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완역부터 평설까지 이미 여러 번역자가 여러 버전으로 책을 내놓은 바 있는 「삼국지」가 이번에는 새로운 개념의 삼국지로 재탄생했다. 번역의 기본으로 삼은 판본은 가장 압도적으로 유행하고 보편적으로 읽히는 세칭 ‘모종강본毛宗崗本’ 120회본 완역판이 나온 것.

지은이: 나관중 | 정리자: 모종강 | 옮긴이: 송도진 | 출판사 글항아리

어떤 부분이 역사이고 소설일까

수많은 등장인물과 사건, 신출귀몰하는 전략 등이 과연 실제 있었던 일일까? 우리가 사실이라 믿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고사성어 등 「삼국지」에 관련된 내용 상당수가 사실은 허구이거나 과장이다. 「삼국지」를 읽는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아마 소설 속 내용이 실제 역사적 사실인지 아니면 단지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 전개를 위해 창조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일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 역사에서는 ‘도원결의’는 없다. 다만 “선주(유비)는 잠잘 때도 관우와 장비 두 사람과 함께 같은 침상에서 잤으며 은정과 도의가 마치 형제와 같았다”고 기록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건 사실이다. 나관중 시대의 상상력은 이걸 ‘도원결의’라는 형태로 빚어냈다.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면 추풍낙엽처럼 적들이 날아갔고 여포의 방천화극 앞에선 수많은 이가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물론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근본적으로 대도大刀를 사용하지 않았다.

「삼국지」 제5회에서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많은 제후가 봉기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소설에서 소개된 제단을 설치하고 맹세에 참가한 제후는 다섯 명에 불과했다. 나관중은 회맹에 참가한 제후를 다섯 명이 아닌 열여덟 명으로 늘렸고 장소도 산조가 아닌 낙양으로 바꿨다.

제갈량이 총 6차례에 걸쳐 기산으로 출병했다는 것은 사실일까? 사실은 아니다. 역자 송도진은 여러 문헌을 통해 소설과 역사의 이러한 수치상의 차이를 일일이 고증하고 있다.
 

모종강본 120회 완역본을 정사와 함께 읽다

이처럼 이번에 출간된 「삼국지」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 「삼국지」와 실제 역사 기록을 비교·분석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매회 말미에 【실제 역사에서는……】을 덧붙여 한 회를 읽고 바로 이어서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실제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사실인지, 혹은 ‘소설’로서의 창작인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역자가 이를 대신할 간단한 제목을 새로 붙이고, 두 구절은 각 장 제목과 함께 제시해두었다. 이번 번역본은 기존 어떤 번역본보다 원본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려고 했으며, 동시에 정사와의 비교를 통해 독자들이 삼국지에 대해 갖고 있던 의문점을 풀어주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애썼다.

2009년 펑황출판사에서 간행된 교리본 「삼국연의」(선보쥔沈伯俊 교리)를 저본으로 삼고, 부가적으로 2013년 런민문학출판사에서 나온 「삼국연의」(제3판)를 채택했다. 추가로 모종강의 비평이 실려 있는 펑황출판사의 모종강 비평본 「삼국연의」와 중화서국의 모륜, 모종강 점평 「삼국연의」(2009) 등 관련 서적들을 추가로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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