에 인도하지 않음으로써 미국과 동맹국들의 반발을 산 끝에 결국 아프가니스탄을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7월 17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다국적군에 대해 민간인 희생을 피하기 위한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탈레반 반군과 알 카에다 무장세력이 자폭테러와 교전 중 무고한 아프간인을 살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민간인 희생에 관한 불만을 토로하며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자히르 타닌 유엔 주재 아프간 대사는 안보리 성명이 카르자이 대통령과 반군측의 모략에 대한 경고를 고루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이날 성명은 15개 이사국이 비공개 협의를 거친 뒤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올 들어 아프간에선 민간인 약 600명이 탈레반 반군의 무장저항과 연루돼 숨졌고 이중 절반은 정부군과 다국적군의 공격으로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파병부대는 평화유지 활동, 현지인들로부터 ‘신이 준 선물’이라는 찬사 받아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으로 파병된 200여 명의 동명(東明)부대원들의 환송식이 지난 7월 18일 경기도 광주시 특수전교육단 연병장에서 열렸다. 그 다음날인 19일 레바논 남서부의 항구도시 티르 지역 내 정찰, 민사작전 등을 수행할 동명부대가 출국했다.
현재 한국군 파병부대는 13개국에 1,500여 명이 파견돼 평화유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한국군 파병부대는 현지에서 평화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와 함께 의료 지원, 건설, 기술 전수 등에 주력하고 있어 한국 파병부대들은 해외에 부대를 파병한 60여 개국 중에서 가장 우수한 부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다른 파병국가들과 달리 대민지원에 집중하다 보니 현지인들로부터 ‘신이 준 선물’이라는 찬사까지 받는다.
자이툰부대가 주둔하는 이라크 아르빌의 나우자드 하디 마우루드 주지사는 지난 5월 한국 방문 때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을 원한다”고 간곡하게 요청했을 정도로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미 중부군사령부는 “한국군 파병부대는 가장 모범적인 부대”라고 격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펜타곤 출입기자단은 지난 6월 28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중인 동의부대 부대장인 김승기 중령과 화상 기자회견을 하고 동의부대의 활약을 미 언론에 자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의료지원 부대인 동의부대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24만 명의 주민을 치료해 줬다.
국방부 관계자는 “민사작전 분야에선 미국을 비롯한 해외 파병부대들이 한국군 부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파병부대원의 헌신적 노력이 한국의 이미지를 한층 고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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