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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영혼의 위로, 대성당에서 대성당까지 '스페인은 순례길이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5.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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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스페인 건축 전문가 김희곤 작가의 『스페인은 순례길이다』가 출간됐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는 3만 이상의 독자가 선택한 『스페인은 건축이다』 『스페인은 가우디다』에 이은 김희곤 작가 “스페인 3부작”의 완결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간 많은 책들을 통해 국내에 소개돼 왔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여행 가이드북 내지는 여행 에세이의 성격을 가진 책들이었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그곳에는 ‘길’만 놓여 있지 않다. 그 길이 아름답다는 사실보다 그 길이 그곳에 놓여 있는 이유가 우리에겐 중요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대성당과 대성당, 중세인들의 영혼으로 구축된 건축과 건축을 연결하는 길이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에는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스페인 건축 전문가 김희곤이 직접 걸으며 조망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가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정리한 글들과 직접 그린 건축 스케치들, 직접 찍은 사진들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산티아고 순례길’을 더욱 깊고 정연하게 사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왜 한국인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열광하는가’

〈스페인 하숙〉이 방영 초기부터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물론 유능한 제작진과 호감 가는 출연진이 그 관심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스페인’이라는 장소 역시 시청자들의 관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으로 수행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를 통해 3년 간(2016~2018년) ‘해외여행지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유럽’이 1위를 차지했으며, ‘유럽 여행지 관심도 조사’에서는 스페인이 속해 있는 ‘남유럽’이 1위를 차지했다. 또한 ‘2018 해외여행지 국가별 종합 만족도 조사’ 결과 1위 스위스와의 근소한 차이로 스페인이 2위에 자리했다. 한국관광공사 발표 해외여행자 수는 최근 수년간 꾸준한 폭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스페인 하숙〉이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페인 하숙〉의 촬영지는 순례길 막바지에 자리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라는 마을이다. 출연자들은 그곳에 알베르게(저렴한 숙박 시설)를 차리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순례자들을 따뜻하게 응원한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 역시 그 마을을 거쳐 지난다. 저자는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의 마요르 광장에서 그곳에 바투 서 있는 마르케스 후작의 궁전과 산 프란시스코 성당의 모습을 묘사하며 “도시의 언덕마루에 왕궁과 대성당이 마주 보고 서서 도시를 지배하는 것이 스페인 중세도시의 전형”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tvN 〈스페인 하숙〉의 김대주 작가는 『스페인은 순례길이다』의 추천사를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주었다. “매일같이 출퇴근길, 그 한 길만을 걷고 있는 듯”했던 김대주 작가는 “〈스페인 하숙〉의 촬영지를 선택하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그리고 “〈스페인 하숙〉을 찾아온 많은 순례자들을 만나면서” 그는 깨달았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천 년의 건축물들이 영혼을 위로하는 길은 오직 산티아고에만 있다”고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박물관은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이야기하는 김대주 작가는 『스페인은 순례길이다』가 “새로운 길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단단한 표지석이 돼줄 것”이라며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했다.

 

인간이 대성당을 지었지만 대성당은 인간의 영혼을 치유했다

‘산티아고’는 ‘사도 야고보’를 스페인어로 부르는 이름이다. 예수의 열두제자 중 최초로 신앙을 위해 순교한 사람인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대성당에 묻혀 있다. 산티아고의 무덤, 즉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걸어가는 순례길을 스페인어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라 부른다. 이는 ‘산티아고의 길’이라는 뜻이지만, 우리나라엔 ‘산티아고 순례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기 813년 스페인 갈리시아 들판에서 은둔 수행자 펠라요가 빛나는 별 아래에서 산티아고의 무덤을 발견했고, 오늘날 그곳을 ‘별이 빛나는 들판의 산티아고’라는 뜻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라 부른다. 9세기 오비에도에서 산티아고의 무덤으로 향하는 최초의 순례길이 생겨났고, 10세기 레온에서 산티아고 무덤으로 향하는 순례길이 개척됐다. 이후 프랑스 사람들이 파리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팜플로나와 부르고스를 거쳐 레온으로 몰려왔는데, 오늘날 이 길은 ‘프랑스 길camino francés’이라 불린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여러 갈래의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그중 “프랑스 길을 걸은 순례자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매일경제》 2018.12.14)하고 있다.

흔히 베드로의 무덤이 있는 로마의 바티칸을 일컬어 세계 최대의 박물관이라 말한다. 하지만 『스페인은 순례길이다』의 시각은 다르다. 순례길을 따라 끝없이 줄지어 선 대성당과 수도원과 요새를 품고 있는 프랑스 길이야말로 세계 최대 박물관이다. 이는 책의 저자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단순히 찬연한 풍광을 지닌 아름다운 산책로가 아닌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보는 데서 기인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히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한 여행지가 아니다. 그곳에는 ‘길’만 놓여 있지 않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역사를 온몸으로 품고 있는 대성당과 대성당들, 인류가 영혼으로 구축한 건축과 건축들을 연결하는 장소다. 그러므로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자 문명이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름답다는 것보다 그 길이 거기에 놓여 있는 이유가 우리에겐 중요하다는 사실을 뜨겁고도 면밀하게 알려준다.

 

대성당과 대성당을 잇는 순례길, 스페인 건축 전문가 김희곤과 함께 걷다

프랑스 남부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길은 로마 성 베드로 무덤과 예루살렘 예수 성묘를 능가하는 순례길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728㎞라는 기나긴 여정 위에는 “어김없이 대성당이 자리하고, 대성당과 대성당 사이에는 작은 마을과 성당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순례길 위에 놓여 있는 각각의 중세 건축들은 “하나같이 신비한 조각과 성화, 신화와 역사를 세기고” 있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에는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스페인 건축 전문가 김희곤이 직접 걸으며 조망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가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정리한 글들과 직접 그린 건축 스케치들, 직접 찍은 사진들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산티아고 순례길’을 더욱 깊고 정연하게 사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놓인 하나하나의 중세 건축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알 수 없는 느낌과 감정이 온몸을 휘감”고 “고딕 양식의 웅장한 돔에서 흘러내리는 빛은 영원히 채울 수 없는 절대 사랑이자 불굴의 정신을 신비스럽게” 드러내 보인다. 책의 저자 김희곤은 “인간은 여러 이유로 건축을 했지만, 그 인간을 보듬고 성장시킨 것은 건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신의 이름으로 수 세기 동안 쌓아올린 성벽과 대성당, 수도원”이야말로 그 생각에 대한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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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dikigirl200@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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