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부터 20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5층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예로부터 남녀 간 머무는 곳 안방, 남정네들이 머무는 곳 사랑방, 부엌을 말하는 주방 그리고 여인네들이 담소하며 소일거리를 나누는 규방이라 말한다. 즉 규방이란 사랑방에 대비되는 공간으로 사랑방이 남정네들이 화투를 치는 유희 공간이라면 규방은 여인네들이 수다떨며 작업하는 자투리 공방을 말함이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전시회는 어렸을 적 어머니, 동네 이모들이 모여 떠들며 작업하던 그 규방의 기억을 떠올리며 작업해 온 작가 진순이의 그 시절의 여인네들을 향한 ‘소소한 그리움’을 담은 첫 번째 전시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현대의 소품은 대부분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대량생산되는 제품 일색이지만 예전의 실생활의 소품은 일일이 여인네들의 수작업으로 제작됐다. 모시 한 필로 모시옷 한 벌을 짓다 보면 크고 작은 자투리가 생기게 마련인 것을 여인네들은 이 자투리를 하나씩 하나씩 바느질로 이어 붙여 아주 작은 것은 골무, 작은 것 몇 조각을 이어 붙인 주머니, 조금 크게 이어 붙인 상보나 보자기, 더 크게는 벽걸이까지 허투루 하나 버리지 않고 용도에 맞게 제작해낸 이른바 규방 예술작품을 창조한 것이다. 이러한 규방문화는 벽걸이, 상보, 보자기 등 용도에 맞게 두루두루 사용했다 해서 ‘두루문화’라고도 부른다. 복주머니 중에 두루주머니가 있는 것도, 음식 중에 두루치기도 ‘두루문화’의 한 모습이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작가 진순이의 규방 작품은 주로 모시를 다룬 작업이다. 모시는 곁 보가 아닌 홑 보라서 잘라진 끝부분이 흐트러지기 십상이라 시접이 풀어지지 않도록 뒤를 다시 감싸서 반드시 감칠질을 해야 한다. 즉 앞면과 뒷면에 바느질을 하는 쌈솔바느질 기법이 적용된 양면에 닮은꼴 예술적 모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서양에 몬드리안이 있다면 동양에는 이름 없는 여인들의 조각보가 있다.

모시를 이어 붙인 작품들은 얼핏 서양 회화의 몬드리안 작품을 연상하게도 하지만 몬드리안 작품 기법보다도 이미 100여년 앞선 선조들의 작품 제작 기법이다. 작가 몬드리안은 미리 크기가 정해진 작품의 면을 여러 선과 면으로 분할하는 회화 기법을 창작했지만 그에 비해 자투리를 이어 붙여 나가는 모시 규방 작품은 쓰여지는 용도에 의해서 비로소 작품의 크기가 규정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는 공예 기법이다. 그래서 서양에 몬드리안이 있다면 동양에는 이름 없는 여인들의 조각보가 있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또한 규방에서 여인들이 작품 활동에는 특별한 위계에 의한 교육도, 상하관계의 도제식 교육도 필요하지가 않다. 자투리 있는 만큼의 조각들을 가지고 모여 자유로이 창작하는 작업으로 요즘처럼 나이, 학벌, 전공을 따지는 질서와 서열을 위한 기제가 필요하지 않다. 작가 진순이의 주변에도 예전 규방처럼 같이 모여 작업하며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동료들이 있을 뿐이다. 규방의 작품세계는 창작자들의 어떤 경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술을 추구하는 기술자 과정이 아니라 창작 활동을 통해 소소한 신명풀이를 하는 예술적 영역의 작품 활동이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진순이는 그야말로 ‘순수작가’다

작가 진순이의 모시를 다룬 작품들은 오늘의 자투리로 이 만큼의 작업을, 내일 생기는 자투리를 이어 그 만큼의 작업을, 반복 반복하며 용도에 맞는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마치 매일 일기를 써나가듯 일기장을 하나둘씩 완성해나가는 작업의 연속이다. 작가 진순이의 작품들은 매일 매일의 수작업의 결실로 탄생한 생활 소품 작품들이고 현재 필요에 의해 완성한 작품들이기에 일반적인 판매 상품으로 제작되는 일이 없다. 작가 진순이는 그렇기에 ‘순수작가’에 다름 아니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작가 진순이는 “이번 전시는 제 자신에게 주는 상과도 같은 전시입니다. 제 자신에게 ‘그 동안 애썼다, 수고했다’고 위로하며 위로받는 전시입니다.” 또한 “전시장을 제 집에 있는 모습 그대로 자개장과 소품들 그리고 규방 작품들을 배치했습니다. 마치 제 방에 놀러 온 손님들처럼 관람객 여러분에게도 편안함과 행복감이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그 것 또한 제게 주는 위로의 상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첫 번째 전시회의 소감을 피력한다.

작가의 규방을 옮겨놓은 편안한 전시회,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는 20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5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