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주 변호사

(시사매거진253호=오병주 칼럼위원) 우리 선조들은 부모 대신 조부모가 손자손녀들을 교육시킨 경우가 많았다. ‘격대교육’이란 할아버지가 손자, 할머니가 손녀를 맡아 잠자리를 함께 하면서 교육하는 경우를 말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겨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손자, 손녀들을 편안하게 교육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손자 손녀들 역시 부모보다 더 어르신이므로 자연스럽게 순종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퇴계 이황은 손자 안도에게 125통의 편지를 보내며 격대교육을 실시했다. 그 편지를 엮은 책이 바로 ‘안도에게 보낸다’이다.

조선시대 뛰어난 문장가 이문건은 조선시대 유일한 양육일기 ‘양아록’을 통하여 손자에 대한 애정과 당시 교육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였던바, 이 일기는 조선시대 생활사 자료로도 큰 의미를 보이고 있다. 서양에서는 노벨상 가문을 만든 퀴리 가의 격대교육이 돋보인다.

퀴리 부부의 딸 이렌느를 외할아버지가 교육시켰는데 정서적 교육은 물론 식물학, 박물학, 문학작품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근시켜 2대에 걸쳐 노벨상을 수상했다.

즉, 1903년에는 퀴리부부가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1911년에는 퀴리부인이 화학상을 수상했으며 1935년에는 외할아버지로부터 격대교육을 받은 이렌느 부부가 노벨 화학상을 공동수상하게 된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 이렌느에게 ‘과학의 호기심과 열정’을 일깨워준 것은 바로 외할아버지였다.

미국의 빌 게이츠도 부모 대신 ‘외할머니’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빌 게이츠는 자서전 ‘게이츠’에서 할머니의 교육 방법을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함께 독서하여 자신을 독서 우등생으로 성장’시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역사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10살 때부터 외조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백인인 외할머니 매들린 더넘(하와이 최초 여성 부행장)은 외손자 오바마가 편견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게 세심히 배려하고 모든 흑인 직원들을 따뜻하게 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할머니는 한 없이 나를 위해 희생해 온 분…손자에게 모든 걸 쏟아 부으시며,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가르쳐주신 분”이라고 회고하고 있다.

우리는 격대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깊이 인식하고 ‘나부터 부모를 섬기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태도와 말들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본보기가 됨을 명심하고 자녀들이 조부모님의 지혜를 전수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진정한 교육이란 ‘한 세대와 다음 세대의 공동 작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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