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4/12)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사진제공=오푸스)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노래 속에서 사랑의 갈증을 호소했던 세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내 노래는 말이 아니라 느낌이 필요해, 나는 노래 안에서 눈물을 흘려요”

1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둘째 날 공연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가 열렸다. 지난 10일에 있었던 <겨울나그네>의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 이번 공연 또한 국내에서 좀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두 거장의 앙상블이기에 많은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가득했다.

무대에 서자마자 곧바로 이어지는 두 남자의 앙상블은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슈베르트의 감성을 몸짓과 표정에 담아 전달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격하게 또는 부드럽게 또한 달콤한 귓속말로 속삭이듯 보스트리지의 표정과 연기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의 독백과도 같았다.

보스트리지는 자신이 슈베르트의 분신이 된 듯 내면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한 드레이크의 앙상블은 마치 한 폭의 연작화를 그리는 화가와도 같았다.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수채화 같은 반주의 울림은 공연 중 무시(無時)로 박수(拍手)에 대한 유혹마저 느끼게 했다.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사진제공=오푸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 것”

무대 위 그들의 앙상블은 한 인생에 대한 여정을 음악으로 녹여내며 서서히 벅차오르는 감동의 흐름은 객석으로 이동했다. 함께 만드는 무대의 의미를 깨달으며 숨소리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사라지는 미세한 마지막 여음(餘音)까지도 관객들에겐 감동의 순간으로 다가왔다.

관객은 이제 무대의 언어를 익힌 듯 호흡의 장단을 알아챈 것 같았다. 감동의 언어로 표현된 보스트리지의 내면에 감춰진 눈물과 드레이크의 음악 안에 한 가득히 담겨진 또 다른 눈물은 이렇게 일요일 저녁 우리에게 슈베르트를 소개했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 것”('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 중에서)이라는 말처럼, 슈베르트의 주옥같은 스무 곡은 슈베르트 자신이 말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삶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다. 자신의 삶 가운데 외로움과 고통을 빗대어 ‘음악’이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전이(轉移)된 순간이었다.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사진제공=오푸스)

감동에 대한 답례로 객석은 기립박수로, 이에 대한 무대의 답례는 벤자민 브리튼의 스코틀랜드 민요 "The Water Is Wide(O Waly, Waly)"를 끝으로 아쉬운 막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퇴장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최고의 앙상블을 통해 조화와 균형의 좋은 호흡을 보여준 드레이크의 잔상(殘像)이 이날따라 유난히 더 커 보이는 것은 왜일까?

연가곡의 가장 모범적인 형식을 가진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사랑과 실연 그리고 죽음이라는 인생의 드라마를 펼치며 ‘시(詩)’라는 텍스트를 가지고 독일가곡을 다루는 슈베르트의 빛나는 천재성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관객들은 중간중간 밀려오는 감동으로 인해 눈시울을 적셨으며 70분가량 스무고개 슈베르트의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했다.

이제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는 오는 14일(화) 마지막 무대 <백조의 노래> 14곡을 남겨두고 있다. 연일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며 모든 에너지를 무대에 쏟는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이 두 거장의 앙상블은 31세 젊은 생을 마감한 청년 슈베르트의 유작, <백조의 노래>를 통해 마지막 세 번째 슈베르트의 이야기를 전한다.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_리허설컷 (사진제공=오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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