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개인 간 갈등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변화의 열쇠로서 ‘공감 본능’의 역할을 역설하는 책. ‘공감(empathy)’은 거의 모든 인간의 ‘본능(instinct)’이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따뜻한 힘이다.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또한 “우리 시대의 도덕적 기준을 충족하길 바란다면 공감 부족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며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공감 상실에 따른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차별과 혐오가 분노를 넘어 폭력적인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디지털 나르시시즘에 빠진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공감을 교육할 수 있을까? 범죄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그리고 공감은 진화할 수 있는가?

이 책은 답을 찾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공감 능력이 ‘결핍’될 때 일어나는 치명적인 문제와, 반대로 공감 능력이 ‘충족’될 때 나타나는 효과를 뇌과학, 역사, 심리학, 사회학,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하며 고찰한다. 정치인에서부터 사회활동가, 공무원, 예술가, 교사, 의사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신 담론을 폭넓게 종횡하며,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공감의 진보를 선언한다.

저자는 “공감 능력이 국가 정책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예술과 문화를 통해 개인의 공감 능력을 넓히고, 나아가 교육, 복지, 의료, 인터넷, 사법, 교정시설 등 사회 전반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전세계가 처한 위기와 공감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마지막으로 발표한 ‘공감 헌장’은 우리 안에 내재된 공감 본능을 일깨우고, 더 나은 인간, 더 좋은 사회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희망의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바잘게트는 이것이 공감 부재의 문제이며 결과적으로 실천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설가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의 글을 인용하며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한 줄로 요약한다.

 “공감 능력 없이는 다정한 연인도, 뛰어난 예술가도, 훌륭한 정치인도 되지 못한다. 사랑이 넘치는 폭군이 있다면 말해보라.”

 그는 공감과 본성을 주제로 진행된 수많은 연구 결과와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인간의 무의식적 편향과 집단적 사고의 함정에 빠진 공감의 본질과 작동 원리를 밝히며,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며 분열되는 틈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다룬다.

 

절망의 시대는 지고 낙관적인 미래가 꽃핀다

공감은 의료계와 복지시설, 사법과 교정시설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시민의 안전과 권리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와 영국, 뉴질랜드의 일부 교도소들은 수감자들에게 처벌 대신 음악, 춤, 연극, 미술, 낭독회 같은 문화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범죄자들의 공감 능력과 친사회적인 성향을 높여 범죄율을 감소시킨다는 목표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회복적 사법’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 피해자의 감정과 상처를 경험하고 이해함으로써 재범 예방은 물론 피해자의 권리 보호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러 기관에서 도입하고 있다.

병원은 환자를 우선으로 여기는 공감과 책임감이 형성돼야 하며 시민들은 적절한 의료 서비스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의료계의 열악한 환경과 재정적 문제, 의료 종사자들의 압박과 스트레스가 더해져 의료 서비스의 질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버드와 컬럼비아 의과대학원은 공감 훈련과 이야기 치료 과정을 도입해 환자에게 공감하는 친절한 의료진을 육성한다. 미국과 영국 병원에서는 모든 관계자들이 감정적인 어려움과 문제를 토론하는 프로그램과 공간을 만들어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터넷 범죄, 인종차별, 종교 갈등, 집단주의 등 공감 부재에 따른 사회 문제들을 조목조목 성찰하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다각도로 도출한다. 인간다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우리는 공감 스위치를 켜고 ‘나’에서 걸어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경험하며 공감의 시대를 항해하기 위한 여정에 올라타야 할 때다. 보다 공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각 부처의 정책입안자와 교육자, 정치 지도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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