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이 책은 인공지능 로봇에게 어떻게 선악 판단, 즉 도덕엔진을 탑재할 것인가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도쿄대 공학부와 의학부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세계적 석학이자 재일교포 3세인 정웅일 교수가 여섯 번의 강의를 통해 고대에서 근현대 사상까지 고금동서의 도덕사상이 어떠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평면적으로 분석하고 분류하여 도덕 시스템의 공통된 원리를 추출한다. 그리고 로봇에게 어떻게 도덕엔진을 탑재할지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 이과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왔던 인공지능과 문과의 영역인 철학, 도덕, 사회성을 접목시켜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그 문제를 바라보고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왜?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도덕이 필요할까? 인공지능은 그냥 지적 능력만 뛰어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이 책에서 저자는 인공지능이 무인 판매기와 같은 단순 업무에서 시작해서 바둑, 통역, 글쓰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선악 판단’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최근 디지털 혁명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밀려오면서 인공지능과 로봇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미래 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여겨지고 앞다투어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그 인공지능이나 로봇에게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도덕이다. 만약 SF 영화에 나오는 단골 주제처럼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을 살해하게 된다면? 인간이 로봇을 만들었는데 점점 더 강력해진 로봇이 결국 인간을 멸종시키고 만다는 것 말이다. 그런 일은 공상일 뿐이고 절대 일어날 리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가 없다. 이제 우리 인류는 인공지능이나 로봇과의 공생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이른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인간보다도 더 우월한 도덕엔진을 탑재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로봇에게 탑재하는 선악을 구분하는 시스템을 ‘도덕엔진’이라 부르고 있다. 이 ‘도덕엔진’을 로봇에게 입력할 때는 여러 가지 문제(공통의 규칙과 개별의 규칙의 이중성 식별 문제, 사람을 죽이면 안 되지만 전쟁과 사형 같은 특수상황에서의 모순성 등)들을 충분히 검토하여 탑재해야 이상적인 구조가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난해한 전문 용어와 이론만 늘어놓은 어려운 책이 아니라 과학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이 입문서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다루는 책들은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인공지능을 각 업무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다루는 데 비해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으리라 여겨져 온 ‘도덕’적인 부분을 AI와 묶어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굉장히 차별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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